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환수는 역사적 소명"해방 60년,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정기 바로세우는 데 의의

인터뷰-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
[끝나지 않은 친일 논란] "친일파 재산환수는 역사적 소명"
해방 60년,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정기 바로세우는 데 의의


친일파가 일제 때 소유했던 토지는 전국적으로 수백만 평,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에 이른다는 평가다. 최근 친일파 소유 토지에 대한 후손들의 반환소송이 증가하고 잠재적 소송 대상 토지와 친일파의 창씨(創氏)명 토지 등 친일파의 재산 실태가 추가로 발굴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인천 부평을)이 친일파 후손들에게 관련 토지들을 넘겨주는 것을 막기 위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환수 특별법’을 추진중이다. 16대 국회 때부터 특별법 제정을 위해 혼신을 기울인 최 의원을 만났다. 최 의원은 고대 법대를 나와 사시(27회)를 통해 법조계에 들어갔으며 초대 민선 부평구청장을 거친 2선(16ㆍ17대)의원이다.

국가재산 관리제도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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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변호사 시절인 1990년대 초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서울 상암동 난지도 일대 토지 소송을 의뢰받은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친일파인 송병준의 땅이었다. 승소하면 15만 평을 주겠다는 엄청난 제의가 있었지만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닌데 변호사로서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관련 서류들을 내팽겨친 이후 줄곧 문제 의식을 가져왔다. 그러던 중 2003년 지역 유지분이 현재 미군 부지가 있는 인천 부평의 2만여평 토지의 활용에 대해 상의해온 적이 있는데 그 토지가 송병준의 땅인 것을 알고 친일파 후손에게 그 땅이 넘어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특별법을 추진하게 됐다. 16대 국회 때는 친일진상규명법에 가려 자동 폐기됐는데 민족문제연구소의 용역 결과 등을 참고해 새로 보완, 입법화했다.

- 새 특별법의 의의는.
올해는 해방 60주년, 을미조약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현실은 친일파의 토지 반환 소송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입법적 미비와 구태를 답습하는 재판부 판결로 친일파에게 토지가 넘어가는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새 특별법은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하고 우리 민족을 탄압한 반민족 행위자가 치부한 재산을 국가의 소유로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친일파의 재산을 몰수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있다.

-일각에서는 특별법이 헌법상의 재산권 보호 규정, 소급입법 제한 규정에 반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우리 헌법은 3ㆍ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데 헌법 정신에 비춰보면 일제에 부역한 반민족행위는 헌정질서 파괴행위다. 그러니 친일파가 반민족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정의에도 현저하게 어긋난다. 1948년 제헌헌법이 부칙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근거 규정을 준 것은 그러한 취지다. 소급입법 제한은 법적안정성을 위한 것이지만 헌법상 절대 규정이 아니다. 오히려 헌법정신과 국민적 합의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반민족행위자가 매국 행위로 취득한 재산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 특별법 적용을 받는 친일파의 범위는.
모든 친일파가 아니라 이른바 ‘매국형 친일파’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협력해 일본 정부로부터 훈작을 받거나 을사보호조약(1905년)이나 정미7조약(1907년)의 체결을 주창한 대신 등 고위공직자와 친일진상규명법에 따라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자에 국한된다.

-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보완될 부분이나 ‘과제’가 있다면.
국가재산관리제도와 국가송무제도의 전면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친일파 후손들은 전문적인 토지브로커, 변호사 등과 결탁해 토지를 찾아가는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비전문가가 대부분이고 적극성도 그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 또 정부는 매국형 친일파와 이에 준하는 400~500명에 대한 진상조사와 일본인 명의, 창씨 명의 재산 목록에 대한 전면조사를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1-27 16:2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