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카지노 허가로 국책사업·대북사업 재원 마련" 의혹 제기내년 관광기금 1,111억원 전입 예정, 남북협력기금 활용 가능성도

[카지노가 수상하다] 신규 카지노 수익금은 대북지원용?
정치권 "카지노 허가로 국책사업·대북사업 재원 마련" 의혹 제기
내년 관광기금 1,111억원 전입 예정, 남북협력기금 활용 가능성도


신임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과 노무현 대통령. / 오대근 기자

“관광공사에 카지노 운영을 맡긴 것은 참여정부의 국책 사업 및 남북 관광 지원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관광공사가 통일부에서 대출받은 남북교류협력기금 900억원을 갚을 길이 불투명해지자 카지노장 수익금으로 충당하려는 것이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10월 4일 문화관광부에서 열린 문감위 국감에서 문광부가 신규 허가 계획을 발표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3곳이 정부가 추진중인 국책 사업과 대북 사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그 근거로 노무현 정부가 급작스럽고 무리하게 카지노 사업을 추진한 정황과 “카지노 운영 수익금을 공익 목적(국민 복지 관광, 남북 관광 활성화 등)에 사용하겠다”는 정동채 문광부 장관의 발언한 것 등을 제시했다. 이에 정 문광부 장관은 “관광 공사에 카지노 운영권을 허가한 것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 투자한 남북협력기금 상환에 쓸 계획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책사업 재원 마련용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공익목적'의 한계 모호, 의혹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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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 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신규 허가 및 수익금과 대북 지원(관련) 의혹은 여전하다. 이는 카지노 운영 주체가 관광공사로 한정된 데다, 관광공사가 김대중 정부 때부터 금강산 관광 사업에 깊이 관여해 왔고 내년부터 남북교류협력기금 9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정 장관은 9월 3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추가 허가 방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카지노 이익을 공익 목적에 쓴다고 언급하면서 ‘남북 관광 지원’을 공익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 바 있다. 관광공사는 금강산 관광 사업에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으로부터 북한내 온천장, 문화회관, 온정각의 지분(각각 100%, 100%, 56%)을 인수하는 대가로 통일부로부터 대출 받은 남북 협력 기금 900억원을 지불했다.

현대아산 기획투자부 이제희 과장에 따르면 온천장, 문화회관, 온정각의 자산 가치는 한국감정원과 중앙감정평가법인에 의해 900억원으로 평가됐고, 남북협력기금 900억원이 현대아산을 통해 북측에 전달됐다는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대 평가에 따른 ‘북한 퍼 주기’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관광공사는 금강산 현지에 직원 2명만을 파견, 현대아산이 업무를 관장하다시피 해 900억원 대북 지원 의혹을 확산시켰다.

관광공사는 남북협력기금 대출 조건에 따라 관광 특구 및 육로 관광 실시 2년 후부터인 내년 9월부터 9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수입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재원마저 바닥나, 사실상 상환 능력이 결여된 상황이다. 관관공사 금강산사업팀의 이종린 팀장은 “내년 9월에 상환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 기간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북 교류 협력 기금 900억원을 갚을 길이 불투명해지자 관광공사가 카지노장 수익금으로 충당하려 한다”는 손 의원의 주장은 그래서 나온 셈이다.

관광공사의 기금 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2004년 카지노 사업자 부담금은 1,013억원, 2005년에는 1,111억원이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전입될 예정이다. 이 자금은 다른 재원과 통합된 후 사업비로 지출될 예정인데, 대북 사업 기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광공사는 2001년 6월 현대아산이 자금 부족으로 금강산 관광에 따른 대북 송금을 하지 못하자 현대아산과 컨소시엄을 구성, 남북협력기금 450억원을 북측에 제공한 바 있다.

관광공사가 신규 카지노의 운영 주체가 된 것을 둘러싸고 의혹과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16 17:0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