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은 300년 후에도 빛날 문화 남기는 일"'역사회복' 소명 의식으로 추진, '청계천 리더십' 신조어 만들어지기도

[청계천의 부활] 이명박 서울시장 인터뷰
"청계천 복원은 300년 후에도 빛날 문화 남기는 일"
'역사회복' 소명 의식으로 추진, '청계천 리더십' 신조어 만들어지기도


청계천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복판, 역사를 가로 질러 온 청계천이 오랜 침묵을 깨고 생명의 숨소리를 다시 담으면서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 청계천이 깨어나고 서울이 서울답게 바뀌면서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를 넘어 동북아의 중심축으로 기지개를 편다.

청계천을 되살려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대역사의 중심에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2002년 7월 제 32대 시장으로 취임,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한 ‘청계천 복원’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했다. 그 바탕에 뚝심의 추진력과 함께 ‘청계천 리더십’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그만의 합리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이명박 시장을 만나 청게천 복원의 의의를 들어봤다.

범람 대비 등 과학적 안정성에 주력

- 청계천 공정률이 94%에 달하고 10월1일이 준공식인데 앞으로의 주요 스케줄을 밝힌다면.
청계천 복원사업은 6월 초면 사실상 공사를 마무리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10월1일 준공식을 할 예정이다. 공기를 23개월 만에 끝내 4개월을 단축한 셈인데 주변 상인과 시민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조경공사를 비롯해 6월에서 9월까지 우기에 대비한 장마철 홍수조절, 수질관리 등 시험가동을 통해 하천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등 완벽하게 마무리를 할 계획이다.

- 청계천 복원의 키 워드(key word)를 말한다면.
청계천은 태종 때 개착해 영조 때 대규모로 개천 공사를 벌였는데 그 기간이 300년에 해당된다. 또 영조이후 현재 복원 공사까지 300년 가까이 된다. 이번 공사는 몇 백년 가는 공사이기 때문에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인, 공무원에게 ‘역사 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 의식에는 역사와 문화, 환경, 경제 등 모든 게 포함된 개념인데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런 소명 의식을 갖고 일을 해 재시공을 지적해도 기꺼이 응해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역사 문화재(문화)를 복원하고 오늘의 시대에 맞는 문화를 가미해 300년 이후에도 남을 수 있는 문화를 남기는 것이다. 옛 교량을 복원하고 최신 시대에 맞는 교량을 세우는 것은 그러한 예다.

특히 하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과거에는 청계천이 범람하면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지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청계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고 과학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기술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기술도 활용했다.

- 최근의 청계천 복원까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초기에 22만명의 상인과 1,500명의 노점상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 분들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어떤 보상도 없이, 그리고 구두로 약속을 하다보니 합의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어려웠다.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인내가 있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이 최우수 시행자상을 수상했는데 청계천 복원에 대한 발상, 사회 갈등 해소가 수상 이유였다. 심사위원들은 세계 각국이 이해집단의 요구에 밀려 엄두도 못낼 일을 시도했고. 가장 어려운 부분(갈등)을 극복해 낸 것을 평가한 것이었다.

나를 믿어준 22만명의 상인에 감사

- 그런 때문인지 상인들을 포함한 반대 세력과 합의가 이뤄진 뒤 ‘청계천 리더십’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는데.
모르시는 분들은 합의가 불도저 식으로 밀어 부쳐서 이뤄낸 것이라고 하는데 상인들이 밀어 부쳐서 될 분들인가. 야당 시장이어서 경찰력을 동원할 힘도 없어 민주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민주적 방식으로 설득을 하니 그러한 과정에서 신뢰가 생기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22만명의 상인을 개별적으로 설득시킨 것이 아니라 22만명의 상인이 시장 한 사람을 믿게 했다. ‘이명박 시장은 말로 하지만 약속을 지킬 것이다. 2년만 참으면 될 것이다’ 하는 믿음을 준 것이다. 당시는 전북 부안에서 핵폐기물 저장 시설 건립 저지 시위가 벌어지던 때여서 22만 상인이 반대 시위에 나섰을 때 어려움이 더했는데 결국은 합의를 이뤄냈다. 민주적 방식은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언론에서 이를 두고 ‘청계천 리더십’이란 표현을 한 것 같다.

