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누드, 디카·폰카 대중화로 노출 욕망 확산

[셀프누드 열풍] 노출 불감증 "내 알몸을 봐"
세상 밖으로 나온 누드, 디카·폰카 대중화로 노출 욕망 확산

‘몸은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디지털 혁명이 세상을 하루가 다르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보수적인 한국의 성 관념마저 뒤바꿔버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등장,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의 대중화 등의 추세에 따라 알몸은 더 이상 감춰둘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관음증과 노출증은 정신병적 현상보다는 이제 당당한 성적 취향으로서 더 강하게 다가온다.

연예인, 누드 모델, 포르노 배우 등 특정 영역에만 머물렀던 상업적인 누드가 일반인 대상으로 확대됐다. 알몸, 즉 누드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누구나 쉽게 카메라 앞에 옷 벗는 세상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몰카든 셀카(셀프 카메라)든 이미 통제 불가능의 상황이 된 누드불감증 시대 속으로 들어가 봤다.

잠자는 부인·애인 누드 공공 노출
셀프 누드의 치열한 각축장은 인터넷의 성인 커뮤니티.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성인 포털 사이트 S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콘텐츠는 노출증 관련 인터넷 카페와 사진 갤러리다. 이곳엔 순도 100%의 일반인 누드 사진이 매일 수십, 수백 장씩 올라온다.

물론 아직은 대부분의 누드 사진이 익명성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노출증 인터넷 카페의 정회원이 될 경우 간혹 얼굴이 살짝 공개된 누드 사진도 볼 수 있다. 일반인의 누드 사진은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셀카와 몰카(몰래 카메라)로 나뉜다.

사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일반인 누드는 몰카 중심이었다. 엄연한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몰카는 엿보기 욕망이라는 당당한 구호에 힘입어 아무 거리낌 없는 행위로 희석됐다. ‘O양 사건’이 제기한 것은 관음증 사회라는 심각한 후유증만은 아니었다. 모방에의 참을 수 없는 호기심 역시 충동질했다. 하지만 적어도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의 대중화 이전까지는 말 그대로 성적 환상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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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와이프 XX 몰래 찍은 것. 들키면 죽음입니다’라는 식의 글들은 인터넷 성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유형 중 하나다. 갈수록 소형화되고 첨단화된 디카와 폰카는 남성들에게 애인과 부인의 누드를 몰래 촬영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알몸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욕망이 꼭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성인 남녀라면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을 디카와 폰카는 ‘뭔가 찍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더 이상 찍을 것이 없다는 불안감’마저 유발하는 시점까지 왔다. 인터넷 미니 홈피, 블로그 등 웹상의 발전과 함께 상업성이 노골화된 화상 채팅이 단짝으로 붙어있다.

방문객을 늘리고 눈길을 끌기 위해 찍어 올리던 셀카는 섹시 컨셉에서 자연스레 누드까지 확대돼 나갔다. 실제로 파격적인 공공 노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한 남녀 커플은 네티즌의 반응이 자신들을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화시켰다고 고백했다. “처음엔 남자 친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막상 인터넷에서 내 누드사진을 확인하고, 흥분된 리플들이 줄줄이 달려 있는 것을 보니까 묘한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30대 초반인 이 여성은 그렇게 침실에서 시작해 식당, 커피숍에서부터 심지어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에서까지 성기를 드러내고 누드 사진을 찍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남자 친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의 알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에 담아 내고 공개하는 셀프 누드 마니아로 변모해 갔다고 말했다.

화상채팅은 라이브 포르노
셀프 누드의 대중화는 웹캠의 보급과 더불어 사회 문제를 일으켰던 음란 화상 채팅에서 이미 예견됐던 바다. 텍스트기반으로 이뤄지던 음란 채팅은 웹캠과 함께 1인 라이브 포르노 시대를 열었다. 누드는 물론이고 자위 행위 등을 서슴없이 공개한 소수의 여성, 일명 ‘쇼 걸’들은 누드 불감증을 확산키는 데 1등 공신이 된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왕성히 활동 중이다. 특히 유료 음란 화상 채팅이 출현하면서 알몸도 보여 주고 돈도 버는 형태로 진화했다. 셀프 누드를 권유하는 사회와 알몸을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XX팅이라는 유료 음란 화상 채팅 사이트의 경우, 여성들을 대상으?셀프 누드 사진을 올리는 누드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다.

2003년 한 스포츠신문의 온 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6%가 셀프 누드를 찍고 싶다고 답했다. 이런 호기심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공개된 연예인 누드 열풍으로 인해 누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 연예인도 누드를 찍는데 나라고 못 찍을 것이 뭐 있느냐는 식의 안도감은 물론 용기까지 준 것이다.

