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권 "너 잘걸렸다"軍 "우릴 건드리지마"
[盧정권과 軍 '별의 전쟁'] 장성인사 비리의혹 파문 盧정권 "너 잘걸렸다" 軍 "우릴 건드리지마"
지난 10월 15일 단행된 군 장성 인사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 일로에 있다. ‘장성 진급에 대규모 비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괴문서가 뿌려진데 이어 창군 이래 처음 육군본부가 군 검찰에 의해 압수 수색당했는가 하면 육군참모총장의 사의 표명과 이의 반려 등 군 안팎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것. 여기에 ‘장성 진급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이 향후 수사폭을 육군본부 인사 담당 장성과 병사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군은 상당 기간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이번 군 인사 파문은 외형상 ‘괴문서’에서 촉발된 돌발성 사건으로 비쳐지지만 이미 상당 부분 예고된 일이었고, 향후 재연될 수 있는 뇌관들이 곳곳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예고된 일’은 군 개혁의 기치를 든 노무현 대통령과 윤광웅 국방장관의 ‘코드’ 행보이고, ‘뇌관’은 군 개혁이 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군과의 갈등 속에서도 일관성 있게 추진된 군 개혁의 흐름에 비춰 보면 명징해 진다. 상처로 남을 괴문서 진실게임
만일 수사 결과 비리 내용이 확인되면 육군은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되고 ‘개혁 폭풍’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반면 군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드러나지 않으면 그 부담은 내사를 지시한 청와대와 윤 국방장관 등 군 개혁 세력의 몫으로 돌아 간다. 그래서 군 검찰은 투서와 괴문서에 대한 수사를 관련 서류의 누락이나 변조 등 육군의 구조적 비리에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확인된 바로는 괴문서에 담긴 내용이 대부분 근거가 희박하고 투서 내용도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이에 군 검찰은 지난 11월 26~27일 육군본부의 인사 담당 핵심 장성 두명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괴문서에 오른 준장 진급 대상자들을 본격적으로 소환해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군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 담당 영관 장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음주 운전 등 진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가 고의적으로 누락됐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군 검찰이 27일 조사한 육본 근무 L준장이 괴문서에서 장성 인사의 핵심 인물로 거론됐던 세 명 중 한명이고, 26일 소환했던 J준장은 육참총장이 인사와 관련된 최측근으로 알려져 군 검찰 수사가 육본 최고 수뇌부로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육본은 군 검찰 수사에 방어막을 치며 장차 일전을 벼를 태세다. 특히 지난 11월 25일 윤 국방장관이 “괴문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발언과 남재준 육참총장 사의가 반려된 이후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군 검찰은 인사 기록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육본의 행정병들까지 소환 조사해 머지않아 수사가 확대될 지, 또는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갈 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육본 압수수색 배후는 청와대? 그러나 공교롭게도 괴문서가 뿌려진 11월 22일 군 검찰은 창군 이래 처음 육군본부를 압수 수색했다. 청와대는 “투서 내용에 대한 수사의 연장선에서 육본을 압수수색했을 뿐 괴문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괴문서가 뿌려진 날 오후에 육본을 급습(?)한 것에 대해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청와대 배후설’이 그 대표적이다. 군 관계자는 “권력 최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고서야 군 검찰이 육본을 압수 수색할 수 있느냐”며 “더구나 내용이 불분명한 괴문서를 가지고 그럴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군 검찰의 압수 수색이 시도된 다음날인 11월 24일 열린우리당측에서 철저히 수사하지 않을 경우 국정 조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청와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육군 장성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군 개혁을 내세워 ‘군 검찰 강화론’이 본격화하는 것에 대해 육참총장이 강력하게 반발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청와대가 군 검찰을 통해 군 수뇌부를 길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전혀 터무니 없는 얘기”라는 입장이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한 일은 음주운전 경력자가 진급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군에 이첩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 국방장관도 11월 26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육본에 대한 압수 수색은 ‘육본의 자료제출 거부 때문에 벌어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육참총장 갈등설 지난달 육군 준장 진급자는 모두 52명으로 이 가운데 합참 근무자는 5명, 국방부 근무자는 2명인데 반해 육본 근무자는 14명으로 월등히 많았다. 국방부와 합참은 장관의 영향력이 많이 미치는 곳이고 육본은 총장의 입김이 강한 곳으로, 윤 장관은 남 총장에게 재심을 요구했지만 남 총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 총장의 인사안은 원안 그대로 청와대로 이송됐고 ‘육군 우위’를 고수하려는 남 총장의 뜻은 관철됐다. 윤 장관 입장에선 남 총장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인사였다. 그러나 이번 장성 인사 파문은 두 사람의 개인적인 대립이나 육군(남 총장)과 해군(윤 장관) 간의 견제란 평면적 차원을 넘어 군 개혁 측면에서 청와대와 국방부가 육본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관련한 보고 누락 사건으로 물러난 조영길 전 국방장관 후임으로 윤 장관을 발탁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경질한 실질적인 이유는 ‘군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은 윤 장관에게 강도 높은 군 개혁을 주문했고 그 가운데 ‘3군 균형발전’은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근거하면 남 총장의 10ㆍ15 인사는 군 개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더욱이 남 총장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현 정부의 군 사법개혁, 문민화, 비무장지대(DMZ) 내 선전물 제거 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입장을 표출, 청와대 및 군 고위층과 갈등을 빚어오던 터였다. 따라서 군 검찰이 육본을 압수수색한 것이나 노 대통령이 남 총장의 사의를 반려한 것은 군 개혁의 신호탄임과 동시에 명분쌓기를 위한 숨고르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 검찰은 지난 11월 22~23일 육본에 대한 압수 수색을 전격 실시하면서 이번 준장 진급과는 관계가 없는 문서와 자료 등도 가져가 육본을 옥죄고 있다. 또 장성 진급 심사위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은 물론, 10ㆍ15 인사 과정에 관여한 영관급 장교와 사병들까지 소환 조사를 실시해 육본을 비롯한 군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
군 개혁·문민화 본격화 예고 이번 장성 인사 파문은 노 대통령과 윤 장관이 추진하는 군 개혁과 이에 저항하거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군이 충돌하면서 빚어진, ‘예고된’ 그리고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있는’ 사건의 일부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ㆍ국방부와 육본의 파워 게임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12-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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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