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탄생 견인했던 일등공신들, 여권 국정운영에 실먕하며 등 돌려

[한국의 40대] 40대, 盧 정권서 희망을 접다
정권 탄생 견인했던 일등공신들, 여권 국정운영에 실먕하며 등 돌려

한국의 40대는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가. 한국의 40대는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베이비 붐 1세대로 정치적으로는 유신독재, 경제적으로는 고도 성장기에 대부분이 중ㆍ고등학교를 다녔고,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한 세대다. 80년대 사회에 진출해 경제 주체로 안정적 지위를 구가하지만 97년 IMF 위기를 계기로 '사오정' (45세 정년) 처지로 내몰린 '위기의 세대' 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국의 40대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결정적인 힘을 보탰고,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였다. 그 40대가 요즘 그들의 정치적 선택에 혼돈을 보이며 철회 혹은 회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그들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 경제철학 등 국정 '잘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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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여론 조사 전문 기관에 의하면 한국의 40대는 모든 세대 가운데서 노무현 정권에 대해 가장 강한 실망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소장 김헌태)가 지난 10월 5일 전국의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인 40대가 전체 평균 60.5%보다 8% 가량 높은 68.8%였다.

모든 세대 중 최고치로 20대의 49.5%와 특히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이틀 뒤 리서치앤리서치(대표 노규형)가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40대는 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 대해 69.9%가 '잘못하는 편'이라고 응답해(전체 평균 62.3%) 20ㆍ30대의 56%대와 약 13%의 차이가 났다.

이처럼 40대가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과 관련, 9월 18일 미디어리서치(사장 김정훈)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40대는 '경제 정책'을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정책으로 꼽았다.

또 코리아리서치(대표 김덕영)가 9월 11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중 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에 대한 질문에서, 40대의 82.4%(전 세대 중 최고)가 '경제회복'을 지적해 '사오정' 세대의 그림자를 엿보게 했다.

미디어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같은 여론 조사에서는 각각 70.9%와 67.8%의 40대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전 세대중 최고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향후 1년 경제 전망'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40대는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57.6%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해 20대의 29.%, 30대의 45.0%와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같은 기관의 9월 21일의 여론조사에서 40대의 38.6%가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것보다 20% 가량 증가한 것이고 코리아리서치가 9월 22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올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40대 58.7%(전 세대 중 최고)가 '더 나빠질 것'으로 대답해, 40대의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당 지지도'에서 40대는 20ㆍ30대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10월 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0대는 한나라당 33.8%, 열린우리당 24.9%의 지지를 보여 친야 성향을 나타냈고, 20대는 열린우리당 32.0%, 한나라당 17.6%, 30대는 열린우리당 30.2%, 한나라당 21.3%로 여전히 친여 경향을 보였다(전체 평균치는 열린우리당 28.6%, 한나라당 27.2%).

10월 7일 리서치앤리서치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40대는 한나라당 31.3%, 열린우리당 15.9%로 20ㆍ30대의 친여 성향(열린우리당 32.4%-한나라당 14.8%, 열린우리당 28.2%-한나라당 22.6%)과 대조를 이뤘다.

현재 이념 정국의 현안인 '국가보안법 처리'와 관련해서는 모든 세대가 '일부 조항 개정'을 찬성했고, 특히 40대는 50.5%로 가장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대처 방안으로서 20ㆍ30대의 20% 이상이 '새 법으로 대체' 하자는 데 반해 40대는 '현행대로 유지' 하는 쪽에 무게를 둬 대조를 보였다.

'과거사 진상 규명'에 대해서도 20ㆍ30대의 84.1%와 72.6%가 '역사적 진실?밝혀져야 한다'며 적극 지지를 보낸 데 반해 40대는 57.0%만이 지지를 나타냈다. 나아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응답이 40.6%나 됐다. 민주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세대이면서도 정부가 주도한다는 점, '경제'문제보다 비중이 주어진 점 등에 대해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분석은 코리아리서치가 9월 22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중 과거사 진상 규명에 대한 질문에서 40대의 42.4%가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 반해 49.5%가 '국정 현안을 외면하고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 행정수도 이전 반대 60% 육박

여야가 첨예하게 격돌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10월 5일 조사에서 40대는 65,8%가 반대해 전체 평균 57.2%를 웃돌았고, 20ㆍ30대의 반대 성향(각각 44.8%, 50.9%)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리서치의 9월 18일 조사에서도 40대의 59.7%가 수도 이전에 반대를 나타냈고, 한국갤럽이 8월 7일 전국의 성인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0대의 59.7%가 행정 수도 이전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행정 수도 논란의 해법에 대해 코리아리서치의 9월 22일 조사에 따르면 '국민 여론을 다시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는 40대의 응답이 52.2%로, '국가 균형 발전 또는 국가 혼란을 막기 위해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45.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대 국회에 대한 평가'와 관련, 리서치&리서치의 10월 7일 조사에 따르면 40대는 '16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대답이 51.4%로 가장 높아 전체 평균(51.3%)에 근접했다. 그러나 20ㆍ30대와는 달리 '16대보다 더 못할 것'이라는 답이 25.3%로, '더 잘할 것'(16.6%)이라는 의견보다 높아 17대 국회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미디어리서치의 9월18일 조사에 따르면 40대는 찬성 64.5%로, 20ㆍ30대가 반대(각각 57.3%, 52.0%) 여론이 높은 것과 차이를 보여 '안보(반공)세대'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감'과 관련, 미디어리서치의 9월18일 조사에서 40대는 고건 전 총리(24.7%),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23.6%), 이명박 서울시장(9.0%)에 지지를 보내 20대의 박근혜(16.7%), 고건(16.3%), 정동영 통일부 장관(10.6%) 순, 30대의 고건(20.3%), 박근혜(12.9%), 정동영(10.5%) 순과 차이를 보였다. 40대가 정동영 장관(5.8%)보다 이명박 시장에게 더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은 이 시장이 경제인 출신이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서치앤리서치의 10월 7일 조사에서 차기 주자와 관련, 정동영 장관과 이명박 시장에 대한 비교 조사에서 40대는 이명박 시장 38.4%, 정동영 장관 23.8%의 지지를 나타냈다. 반면 20대(정동영 46.9%, 이명박 21.1%)와 30대(정동영 34.5%, 이명박 30.3%)는 정 장관에 더 높은 지지를 보내 미디어리서치 조사와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 경제 활성화 땐 지지도 반전 가능성도

최근의 여론 조사를 종합하면 한국의 40대는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여권의 정책에 비판적이며, 그러한 배경에 '경제'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0대의 경제 우선 경향은 정치권의 현안이 되고 있는 과거사나 국보법 논쟁, 수도권 이전 문제 등에서 이를 주도한 여권이 그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60년대 초ㆍ중고 시절 '새마을 운동'의 종소리를 기억하는 40대가 1997년 IMF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적 낙오자로 밀려날 수 있다는 공포를 경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노 정부를 비롯한 여권이 40대의 지지를 받느냐 여부, 또는 2007년 대선에서 재집권 할 수 있는가 하는 관건은 경제를 '발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한라당에 대해서 청신호인 것만은 아니다. 40대의 지지가 열린우리당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대여(對與) 반감이 가져 온 '반사적 이익'의 성격이 강하므로, 지지도는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정치ㆍ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 동시에 역사의 수레바퀴를 이끌 동력을 아직까지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 지금 시대의 격류를 힘겹게 가로지르고 있는 한국 40대의 자화상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0-14 15:03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