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지는 토종자본 육성론,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대책마련 시급

[외국계 자본, 약? 독?] 국내자본 역차별을 풀어라
목소리 커지는 토종자본 육성론,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대책마련 시급

2004년 10월말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외국계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총 자산 기준 21.8%(270조원)에 달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제일, 한미, 외환 등 3개 시중은행이 외국인 손에 넘어간 탓이 크다. 외국인 손에 넘어간 은행들은 수익률을 앞세워 기업 금융을 줄이는 등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대형 빌딩들도 외국계 자본에 속속 넘어가고 있다. 부동산투자 자문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서울의 빌딩 가액은 2조7000억 원대에 이른다. 이 중에는 스타타워, 파이낸스센터, 서울증권 빌딩, 노스게이트타워 등 알짜배기들이 다수 포함됐다. 외국계 자본이 빌딩 투자를 통해 얻은 차익과 임대 수익 등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업계 분석이다.

외국계 자본들이 대박을 터뜨리는 분야는 다양하다. 은행 인수, 부동산 투자, 기업 인수합병 등 큰 수익이 나는 곳에는 다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국내 경제를 쥐고 흔드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토종 자본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관계 법령이 마련돼 본격 설립되기 시작한 사모펀드(PEF)는 토종 자본의 선발 주자 격이다. 론스타, 칼라일 등 외국계 사모펀드의 독주에 제동을 걸자는 취지에서 출범한 국내 사모펀드는 그러나 아직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 최근 1조원이 넘는 규모를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보고 펀드’가 있기는 하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또한 연초에 잇달아 설립된 사모펀드들도 규모가 작은 게 취약점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본의 역차별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발언이 정부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심심찮게 흘러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요지는 외국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목이 묶여 있던 국내 자본을 정책적으로 육성한다는 것. 지난 2월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투기 자본 대책에도 이 같은 방침이 포함됐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제약에 걸려 국내 자본이 멀뚱히 쳐다보는 사이에 외국 자본들이 돈 되는 분야를 독식한다는 것이다. 기업 M&A 시장에 나온 우량 매물이 외국계 자본에 속절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출총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자금 동원력 면에서 결국 대기업이 토종 자본의 대표 주자가 될 수 밖에 없을 텐데 현실적으로는 제약 요인이 많다”며 “어떤 것이 토종 자본을 키워 국가 경제를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이 될지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병익 KDB앤파트너스 사장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대우건설, LG카드 등 우량 기업도 자칫하다 외국인 손에 넘어갈 공산이 있다”며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은 이제 풀어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4-27 17:1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