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추진력으로 별을 따다비고시 출신 첫 세제실장, 엘리트 틈바구니서 '세제 전문가' 인정 받아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인터뷰
[9급 공무원, 신화를 꿈꾸다]전문성과 추진력으로 별을 따다
비고시 출신 첫 세제실장, 엘리트 틈바구니서 '세제 전문가' 인정 받아


재정경제부의 핵심인 세제실장은 9급 공무원 출신인 이종규씨(57)씨다. 비고시 출신이 세제실장이 된 것은 재경부 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9급 공무원이 엘리트 관료들이 즐비한 재경부에서 1급까지 오른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일. 이 세제실장의 승진은 하나의 ‘값진 사건’ 일 뿐만 아니라 재경부를 비롯한 전체 공무원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다.

이 실장은 1947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65년 홍성고를 졸업하고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인천세무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무부 세제실로 자리를 옮겨(74년) 사무관과 과장을 지낸 뒤 성남 세무서장(94년)을 지냈다. 74년 국세기본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초까지는 주로 부실 기업 처리와 관련한 세제 문제를 다뤘다. 82년에는 장영자 금융 사기 사건에서 비롯된 금융실명제의 기초를 닦는 데 참여한 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88년 금융실명제 추진에 관여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금융실명제를 실시(93년 8월)한 후 문제가 발생하자 실명제팀에 합류해 보완책을 마련했다. 90년 초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났을 때는 부동산실명제, 토지초과이득세 등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74년부터 94년까지 재경부와 국세청의 주요 부서를 세 차례 맡은 이 실장은 세제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 받았다. 때문에 세제 분야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될 때는 항상 차출돼 주요 정책과 법안의 기초를 마련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가는 곳마다 일이 많았지만 경중에 관계없이 성실하려고 노력했고 새로운 일, 남들이 하지 않은 일들은 관련 자료를 찾고 내 나름대로 해법을 찾는 가운데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96년 재경부 세제실 소비세 과장으로 컴백, 소득세과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세제를 다루어 오던 중 부동산투기대책반에 투입돼 김진표 단장(현 교육부총리)과 함께 토지 공개념, 택지 상한제 등을 도입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98년 국세청 법무담당관(부이사관)으로 발탁됐을 때는 생소한 국세청 관련 소송을 전담해 그 동안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세제에 관한 전문성을 발휘, 종래 70% 미만이던 승소율을 80%대까지 까지 끌어올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중부청 세원관리국장(2000년), 조사 2국장(2001년), 본청 전산정보관리관(2002년)을 거쳐 지난 2002년 대전 지방 국세청장으로 승진했다.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재경부 인사 교류를 통해 재산소비세 심의관(2003년)으로 김진표 경제팀에 합류, 참여정부 탄생과 함께 불거졌던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입법 작업, ‘10ㆍ29 부동산 투기 대책’ 등 굵직 굵직한 현안을 추진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3월 공석인 세제실장 인사 과정에서 명문대와 고시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지 40년 만에 1급인 세제실장에 올랐다.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재경부 세제실, 국세청에 근무한 경력과 ‘이론과 실무’를 겸비,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발휘한 이 실장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실장은 40년 공직 생활에서 79년 세제에 관한 전문성을 키우는데 발판이 된 사무관이 됐을 때와 85년 요즘도 세제를 공부하는 학생 및 공무원들의 주요 참고서가 되고 있는 책 ‘법인세법 해설’을 발행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말한다. 30년 넘게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 실장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공무상 하찮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 하고 자기 개발의 노력을 기울이면 특화된 ‘전문성’을 터득하게 되고 어느 누구로부터도 인정받게 된다”며 스스로 ‘실력’을 갖추는 것이 공무원의 도리이자 성공의 요체임을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3-09 14:0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