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와 소득증대 두 토끼 잡기도시인에게 고향의 의미 되새기고 농촌지역경제 살리는 효과

[체험열풍] 경기도 '슬로우푸드 마을'
향수와 소득증대 두 토끼 잡기
도시인에게 고향의 의미 되새기고 농촌지역경제 살리는 효과


“시장에서 사다 먹은 옥수수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밭에 가서 어떤 옥수수가 여물었고, 어떤 것이 덜 여물었는지를 살펴보고 만져보고 따보고 한 체험은 우리 성빈이, 성호에게 커다란 추억으로 자리잡을 겁니다.”(ID 성빈엄마)

“점점 농촌에는 젊은 사람도 사라지고, 농사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체험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들 본 것만으로도 웃음 한 가득이시더라구요.”(ID 오애경)

경기도의 농촌이 변하고 있다. 파주시 장단콩 마을, 양평군 보릿고개 마을, 여주군 오감 도토리 마을, 화성시 서해일미 마을, 이천시 부래미 마을 등 도가 지난 5월 지정한 10개 ‘슬로우푸드 마을’에는 요즘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돈다. 경기도는 “슬로우푸드 마을로 선정된 곳에 모두 180억여원의 도비와 시ㆍ군비를 지원해 맛 체험장, 관광객 편의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에는 현재 녹색농촌체험마을 7곳, 농촌전통체험마을 4곳, 슬로우푸드 마을 10곳 등 모두 39곳의 관광 농어촌 마을이 조성돼있다.


- 지역농산물 소비촉진에 일조

관련기사
체험문화 홍수시대
영어마을 안산캠프

슬로우푸드란 패스트푸드에 반대되는 개념의 음식이다. 전 세계를 ‘맥도널드화’한다고 지적받는 패스트푸드로 맛이 획일화되고 전통 음식을 소멸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

현재 경기도는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대안운동, 혹은 환경운동으로 생각했던 슬로우푸드 운동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슬로우푸드 마을을 찾는 도시인이 고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경기도 특산품을 이용한 토속음식의 조리ㆍ맛 체험을 통해 지역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 이를 위해 경기도는 지역 사회의 특성과 주체성을 활용하는 한편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전문 업체에 맡겨 개발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장삿속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점점 거세지는 개방 압력 앞에서 속수무책인 농촌 지역 사회를 살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 경기도의 입장. 경기도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인터뷰 / 바라기닷컴 임양혁 운영실장
"오감으로 흙의 소중함 깨닫게 하는것"

바라기닷컴은 슬로우푸드 마을 체험 프로그램의 전문 위탁업체로 선정된 곳이다. ‘좋은 세상 바라기’遮?뜻을 이름으로 한 바라기닷컴은 비단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뿐만이 아니라 부모, 사회로 확장되는 공교육 보완이라는 개념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양평 보릿고개 마을과 파주 장단콩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표 참조)이 이들의 작품. 임양혁(29) 운영실장에게서 슬로우프드 마을의 의미를 들어봤다.

- 슬로우푸드 체험 마을의 특징은 무엇인가.
“경기도는 ‘체험장’ 건설이 우선되지 않았다. 주변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콘크리트 건축으로 수용소 같은 건물을 짓고 일괄적으로 디딜방아나 물레방아를 만들어놓은 기존 농촌 체험 프로그램처럼 도시 사람들에게 농촌 맛뵈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즉 하드웨어보다는 각 지역 사회의 주체성을 고려하는 소프트웨어가 우선이었다.”

-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도시 사람들이 원하는 ‘마음 속의 고향’과 농촌 사람들이 원하는 ‘희망이 보이는 농촌’의 접점을 찾는 것이다. 슬로우푸드 마을은 가난이나 배고픔을 팔지 않는다. 농촌에 사는 어르신들의 정성을 나눠주는 것이 본질이다. 또한 농촌을 방문한 다음 세대에게 흙의 냄새를 맡고 사람의 의미를 오감으로 깨닫도록 하고 있다.”

-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느낀 점이 있다면.
“컴퓨터 게임, 텔레비전, 장난감, 선풍기, 에어컨 등이 하나도 없는 시골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그러면 약간의 적응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은 인솔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놀기 시작한다. 저렇게 무궁무진, 천진난만하게 놀 수 있는 아이들이 왜 매일 컴퓨터게임에 매달려야 하는가 싶을 정도다. 놀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노는 방법을 생각해낼 창의성을 억압받던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신의 몸에 쌓여있던 놀고 싶은 욕구를 분출시키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행복해진다.”

- 슬로우푸드 마을에서 사람들이 어떤 체험을 하기를 원하는가.
“요즈음에는 ‘체험’이라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다. 온갖 체험이 난무한다. 그러나 우리는 슬로우푸드 체험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원한다. 도시인들이 대형 마트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바캉스 가서 배 터지게 먹고 그곳에 온갖 쓰레기 다 버리고 와서는 ‘와, 잘 놀고 왔다’며 잊어버리는 건 진정한 추억이 아니다.

보릿고개마을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한 사람들은 다음에 그 마을 주민을 생활의 지혜를 나눠주는 어르신으로 생각하고 다시 찾아간다. 그토록 원하는 제2의 고향이 창조되는 것이다. 또한 어른과 자연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은 ‘사람’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즉, 체험은 보다 깊은 삶의 경험을 위한 첫걸음이다.”

박소현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4-09-15 15:18


박소현 인턴기자 pest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