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께 미래형 첨단 선박 '위그선' 등장, 제2남극기지도 문 열어

[바다의 날 특집] 해양과학 입국, 꿈이 영근다
2010년께 미래형 첨단 선박 '위그선' 등장, 제2남극기지도 문 열어

21세기는 바다의 세기다. 바다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이자 새로운 기회의 무대다. 방관자에겐 깊고 험한 망망대해일 뿐이지만 개척자에겐 마르지 않는 결실의 샘이다. 세계 각국은 바다 쟁탈전에 나섰다. 승부는 과학기술의 수준에 달려 있다. 차세대 해양 강국은 곧 해양 과학기술(Marine Technology) 선진국과 동의어다.

우리나라도 미래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선진국에 뒤쳐진 분야도 있고 대등한 분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회를 앞서 포착하는 능력이다. 해양 과학기술 진흥의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최근 몇몇 역점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래형 해상 운송수단인 ‘위그선(WIG선ㆍWing-In-Ground Effect Ship)’ 상용화와 제2 남극기지 건설 계획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 위를 나는 배’ 곧 뜬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면서 정부 내에는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과기부에 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신설되는가 하면, 부총리가 주관하는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가 정례화된 것이다. 과학기술을 앞세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자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들이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정부 부처 간 조율이 안돼 낮잠을 자던 8가지 신기술이 최근 ‘대형 연구개발 실용화 사업’으로 선정된 것이 그 중 하나다. 해수부는 8대 사업 가운데 위그선 상용화의 주체로 나섰다.

위그선은 쉽게 말해 ‘물 위를 나는 배’라고 할 수 있다. 날개가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양력(揚力)이 크게 증가하는 이른바 표면 효과(Ground Effect)를 원리로 하는 이 배는 수면 위 공중에 뜬 채 초고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배에 대한 통념을 깨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선박인 것이다.

그러나 위그선은 상용화만 되지 않았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원조는 옛 소련이다. 1976년 세계 최대의 내해(內海)인 카스피해에서 수면 위를 시속 550km로 달리는 괴물체가 미국 첩보위성에 탐지됐다. 당시로는 배가 아무리 빨라도 시속 500km 이상의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 상식이었기 때문에 서방 전문가들은 이 물체를 ‘바다 괴물(Sea Monster)’로 명명했다. 훗날 이 괴물의 정체는 옛 소련이 개발한 위그선으로 밝혀졌다. 러시아는 1960년대부터 위그선을 군사용으로 개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배수량 550톤, 최고시속 550km의 위그선을 운항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배가 바로 그 ‘바다 괴물’이다.

국내에 위그선 기술이 도입된 것은 1993년 한ㆍ러 과학기술 교류사업을 통해서다. 이후 한국해양연구원과 벤처기업 ㈜인피니티가 공동 개발한 4인승 위그선이 2001년 시운전에 성공하는 등 국내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현재 해수부는 2010년 실용화를 목표로 운항시속 250km, 적재량 100톤급의 대형 위그선 개발 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100톤급 위그선은 민수용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대형 위그선 개발은 여러 면에서 만만찮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우선 기존 선박보다 3배 이상 빠르고 항공기의 절반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확실한 틈새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중장거리 운송 수요가 많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그리고 국내 도서 지역은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이에 따른 돈벌이도 쏠쏠하다. 위그선이 상용화되면 운임 수입 및 해외 선박 수출로 연 평균 1조원 이상의 생산을 유발할 뿐 아니라 3,500여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게 해수부의 전망이다.

위그선 상용화는 현 정부의 숙원 사업인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그선의 속도 혁명이 화물 운송 수요를 크게 늘릴 뿐더러 한반도의 ‘허브(hub)’ 기능을 더욱 확대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항만에서 입ㆍ출항이 가능한 위그선은 별도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없이도 운송 네트워크를 대폭 확충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해수부 측은 “우리나라는 위그선 관련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미래 위그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며 “조선 항공 소재산업 등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극지 연구 활동도 업그레이드
남극은 수산물, 에너지, 광물 등의 보고다. 지금 세계 각국은 남극을 미래 자원 개발의 기득권 확보를 위한 거점으로 인식,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남극과 북극 등 극지는 그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중요한 과학 실험장이기도 하다. 지구 기후변화처럼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이슈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극지 탐사 작업은 한 나라의 과학 역량으로 연결된다. 현재 남극과 북극에서는 26개국이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 인력도 2,000여명에 달한다.

해수부는 우리나라의 극지(極地) 연구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제2 남극기지 건설 계획을 조만간 본격 추진한다. 이에 앞서 정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2002년에 기지 건설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제2 남극기지 건설 계획은 기존의 세종기지가 갖는 한계에서 비롯됐다. 1988년 킹조지 섬(남위 62도)에 세워진 세종기지는 상대적으로 저위도에 위치한 탓에 70도 이상의 고위도에서만 가능한 오로라, 지구자기, 천문학, 빙하학 등 전문적인 극지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제2 남극기지는 2010년 남극 대륙에 깃발을 올릴 예정이다.

해수부는 아울러 극지 탐사와 해양 연구 활동에 필수적인 6,000톤급 쇄빙선을 2008년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현재 남극기지를 운용하는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폴란드만 쇄빙선이 없다. 해수부 측은 앞으로 건조될 쇄빙선을 극지 연구뿐 아니라 태평양 심해저, 대륙붕 탐사 활동 등 다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남상헌 박사는 “제2 남극기지와 쇄빙선을 갖게 되면 극지의 특수성에 입각한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해진다”며 “경제ㆍ산업적 측면의 유익함과 함께 극지 연구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의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5-26 17:3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