동북공정 밀어붙이기는 '통일한국' 등 한반도 상황변화에 대비한 대외적 암수한반도-조선족 연계 끊고 통일 후 한·미·일·러 블록화 사전차단 포석도

[한·중 역사전쟁] 중국은 왜 고구려를 탐하는가
동북공정 밀어붙이기는 '통일한국' 등 한반도 상황변화에 대비한 대외적 암수
한반도-조선족 연계 끊고 통일 후 한·미·일·러 블록화 사전차단 포석도


한국과 중국 간에 고구려사를 둘러 싼 ‘역사 전쟁’이 뜨겁다. 중국이 느닷없이(?) 고구려사의주인임을 자처하고 나왔지만 정부는 무기력했다. 그 정부를 대신해 민간 차원에서 정면 대응하면서 역사속 고구려는 열전의 ‘현재사’가 됐다. 그러나 전선은 정부 차원에서 철저하게 준비해 온 중국에 유리한 형국이다. 한국이 중국의 저의에 말려들 공산이 짙다.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그것도 8년 전부터 치밀하게 추진해온 배경엔 암수가 깔려 있다. 중국은 1877년 광개토대왕비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고구려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1980년 이전까지는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고구려사는 서기 427년 평양 천도를 기준으로 만주 지역은 중국사, 한반도는 한국사에 속한다”는 ‘일사양용(一史兩用, 하나의 역사를 두 나라가 공유하는 것)’ 의 입장을 취하더니 90년대 이르러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라는 주장을 강력 대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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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의 갑작스런 변화에 대해 “개혁ㆍ개방 이후 중국은 ‘국민적ㆍ영토적 통합’이 최대 당면 과제로 대두하면서 중국 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사라는 원칙이 채택됐다”고 말했다. 90년대 초반부터 ‘통일적 다민적국가론’ ‘중화민족론’ 등은 그러한 배경에서 부각됐다는 것.

그러나 중국이 한국의 반발을 예상하고서도 ‘동북공정(東北工程,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 을 밀어 붙이는 이유는 단순히 역사 논쟁에 국한되거나 국민ㆍ영토 통합이라는 내부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한반도 상황 변화에 대비한 대외적 측면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정치경제)는 “개혁ㆍ개방 이후 국력 신장에 따른 중화민족주의, 중국제국주의가 부활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소수민족 문제”라며 “특히 조선족의 경우, 동북(만주)지역에 다수 거주하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중국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북지역 조선족의 연계를 끊고 영토 문제를 확실히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족 이탈·소수민족 분규 잠재우기

금희연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리저널(지역적) 파워가 아니고 글로벌(세계적) 파워”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공정을 통해 조선족의 이탈 가능성과 다른 소수민족의 분규를 잠재워 완전한 국가 통합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역량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고구려 영토의 역사를 국경 안에 두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이 상당히 傷鄂求?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이유는 단순한 탈북자 대책이나 역사에 대한 연고권 주장을 넘어 남북한 통일을 의식한 중국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부시 행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정보 관계자는 “한반도 전후(戰後) 체제가 붕괴돼 남한 주도로 ‘통일 한국’이 현실화하고, 나아가 미국 – 러시아 - 일본 블록의 일원이 된다면 (통일)한국은 중국에게 위협적인 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동북공정은 세계 최강 중국을 건설하는데 있어 최대의 변수인 남북한(조선족 문제 포함) 문제를 자신의 포석대로 뜯어 맞추려는 중국의 고민과 야욕이 결합된 징표인 셈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8-18 15:1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