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랑' 끝내고 '세계 경영' 재시동 거나?정치·경제적 환경 변화로 귀국론 확산 사면 등 사법적 문제가 최대 걸림돌
[대우 해체 5년] 김우중 전 회장 귀국설 '솔솔' '세계 방랑' 끝내고 '세계 경영' 재시동 거나? 정치·경제적 환경 변화로 귀국론 확산 사면 등 사법적 문제가 최대 걸림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세계 경영’을 표방하면서 던진 화두다. IMF 이후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김 전 회장이 던졌던 화두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동시에 4년째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 전 회장의 귀국론도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학계에서 김 전 회장의 세계 경영이 재평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김 전 회장의 귀국론이 확산되고 있고,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제 김 전 회장이 귀국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서울대 경영학과 K교수는 “김 전 회장이 잘못한 부분은 비판하더라도 그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도전한 기업가 정신은 재평가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김 전 회장이 정치적 사형을 당한 만큼 이제는 그의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첨부 기사 참조) 이밖에 작가 안혜숙씨는 최근 김 전 회장의 인생 역정을 소설화한 ‘잃어버린 영웅’(찬섬 刊)을 출간, 그 같은 분위기를 추인했다.책은 조만간 영화화될 예정이고 대우의 퇴직 임원 모임인 ‘우인회’는 세계 경영 포럼을 결성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강연회를 열고 있다. 이처럼 김 전 회장이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고 그의 귀국론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과연 김 전 회장이 귀국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 재산 해외도피 등 파렴치범 낙인
그러나 김 전 회장이 막상 국내를 떠나자 그의 등뒤에는 해외비밀금융조직(BFC, 영국 런던 소재)을 통해 대우그룹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파렴치한 사기꾼의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그리고 2001년 5월, 김 전 회장은 총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9조2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대검 중수부에 의해 기소중지됐다.
이후 김 전 회장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수단 모로코 베트남 태국 등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전전하며 5년 가까이 해외에 머물렀다. 그 동안 장 협착증과 심장 질환 등으로 미국 등을 오가며 치료와 요양을 병행했고 현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대우의 몰락과 출국 배경에 대해 줄곧 침묵을 유지하다, 재작년 말 미국 포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코 부패를 꿈꿔 본 적이 없다”며 수면 위로 올라 왔다. 그 자리에서 그는 “1999년 당시 정부 고위 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고 귀국 후 대우차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해 한국을 떠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출국을 권유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99년 10월 해외 체류가 시작될 때부터 귀국 희망 의사를 밝혀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 전 회장은 2001년 대우 계열사 경영진이 줄줄이 사법 처리 당할 때 귀국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고, 재작년 11월말 대우그룹 분식 회계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에 대통령 선거 이전에 귀국하는 방안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금의 해외 도피에 대한 혐의를 벗지 못하고 사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전 회장의 귀국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귀국이 연기됐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 인사는 “정부로부터 사면을 받아야 하지만, 재벌 개혁을 주창하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자비를 얻기가 쉽지 않고 더욱이 대우 퇴출에 앞장 섰던 인사들이 경제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김 전 회장의 귀국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계열사 정상화 등으로 귀국론에 탄력 반면 최근 정치 및 경제 환경의 변화로 김 전 회장의 귀국이 머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에서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등 연세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이 연세대 총동문회장으로서 연세대 발전에 남다른 기여를 한 김 전 회장의 귀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우종합기계,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날, 대우자판 등 대우 계열사들이 최근 정상화돼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도 김 전 회장의 귀국론을 뒷받침한다는 해석이다. 과연 김 전 회장이 귀국으로 새로운 대우의 신화를 쓰게 될 지 아니면 영원히 빛바랜 김우중 신화로 남을 지, 대우 5년과 김우중의 그림자가 한국 경제에 깊숙이 드리워져 있다.
입력시간 : 2004-11-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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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