음란 화상 채팅으로 월 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하성란씨(가명, 24) 역시 셀프 누드 마니아였다. 그는 호기심에 인터넷에 폰카로 찍은 누드 사진을 올려 놓던 중 우연히 화상 채팅을 알게 됐다고 한다. “솔직히 처음엔 남자들 반응이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연예인 누드가 몇 억을 번다는 뉴스를 보니까 괜히 부럽더라고요. 화상 채팅 사이트에서 유혹하는 쪽지도 계속 날아 들구요. 재미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수입이 좋아서 요즘엔 반 직업이 됐죠.”

에로 배우 매니지먼트사인 나은엔터테인먼트의 이경민 대표의 전언은 더 적나라하다. 이 대표에 따르면 연예인 누드 붐 때문인지 누드를 찍겠다며 스스로 찾아 오는 대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여성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미팅 현장에서는 셀프 누드를 찍어 핸드폰 속에 저장해 뒀다 상대에게 보여 주기도 한다. 여기엔 단순 누드뿐만 아니라 성기 등을 클로우즈 업 한 사진도 섞여 있어, 상대방의 입을 다물지 못 하게 한다는 것이다. 간혹 몇몇은 한 술 더 떠, 상황이 무르익으면 사무실에서 가슴 등 알몸을 직접 보여주기까지 한단다.

사진 작가 J씨는 요즘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무료 누드 사진을 찍어 주고 있다. 올 하반기쯤 열릴 사진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처음엔 모델료를 아끼기 위한 방편으로 누드를 촬영할 수 있는 여성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사실 당시만 해도 성패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알음 알음 소개를 받아 온 여성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젠 모델 구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여성들이 J씨에게 흔쾌히 누드 촬영을 허락하는 덴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눈으로 이미 촬영된 사진의 작품성을 확인했고, 더구나 모델이 되면 예술로 승화된 자신의 누드 사진을 공짜로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 중
셀프 누드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불러도 손색없게 됐다. 우리 사회의 셀프누드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알바형, 과시형, 모델형, 희생형이다.

알바형은 반직업적 형태로 성 취향과 관계없이 자신의 몸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경우다. 유흥가 접대부나 성 매매보다는 누드 촬영이 그나마 낫다는 인식이 있다. 연예인 누드의 대중화로 부담감이나 죄책감도 많이 사라졌다. 여대생에서부터 유부녀까지 그 대상이 폭 넓고 다양하고 모바일, 인터넷 누드 촬영이나 유료 화상 채팅 등의 분야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작업의 특성상, 유료성인 화상채팅 아르바이트 등의 영역에 국한되기 일쑤다.

과시형은 얼짱, 몸짱 열풍에 기인한 우리 시대의 노출증이라고 할 수 있다. 돈벌이와 상관없이 셀프 누드 사진을 찍고 보여 주면서 자기 만족의 세계에 빠지는 것이다. 화상 채팅에 중독된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모델형은 누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동경을 갖고 있는 신세대 젊은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한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몸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논리다. 이들은 은밀하게 스튜디오를 찾아 온 뒤, 오히려 돈을 내고서라도 자신만의 누드를 남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섹시한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유형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희생형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단지 남자 친구나 남편 등의 권유로 인해 누드 이미지를 남기는 여성이다. 이들 중 일부는 셀프 누드나 노출증의 쾌감에 동화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셀프 누드뿐만 아니라 일반인 누드는 앞으로도 더 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누드와 결부된 상업이 더욱 노골화될 것이고, 성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 역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성인 콘텐츠 제작사인 컨텐츠마인의 송승찬 대표는 “셀프 누드나 일반인 누드는 더 이상 특이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 누드는 상업 누드와 비상업 누드로 구획 지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셀프 누드에 대한 욕망이 에로와 포르노라는 상업적 영역으로 흡수품킬? 누디즘이나 내추럴리즘 등 자연주의라는 순수이념의 영역으로 각각 나뉘어 전문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인 문화 평론가 김창환씨는 셀프 누드가 성인의 테두리를 떠나 청소년 등에게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는 “교복을 입은 채 치마를 걷어 올리는 노래방 동영상, 중고생의 음란 화상 채팅 동영상 등이 버젓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디카, 폰카, 웹캠이 범람하는 이 시대. 셀프 누드까지 범람할 조짐을 보이는 요즘, 디지털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새삼 요청되고 있다.

황영석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3-23 16:05


황영석 객원기자 dicalazzi@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