- 청계천 복원 후 가장 큰 변화, 또는 기대하는 것은.
처음 기대한 것보다 더 큰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적 효과로 나타날 것이고 다음에 생활과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고가도로가 사라지고 청계천이 흐르면 사람이 밝아지고 도시 대기의 흐름도 달라져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효과의 경우 청계천 복원과 함께 인근지역에 21세기 첨단 시설이 들어서고 금융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서울이 경제 중심지가 되고 동북아의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청계천에 맑은 물이 항상 흐를 수 있는가’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입장은.
시민들께서 ‘맑은 물에 고기가 노닐 수 있는가’ 하는 정서적ㆍ감성적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1년 중 홍수가 날 때는 수위가 올라가지만 그 외에는 같은 수심으로 365일 맑은 물이 흐르게 될 것이다. 물은 자연수와 한강수를 공급하는데 특히 한강수는 1급수에 가까운 깨끗한 물이 공급돼 전체적으로 건강에 전혀 해가 없이 안전하고 어린이와 노인이 여름에 세수를 해도 괜찮을 정도가 될 것이다.

- 청계천 복원으로 문화적 환경도 획기적으로 새로 조성되는 것으로 아는데.
청계천 복원이 완료되면 강남북과 동서로 녹지축이 형성돼 관광벨트가 확산되고 청계천의 시점에 2,000여평 규모로 조성되는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그밖에 청계천 문화존(ZONE), 청계천 수변무대 등 다양한 관광명소가 조성될 것이다.

도심 교통 걱정 안 해도 될 것

이명박 시장이 2004년 수상한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대상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 청계천 복원으로 도심 교통난을 우려하는 소리가 있는데.
오히려 교통 소통은 좋아질 것이다. 청계천 배후에 자동차가 없더라도 걸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돼 도심 교통 소통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에서 청계천 복원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평가받고 있는 것인가.
일본과 유럽 선진국엔 차이가 있다. 일본은 수도인 도쿄에 고가도로가 있는데 영원불변한 것으로 사람이 맞춰서 사는 줄 알았는데 서울이 고가도로를 들어내고 삶의 환경을 바꾼 것을 보고 언론, 시민, 학계 등에서 청계천의 사례를 앞다퉈 다루고 있다. 도쿄대에는 연구팀이 생겨 본격적인 연구 중에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도심의 환경 복원이 21세기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 갈등 문제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서울이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가능하게 바꿔 놓으니까 종합적인 검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청계천 복원은 뉴타운, 교통 개혁 정책과 함께 서울시 대변혁의 상징인데 행정수도이전이 현실화 되면 영향을 받지 않겠나.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서울은 행정 중심이기도 하지만 경제 중심 도시가 돼 동북아의 중심 도시가 되야 한다. 정부는 서울을 지방과 비교하는데 서울의 경쟁 상대는 북경, 상해, 홍콩, 도쿄 등 인접 국제 도시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오히려 광역도시권을 만들어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균형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서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과 수도이전 추진 목적이 유사한 일본이 최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쿄 빅뱅론’까지 제기하면서 수도 이전 백지화로 기울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이 다른 경쟁 도시에 패하게 되면 서울과 지방이 공멸,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 한나라당은 ‘행정복합도시특별법’에 찬성하고 손학규 경기지사는 수도 이전에 시장과 다른 해법을 ┰쳬杉쨉?
국민들은 멀지 않아 누가 옳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세계는 모두 효율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정부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살리고 통일에 대비하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 정부 주장대로 수도 이전이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면 더 효율적인 대안도 갖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서울의 경쟁상대는 지방이 아니라 국제 도시다.

일하는 시장으로 남겠다

- 앞으로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시정 계획은.
앞으로 3만달러 시대가 되면 거기에 걸맞는 문화의식을 가져야 한다. 미래 경쟁력 있는 산업은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동남아의 한류(韓流)를 보더라도 한국은 동북아 문화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를 거쳐 문화도시 10년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남은 임기 동안은 문화도시 10년 계획에 대한 기본 계획과 인프라를 출발시켜 놓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오페라하우스, 국악공연장, 대중가요공연장 등은 그러한 맥락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여러 인사가 거론되는데 어떤 후보를 기대하는가.
그동안 해놓은 일, 그리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이해를 같이 할만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 차기 대선과 관련해 야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은.
지금 입장에선 임기 전날까지 시정에 전념하는 것이 시민이나 국민이 볼 때 온당한 자세다. 일부 시ㆍ도지사들이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를 하는데 자칫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시ㆍ도지사는 경제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일해 정치권과 구분되어야 하는데 내가 만일 2007년 목표를 갖고 행위를 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래서 퇴임 전날까지 세워놓은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본분을 지킬 것이다.

- 어떤 시장으로 남고 싶나
CEO 시장으로 복지, 환경,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시장 일을 해 왔다. 말하는 시장이 아닌 일하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5-04 15:5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