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땅값 40%이상 상승,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재편 가속화도심 지천 복원 도미노 유발, 쾌적한 호나경으로 인구 재유입 예상

[청계천의 부활] 상권 대변화, 개천에서 돈 날까?
주변 땅값 40%이상 상승,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재편 가속화
도심 지천 복원 도미노 유발, 쾌적한 호나경으로 인구 재유입 예상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돼 근대화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던 청계천 복개도로와 청계고가도로. 일일 19만 대의 차량을 온몸으로 버텨내며 도심의 주요 통행로서의 역할을 해왔지만, 구조물의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와 청계천 복원 계획으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연의 숨결을 되살리는 대대적인 작업이 시작된 지 20개월이 지났다. 복원 공사가 완료되는 오는 10월의 청계천은 어떤 모습이며, 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주변건물 리모델링 새단장으로 분주
우선, 도심에서 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점이 변화의 첫손으로 꼽힌다. 도심의 물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모으게 될 것이고, 이것은 주변의 상권은 물론, 주거 환경도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계천 주변에는 벌써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청계천변 상권내 건물주의 25%가 이미 청계천으로 몰려들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건물의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나머지 상당수도 새단장을 계획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청계천 주변 상가들의 업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계천의 복원으로 보다 쾌적해진 환경은 지가의 상승을 부를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상가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소기계공작소 등의 제조업과 음식료 도매, 출판업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권구조가 부동산임대업ㆍ외식업 등의 서비스 업종구조로 재편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주변 지역의 사업체와 종사자수가 일반의 예상과 달리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임대업은 25.8% 증가했고, 귀금속광물, 가정용품 도매업이 각각 15%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 추이는 상가의 90%가 소규모 임대상인인 점을 감안하면 청계천 완전 복원 후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 2가에서 아크릴제품 제작업을 10년째 하고 있는 이중근(43)씨는 “복원 공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올라가는 임대료 때문에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상인들이 많아졌다”며 “아는 사람의 건물을 빌려 영업을 하고 있어서 노골적인 임대료 인상요구는 없지만, 가게 앞으로 물이 흐르고 산책로가 생겨 시민들이 몰리게 되면 이곳에서 사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년 간의 지가 및 임대료를 서울시가 최근 모니터링 한 결과를 보면 그 변화는 확연하다.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이 17%의 지가 상승률을 보인데 반해, 청계천 주변은 평균 40%의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계 3가 부근 관수동의 경우 47%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청계천과 인접한 왕십리 뉴타운 예정지의 경우는 더욱 많이 뛰어 90%의 땅값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의 패러다임도 변화
도로교통 환경으로 눈을 돌리면 그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복원 공사 시작 전의 복개도로 8차선, 고가도로 4차선 등 모두 14차선의 도로가 졸지에 천변의 4차선 도로로 좁아졌지만, 차량의 평균 속도는 시속 1.3km가 줄었을 뿐이다. 지하철 이용률이 3.8% 증가함으로써 향후 대중교통,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의 패러다임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로가 줄어듦에 따라 교통의 혼잡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승용차의 도심 진입률이 줄어 큰 혼잡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하고 있다. 도심에서의 승용차 이용 감소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 오염물질의 배출까지 감소시켜 공기 정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그 가치는 연간 398억원에 이른다.

주변 기후 변화로 도쳄慣?증가 조짐
지역적으로 하천ㆍ호소(湖沼)ㆍ삼림(森林)ㆍ토질 등의 영향을 받아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기후를 소기후라 하는데, 청계천의 복원으로 이 일대의 소기후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물길이 곧 바람길’이라는 공식을 빌려 쉽게 얘기하자면, 도심의 열섬화 현상을 완화시켜줄 것이라는 것이다. 한여름에 주변 온도가 0.3~0.8도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시정개발연구원은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통행량의 감소로 대기가 한결 깨끗해지고 무더운 여름 도심에서 선선한 바람까지 맛볼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삶의 질’과 같은 주관적인 가치를 계량화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3,560억에 이를 것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강남과 강북 간의 균형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원공사가 시작된 이후 내세울만한 주거단지 하나 없던 청계천 주변에 아파트 8개 단지, 1,600가구가 분양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10년간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도심 인구 중 40~50%에 해당하는 4~5만여 명이 빠져나가 야간에는 공동화 현상까지도 보이던 것이, 청계천 복원공사 착공을 시점으로 외곽으로의 유출 속도가 둔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복원 공사가 마무리 되면 도심으로의 인구 재유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용대비 편익 늘어 타 지자체, 외국도 관심
청계천 복원 공사에 투입된 비용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편익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청계천 복원 사업의 경우 비용대비 편익(B/C)이 1.853에 이른다. B/C가 1이 안되더라도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공공사업의 평균적인 B/C가 0.8~1.2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청계천의 복원 사업은 청계천만의 복원으로 끝나지 않을 조짐이다. 성북천, 정릉천, 홍제천의 경우 이미 복원됐거나 복원사업이 진행 중에 있고, 이참에 서울의 모든 지천을 복원하자는 움직임에 따라 개별 하천의 복원 타당성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기대 이상의 B/C를 보이자 청계천 복원 추진위원회와 서울시정개발 연구원에는 각 자치 단체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동천ㆍ 온천천ㆍ 수영천, 대전의 갑천ㆍ대전천, 광주의 광주천, 전주의 전주천, 청주의 무심천 등에 대한 복원공사가 검토되고 있다. 또 복원 공사 현장에 설치된 전시관에는 지난 해 방문객의 60%에 해당하는 1,200~1,300명이 일본에서 온 공무원, 대학교수, 전문학회, 부동산 관련 단체 인사일 정도로 외국인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핑계로 하천을 덮어 만든 복개도로. 광교를 지나 청계2가 삼일빌딩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서부터 청룡열차를 타듯 하늘로 둥실 떠오르며 시작되던 청계고가. 기억 저편으로 이들을 묻은 서울은 38년 만에 속살을 드러내며 청계천이 부릴 마술에 한껏 부풀어 있다.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5-05-04 16:01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