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혁신 성공의 조건은 평가 시스템과 서열문화 깨는 의식개혁

[행자부는 혁명 중] 제도 개선 만큼 동기 부여도 중요
조직혁신 성공의 조건은 평가 시스템과 서열문화 깨는 의식개혁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조직혁신의 로드맵은 ‘평가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공직자들에게 권한을 주되 철저한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번 행정자치부의 기업형 본부-팀 시스템 도입에 이어 정보통신부도 실ㆍ국장을 대상으로 CEO(최고경영자)미션(Mission)제를 개발한 것은 평가를 중시하는 정부개혁 로드맵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계급제 조직문화가 뿌리깊은 정부 부처에서 수평적 직무 형태인 팀제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특히 혁명적이라 할 행자부의 팀제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들은 무엇인가.

진재구 청주대 교수(행정학)는 “행자부 팀제 실험의 성패는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근본적 변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진 교수는 “과거 참모 역으로 설계된 차관보를 사실상 계선 기관으로 운영하는 관행이나, 발탁 인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복수직급제가 되레 계급의 세분화를 통한 연공서열 공고화 수단으로 둔갑했던 것은 제도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계급을 중시하는 관료 조직 문화 탓”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서열문화를 극복하는 의식 개혁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보다 평가자 능력이 관건
이번 행자부 실험 성공의 또 하나의 조건으로 제도보다 평가자의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진 교수의 판단이다. 즉 임명권자가 조직 구성원에 대한 파악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장ㆍ차관의 임기가 너무 유동적인 것이 평가 시스템의 큰 구멍이라는 것. 결국 본부-팀제의 기업식 조직이 성공하려면 인사권자의 임기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 공무원 신분 보장을 완화할 퇴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병섭 서울대 교수는 행자부 실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민간 기업처럼 팀에 대한 구체적 태스크 부여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고 한다. 특히 중앙부처의 정책 업무는 타 부처와 협력해서 추진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것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김 교수는 MBO(목표관리경영)의 획일적 적용엔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번 실험이 직업의 안정성을 크게 흔든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는 단점이자 실험이 노렸던 바”라고 진단한 뒤 “계급제 조직문화와 갈등 탓에 생기는 부작용은 팀장의 운영의 묘에 달렸다”고 평가한다. 김 교수 역시 제도보다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20년 경력의 계장들이 갓 들어온 후배 공무원들과 졸지에 같은 일과 권한으로 경쟁하게 된 상황에 대해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대학 교수의 경우 서로 연배차가 엄청나게 나는 경우가 있지만 수평적 관계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계급중심의 조직 문화를 민주적, 수평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과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서는 공무원들도 해당 분야 전문가로 대접 받기 위해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조언이다.

전공노 "팀제는 검증 안 된 시스템" 비판
한편 강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서형택 정책실장은 “소위 팀제는 사회 공공성 확보나 실질적 행정서비스 제고에서 검증된 바 없는 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전공노는 “최근 정부 개혁 로드맵은 직업 공무원제를 없애려는 전(前)단계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실국장급 공무원을 범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고위 공무원단제’와 정원관리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총액인건비제’가 올 6월 시행되면, 행자부의 ‘나홀로’ 본부-팀제와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4-14 15:55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