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 엄청날 듯

[車혁명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 황금시장을 잡아라
자동차 부품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 엄청날 듯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전동기를 장착한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카의 핵심 부품 시장을 선점하라!’

자동차는 2만 가지가 넘는 수많은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자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매우 큰 대표적 전략 산업이다. 그런 까닭에 완성차 업계의 트렌드 변화는 곧장 관련 업체들의 연쇄적인 반응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국내서도 하이브리드 카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요즘 이 시장을 노리고 행보를 서두르는 관련 기업들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현대중공업, 국내 최초 전동기개발 성공

현대자동차와 동기간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말 하이브리드카의 제2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전동기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영구 자석형 전동기 3종으로, 그 이전까지는 일본만이 이 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1993년부터 전동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이 회사는 또 지난해 대출력 유도 전동기를 개발해 하이브리드 버스와 트럭, 연료전지차에도 이미 적용한 바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브리드카 전동기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0년께 약 1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장품(자동차 등에 장착되는 전기전자 부품) 전문업체인 ‘에노바’사와 공동으로 신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 LG화학, 리튬폴리머 전지시장 석권 야심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전기자동차용 전동기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해 모든 친환경 차량에 필수적인 부품 중 하나인 전지 분야에서도 기업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 분야에서 현재의 성적표대로라면 LG화학이 다소 앞서 나가는 형세다. 최근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빅3’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는 데 성공한 덕택이다. GM,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3사가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구성한 전지 개발 컨소시엄인 USABC(US Advanced Battery Consortium)로부터 460만 달러 규모의 리튬 폴리머 전지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USABC는 이 프로젝트를 맡길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2001년부터 3년 동안이나 미국 4개 국립연구소를 통해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업체의 중대형 전지 기술을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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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번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젝트 수행 업체로 선정된 LG화학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중대형 전지 기술 분야에서 아시아 최초로 미국 공인 기관의 인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차세대 친환경 차량용 전지 시장의 최대 수요처인 ‘ 빅3’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까닭이다. 1990년대 말부터 친환경 차량용 전지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 개발을 서두른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고출력 리튬폴리머 전지를 탑재한 전기 자동차가 국제 경주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면서 감춰진 기술력을 뽐낸 전력도 있다.

이 회사 CTO(최고기술경영자)인 여종기 사장은 “ LG화학의 중대형 리튬폴리머 전지는 일본의 하이브리드카에 사용되고 있는 니켈수소 전지보다 부피와 무게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등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면서 “ 향후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 삼성·SK 등도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

LG화학의 경주용 자동차

휴대폰이나 노트북 PC에 쓰이?리튬 이온 2차 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도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용 전지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 2003년부터 자동차용 전지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 휴대폰 배터리 등에서 기반 기술을 쌓은 만큼 자동차용 전지 시장이 확대되면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전체 차원에서 자동차용 전지를 포함한 연료 전지를 새로운 사업으로 선정ㆍ육성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또 SK그룹은 느린 행보이지만, 차세대 친환경 차량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화학 계열사인 SKC는 하이브리드카 전지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하는 한편 사업성 검토를 위한 연구 개발도 함께 진행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 8월 SK㈜가 연료 전지에 수소를 주입하는 ‘수소 스테이션’의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소 스테이션이란 연료 전지를 장착한 차량에 연료인 수소를 채울 수 있도록 수소를 제조ㆍ저장ㆍ분배할 수 있는 장치로 구성된 소형 시설이다.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중소 기업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발명진흥회(www.patentmap.or.kr) 등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장치 가운데 하나인 ‘울트라 커패시터’ 분야에서 중소기업 ㈜NESS가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만치 보이는 하이브리드 카의 황금 시장에 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지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9-09 10:4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