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 값주고 사면 속는 기분이예요"최고의 상품을 최저가격에 장만하는 신개념 알뜰 구매 패턴철저한 매매 보호 서비스, 매장도 고급화·대형화 추세

[알뜰족 절약테크] 알뜰한 당신 반품매장으로 가라
"이젠 제 값주고 사면 속는 기분이예요"
최고의 상품을 최저가격에 장만하는 신개념 알뜰 구매 패턴
철저한 매매 보호 서비스, 매장도 고급화·대형화 추세


분당에 사는 주부 김순영(30ㆍ가명)씨는 지난 달 이태리 명품 운동복과 30만원이 넘는 스위스제 고급 주방용 칼 세트를 구입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동네에서 소문난 알뜰 주부로 통한다. 이유는 뭘까.

새 것과 다름없는 ‘반품’을 80%이상 싼 가격에 구입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구입한 명품 운동복은 3만 4,500원에 반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으며, 주방용 칼 세트는 반품 매장에서 6만 9,000원에 샀다. 김씨가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상당히 치밀하다.

우선 꼭 필요한 상품의 목록을 작성해 뒀다가 반품 전문 쇼핑 몰과 전시 용품 할인 매장, 경매 사이트 등을 두루 돌아 다니며 상품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관련 책자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필수 절차다. 가격 비교 절차를 거쳐 원하는 제품의 AS, 반품 여부까지 확인하고 나서 최종 구매를 결정한다. ‘최고의 제품을 최저 가격에 장만한다’는 소비의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셈.

김씨 역시 1년 여 전 우연히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반품 상품을 접하기까지는 꺼림칙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흠이 있으니까 싸게 팔겠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싼 가격에 마음이 끌려 한 번 속는 셈치고 반품 제품을 써 본 뒤 생각이 확 달라졌다. 맨 처음 시중가 25만원이 넘는 발 마사지기를 9만8,000원에 구입했던 김씨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불황기에, 15만원 이상 싸게 산 데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신상품이어서 횡재한 것 같았다”며 “이제 제 값 주고 물건 사면 뭔가 속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불황기, 지혜 엿보이는 알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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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씨처럼 반품됐거나 전시된 상품을 싸게 구입하려는 알뜰족들이 늘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그 동안 천대 받던 이들 상품이 빛을 보게 된 것. 어려운 경기 상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더욱 싼 제품을 찾으면서 반품 상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옥션 등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반품’이란 단어가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는가 하면, 자신이 원하는 반품 제품을 미리 예약하는 극성파까지 생겨날 정도다.

반품 상품은 주로 홈쇼핑 등에서 판매됐다가 ‘제품 색깔이 사진과 다르다’거나 ‘생각했던 물건이 아니다’는 등 고객의 ‘단순 변심’에 의해 반품된 것들. 대부분 포장을 뜯어 본 정도에 그친다. 이런 제품들은 기본적인 성능에 있어서는 새 것과 차이가 없지만 ‘반품’이란 꼬리표 탓에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옆에 있는 반품 전문 매장 ‘반품 닷 컴’.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곳은 우선 종합 쇼핑몰처럼 넓고 깨끗한 매장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노트북과 컴퓨터, 주방 소형 가전 제품, 화장품 뿐만 아니라 헬스 기구 등 각종 스포츠 용품, 명품 의류까지 판매하는 백화점식 반품 매장이다. 1,000여 개 품목을 갖추어놓고, 평균 40%, 최고 80%의 할인율을 내세?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최저가를 자랑하는 노트북 코너에서는 시중가 170만원대의 LG IBM 노트북을 71만 9,000원에 팔고 있다. 또 시중가 23만 5,000원의 공기 청정기는 8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품전문매장 '반품닷컴'. 넓고 쾌적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상품의 백화점식 매장이다. / 김지곤 기자

시연 제품이나 국제 회의 등에서 일시 사용된 노트북이나 컴퓨터 등 전자 제품을 다양하게 구비해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매장측의 설명이다. 하루 평균 내방객이 400명을 넘는다. 이곳에서는 반품 제품 구매시 최소 3개월 이상의 A/S는 물론, 100% 교환이나 환불까지 보증한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 매장을 찾았던 주부 장혜연(37)씨는 “맥주잔이나 계란 거품기 등 평소 필요했던 주방 용품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며 “반품 상품에 관한 방송을 보고 호기심에 들렀는데, 제품 상태나 가격이 마음에 들어 앞으로 필요한 상품이 있을 때 자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박근국 수석팀장은 “구매 고객의 대부분이 구입할 상품의 인터넷 최저가를 미리 알고 오는 알뜰 소비자들”이라며 “원가에 미치는 최저가임에도 깎아 달라고 조르거나, 품절된 인기 상품을 반품되면 사겠다고 미리 현금을 남겨놓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렇게 찬밥 신세였던 반품 상품이 최근 인기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가격에서의 경쟁력. 적게는 20~30%에서 외형상 흠이 있는 경우 70~80%까지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포장을 뜯지도 않고 그대로인 미개봉 제품은 물론, 개봉했으나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나 전시 및 이월 상품 등 등급에 따라 분류해 판매한다.


