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도 고객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요소 척결, 팀제는 상징적 출발점

[행자부는 혁명 중]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인터뷰
"공무원 조직도 고객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요소 척결, 팀제는 상징적 출발점


정부 부처에 혁신바람이 거세질 태세다. 진앙지는 기업 형태의 ‘팀제’를 도입, 조직혁신에 들어간 행정자치부다. 철밥통, 또는 무사안일로 표현돼온 공무원 조직을 고객만족형 기업조직으로 일대 혁신을 꾀한다는 야심찬 도전이다.

팀제는 기존 부서장-국장-과장-계장-직원 등 5단계의 계층구조를 본부장-팀장-팀원의 3단계로 줄여 행정서비스의 신속성을 기하고 공직사회의 경쟁을 유도해 정책 개발 등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행자부의 조직개편안은 헌정 60년 만에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그 성패가 주목된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재임때부터 ‘혁신 전도사’로 소문이 났던 오영교(57) 장관이 올 초 행자부 수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행자부의 행정을 성과와 고객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정부혁신의 모델하우스’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4월7일 저녁, 오영교 장관을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정부혁신의 실체와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팀제를 중심으로 한 조직 혁신안을 시행한 지 한달 가까이 되가는데 공무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행자부 공무원들은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현재 진행중인 조직개편이나 인사 등 혁신안에 대해 수용도가 매우 높다. 물론 일부에서 혁신적인 변화에 적응이 더디지만 그것(혁신안)이 바른길이라는 데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 조직에 대해서는 ‘철밥통’ 이니 ‘무사안일’ 같은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팀제’ 도입과 관련이 있나.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공직사회는 열심히 일하는데 그에 비해 성과는 매우 적다는 생각이다. 일하는 방식이 전근대적인 부분이 적지 않고 기관장을 비롯해 일하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 시스템 자체에 낭비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조직만 해도 뿌리 깊은 계급제 속에서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경직돼 움직인다. 정책이나 제도도 국민에게 베푼다는 식의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고객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에는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다. 의사결정ㆍ보고ㆍ업무처리 방식 등 모두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팀제는 상징적인 출발점이다.

-팀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들이 KOTRA 사장 재임 중에 시도했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KOTRA와 정부 조직은 성격이 다른데 적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성공할 것으로 본다. KOTRA나 정부나 똑 같은 서비스 기관이다. 다만 목표와 대상이 다를 뿐이다. KOTRA가 기업의 해외 마케팅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서비스 기관이라면 정부는 정부의 기능을 통해 국민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적 기능이 중심이 될 뿐이다.

-팀제의 핵심 사항중의 하나가 성과주의인데 정부가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중장기 정책이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팀제는 책임행정이다. 팀장이 자기 책임을 갖고 일해야 하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개발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고 정책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일을 더 잘해야 하니까 선의의 내부경쟁이 유발된다. 내부경쟁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정책개발을 계속 불러일으킨다. 팀제로 인해 오히려 보다 나은 중장기정책이 나올 수 있다.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나 성과 중에는 계량화 해 평가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 팀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물론 계량화만으로는 안 된다. 대개 계량평가는 60% 내외이고 나머지는 정상평가로 갈 수 밖에 없다. 예산부는 예산을 얼마나 ㅄ윰캡?계량화 할 수 있고 지원기능이 주 임무인 옛 총무부는 계량평가에 한계가 있어 내부 고객, 즉 각 팀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정성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평가에서 업무의 개념을 정리하고 그 지표를 정하는 것이 어렵지 어떤 일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팀제가 조직간에 위화감을 조성해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거나 공무원 조직에 중요한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는데.
△선의의 내부 경쟁을 위화감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팀장은 그러한 팀원 간의 문제를 조율할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내부경쟁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킨다고 본다.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 운운하는 것은 공급자 위주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무원은 자리를 보전하기에 앞서 자신의 책무와 왜 존재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고객을 위한 길이라면 어렵더라도 그 길로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혁신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효율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지난달 첫 팀장 공모 결과 특정 부서 경쟁률이 높았는데 성과를 내기 쉬운 부서에만 몰린 다는 지적과 함께 팀원 선발에서 고시 출신자를 선호해 인사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어느 부서에건 거기서 일을 잘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정 부서가 점수 따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행자부에 고시 출신은 30%도 안 된다. 팀원 선발에서 이들을 먼저 다 뽑고 나머지를 뽑는 식이 아니다. 누구든 1, 2, 3 지망을 내면 받는 쪽에서 적합한 사람을 뽑는 형식으로 고시 출신이 특별히 우대 받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선발이 계급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계급이 보직과 연결되는 것은 차단하겠다. 또 ‘고참=주요 보직’이라는 등식도 파괴할 것이다.

-보직을 받지 못한 공무원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공무원들 사이에선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구조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보직을 받지 못한 공무원에게는 별도의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할 기회, 연구할 기회를 주고 그 과정을 마치면 새로운 자리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팀제는 계층적으로 쉬고 있거나 부적합한 곳에 있는 인력을 적정한 곳에 배치, 각자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해 능력의 합(合)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 자리에서 잘라내는 구조조정과는 전혀 다르다.

-팀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 인사시스템이 전제되야 한다고 보는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평한 인사를 위해서는 인사청탁이 없는 객관적인 제도, 시스템에 의해 인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성과ㆍ프로세스ㆍ고객ㆍ성장 등 4가지를 요소로 하는 평가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조직 혁신과 관련해 앞으로의 타임스케줄은.
△6월말까지 혁신을 통합적으로 이끌어 갈 통합혁신시스템(업무처리 시스템과 고객관리 시스템(CRM), 그리고 이 둘을 종합해 평가하는 평가 시스템(BSC)으로 구성)을 완성하고 9월까지 시험작동과 보완을 거쳐 본격 가동해 연말쯤 완벽한 평가가 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48년 생. 고려대 경영대, 행시 12회, 국세청 사무관, 주일 상무관,상공자원부 중소기업국장, 중소기업청 차장,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 산업자원부 차관, KOTRA 사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혁신관리전문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부혁신특별보좌관, 행정자치부 장관(현). 저서 <일본 통산성의 실체>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등.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4-14 16:0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