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꽃'을 피우는 컨벤션 기획자대형생사 유치 증가로 고용 유발 급증

[미래 유망직종 10] 미팅 플래너
국제회의 기획·홍보·관리 총괄 전문가

'세계화의 꽃'을 피우는 컨벤션 기획자
대형생사 유치 증가로 고용 유발 급증


장진원(오른쪽)씨는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방한을 성사시키는 등 국제회의전문가로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제화ㆍ개방화에 따라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 회의(컨벤션) 산업’이 21세기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회의 산업은 국제 사회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상호 정보 및 자료의 교류를 도모하는 지식 기반 산업이다. 각국의 기관 또는 법인ㆍ단체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일정 기간 이상 진행하는 국제 세미나, 토론회, 학술대회, 심포지움, 전시회, 박람회 등이 좋은 예다.

국제회의 산업은 단순한 회의 개최 뿐만 아니라 전시회, 스포츠, 문화 예술 등의 부대 행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부가 가치가 큰 미래 산업으로 ‘세계화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참가자 대부분이 각 국의 여론 선도층 인사로 개최국 도시의 국제적 위상 및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국제회의 유치ㆍ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회의 산업이 전세계 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그 영역이나 범위가 갈수록 다양화하면서 이를 기획ㆍ조정하는 국제회의 전문가(meeting planner:컨벤션 기획자라고도 함)가 각광받고 있다. 국제회의 전문가는 국제회의의 기획ㆍ홍보에서 참가자 등록, 숙박 및 회의, 전시, 관광, 사교 행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각 분야별로 관리 운영하는 전문인을 뜻한다. 현실적으로 협회나 기업에 소속돼 있을 수도,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독립 국제회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도 있다.

고르비·노태우 제주도 회동 성사시켜
장진원(37)씨는 국내에서 막 태동한 ‘독립 국제회의 전문가’로, 주로 의뢰인 등과의 계약을 통해 용역을 제공한다. 장씨의 경우는 국내에 국제회의 전문가라는 직업이 태동할 즈음인 2000년 2월 지인과 함께 미국을 들른 것이 계기였다. 그 곳 뉴욕타임즈 기자로부터 “한국엔 왜 국제회의 전문가가 없는가”라는 전혀 뜻밖의 질문을 받고 이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 1년여 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1년 11월, 한ㆍ소 수교(1990년)의 주역인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제주도 재회 행사를 성사시킨 것은 대표적인 예. 장씨는 2001년 5월부터 추진돼 온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방한 행사가 그 해 세계를 경악시킨 9ㆍ11 테러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고르바초프를 설득해 한국을 방문토록 했고, 러시아 진출을 추진중이던 국내 대기업과의 비공개 회의를 수차례 주선하기도 했다.

장씨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가 급증하고 국제회의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육성책이 발표되는 추세”라며 “국제회의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나가는 시대적 추세에 비쳐 본다면 국제회의 전문가는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직업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국제회의 산업은 2000년 ASEM총회, 2001년 한국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의 행사를 통해 활성화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고, 2003년 ‘국제회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부산에서 개최된 데 이어 2005년에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가 국내서 개최될 예정이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국제회의 유치건수 증가율은 14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3년 기준으로 국제회의 개최는 160건으로 세계 18위, 아시아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전시와 관련된 국제 회의의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시 산업으로 파생되는 고용 유발 효과는 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제회의 전문가에 대한 전망을 가늠케 하는 대목들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30 11:5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