- 가격경쟁력이 인기의 비결

인식의 전환도 한 몫 했다. 그 동안 반품이란 꼬리표는 제품 성능의 결함이나 외형상의 흠집 등 부정적인 의미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상에서 전자 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한 까닭에 제품을 직접 보거나 손으로 만져 보지 않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면서 반품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충동 구매나 변심 등 제품 외적인 요인이 대부분이라, 새 것과 비교해도 품질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품 상품을 가장 손쉬우면서도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 구매다. 반품 수거 업체나 제조사와 제휴, 공개적인 경로를 통해 물건을 수급하기 때문에 A/S 등 제품 결함에 대해서 확실하게 관리해 주고, 매매 보호 서비스 등 구매자를 보호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반품 전문 사이트들은 주로 가전·전자 제품을 취급했지만, 최근에는 파는 물건의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졌다. 유니즈닷컴(www.uniz.co.kr)은 유명 브랜드 가전 제품을 비롯하여 생활 잡화와 주방용품 등을 팔고 있다. 리퍼브숍((www.refurbshop.co.kr)이나 반품닷컴(www.vanpum.com) 등에서도 가전, 가구, 생활 잡화 일체를 취급하고 있다. 아예 명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반품 매장도 생겼다. 반품럭셔리(www.vpluxury.com)는 명품 반품, 재고 및 중고 명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

경매 방식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마켓에서도 반품상품의 인기가 뜨겁다. 과거 ‘미운 오리’ 신세였던 반품 상품이 이제는 소비자들 사이에 구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만큼 귀한 ‘백조’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반품 제품 판매를 이벤트로 펼쳐오고 있는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올 들어서만 약 10여 회 반품 이벤트가 열렸다. 반품 행사를 하면 검색 건수가 일주일에 1,500여 건까지 급증할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옥션에서 거래되는 전체 상품 중 반품 등 재고 상품이 전체 거래 금액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반품매장은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등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어 실속파들의 발길이 ?D이질 않는다. / 임재범 기자

입찰 경쟁도 치열하다. 옥션의 1,000원 경매의 경우, 일반 신상품의 입찰 경쟁률이 평균 20~30건인데 비해, 반품 행사의 평균 입찰 경쟁률은 45건에 달한다.

반품 제품과 더불어 인기를 끄는 상품은 전시 상품이다. 선글라스, 가방 등 백화점이나 전문점에 전시했던 잡화 품목은 전시로 인한 흠집이나 때가 탄 부분을 명시하고 1,000원 경매로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스포츠 용품 전문 브랜드 시크(Seek)는 지난 겨울 출시된 스키 용품 중 할인점에서 전시됐던 품목들을 옥션 경매를 통해 한 시즌동안 약 1,000여 개 정도 판매한 뒤, 인라인 스케이트, 고글, 헬멧 등으로 대상을 넓혀 가고 있다. 이 회사의 지윤철 팀장은 “전시 용품이지만 신제품과는 거의 차이가 없어 1,000원 경매로 올려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고 밝혔다.


- 반품·전시용품 전문판매점 성업

아예 반품 상품이나 전시 상품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판매자도 옥션에서 성업 중이다. Aimi6384란 아이디로 활동하는 판매자는 아예 ‘리퍼브샵’이란 이름으로 반품 인라인 스케이트, 주방 소형 가전, 음향 가전 등을 1주일에 50여 개씩 옥션에 올리고 있다. 옥션 커뮤니케이션실 배동철 이사는 “반품이란 불명예에 묶여 있는 상품을 양지로 끌어내 떳떳하게 반품임을 밝히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되파는 움직임이 최근 인터넷 경매사이트, 반품 전문 쇼핑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IMF 이후 주춤했던 중고품 매장도 다시 뜨고 있다. 중고품 매장은 싸지만 살 게 별로 없다는 건 옛말이다. 고급화ㆍ대형화된 전문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며, 중고품 매장들이 산뜻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중고품 전문 매장 하드오프(www.hardoff.co.kr)는 서울 암사동 1호점에 이어 지난 해 경기 분당과 광주에 2ㆍ3호점을 오픈했다. 컴퓨터, 오디오, TV 등 가전 제품과 악기, 골프용품, 카메라 등을 주로 취급한다.

중고품 판매는 물론 매입도 자랑거리. 고객들이 쓰던 물건을 갖고 오면 8만여 가지의 상품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해 이를 바탕으로 매입가격을 책정한다. 사무용 가구, 가전, 생활가구 등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리싸이클시티(www.rety.co.kr)도 고급화를 지향하는 백화점식 중고품 매장. 서울 강남 역삼점을 비롯해 강동구 고덕동과 성내동, 송파구의 문정동ㆍ석촌동 등 서울 시내 5개 직영매장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비영리재단 아름다운 가게 (www.beautifulstore.org)도 상업 공간은 아니지만 중고품 매장을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 장소로 업 그레이드해 중고품 판매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러한 반품이나 중고 상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지만, 한정 수량이기 때문에 금방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신제품의 구입이 현격하게 줄어든 탓에 반품이나 중고품 등 매입할 물건도 덩달아 줄어 들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하드오프의 김동필 부장은 “집안에서 불필요해 진 물건을 중고품 매장으로 가져오면 전문가들이 적절한 가격을 산정해 주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아직도 중고 물품을 가져와 팔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쓰던 물건을 돈 내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돈 받고 재활용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품 전문 사이트

* 반품닷컴(www.vanpum.com)
* 유니즈닷컴(www.uniz.co.kr)
* 반품럭셔리(www.vpluxury.com)
* 옥션(www.auction.co.kr)


▲ 중고품 전문 매장

* 하드오프(www.hardoff.co.kr)
* 리싸이클시티(www.rety.co.kr)
* 옥션 ‘우리들의 중고세상’(www.auction.co.kr/joongo)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0-06 11:5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