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나한테 잘못 걸려든거죠"긍정적 사고와 강한 의지로 치료·운동 병행, '암과의 전쟁' 승리
"암이 나한테 잘못 걸려든거죠" [폐암] 폐암 이겨낸 이재명 씨 긍정적 사고와 강한 의지로 치료·운동 병행, '암과의 전쟁' 승리
최근 국내에서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나 치사율이 높은 폐암에 걸렸다가 극적으로 이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재명(64ㆍ경기 용인) 씨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씨는 90%가 넘는 사망률을 보인다는 폐암 3기B 진단을 받았었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 보란 듯 돌아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삶을 즐기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시면 됩니까’하고 의사 앞에서는 고함쳤지만, 폐속 암세포가 뚜렷이 보이는 사진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담배에는 평생 손도 대지 않았고, 25년간 나름대로 고안한 체조로 단련한 몸매는 유명 보디빌더, 세계챔피언 체조 선수도 부럽지 않았다. 그런 이 씨에게 폐암 선고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2002년 7월 폐암 말기 직전 단계인 3기B를 선고 받고 병원문을 나선 그의 눈에는 하늘이 노랗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마취제를 맞고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처럼, 세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죠.” “한동안 기침이 계속돼 한 여름에 때아닌 감기인 줄 알았습니다. 병원을 두 번이나 옮겨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종합 검진을 받았죠. 그런데 폐암이라는 거 아닙니까.”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 씨처럼 감기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선고를 받는다. “워낙 건강에 자신이 있어서 암 보험 가입을 권하는 얘기도 한 귀로 듣고 나머지 귀로 흘렸던 접니다.” 폐암 선고를 받은 후 상실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병원 가는날만 환자" 의욕적 삶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런 그에게 기적처럼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박사를 만난 것. 이 박사는 대뜸 “환자가 주연이고, 의사는 조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암 투병 과정에서 주연은 의사가 아닌 환자라는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는 ‘내가 암에 걸린 것이 아니라, 암이 나한테 걸렸다’며 긍정적인 사고로 자기 최면을 걸며 암과의 전쟁에 나선다. 집에도 당부했다. “나는 병원 가는 날에만 환자니까, 환자 취급 마시오.” “항암 치료를 받는데 온 몸에 불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2시간동안 계속되는 치료시간에는 지옥을 넘나드는 것 같았죠. 하루 5~6번씩 진통제를 먹어야 했습니다. 폐를 창으로 찌르는 듯하고, 프레서로 누르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사람들이 항암 치료 때 겪는 이 고통 때문에 삶을 포기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바로 이때라고 했다. 체력이 달리면 항암 치료도 안되겠다 싶어 그만 뒀던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 하루의 삶에 활력이 생기지 않습니까. 육체ㆍ정신적으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암 환자들이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운동과 함께 그는 투병생활 중 반신욕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암은 섭씨 42도의 열에 죽는데 체내의 암세포를 열로 죽이는 방법이 없다고 해서 혼자 생각한 게 반신욕이었습니다.” 더운 물의 열기를 몸 속으로 넣어보자는 심산에서 한 것인데 치료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어느 하루는 반신욕조에 들어가 앉았는데 가루 같은 게 뜨지 않겠습니까. 알고 보니, 몸 안의 노폐물과 함께 녹아있던 항암제가 분해돼 땀구멍으로 빠져 나온 거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항암 치료에 수반해서 생기는 탈모 현상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기 좋은곳으로 이사, 제2의 인생 얻어
암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암과의 정면승부를 함으로써 상당한 병세의 호전을 봤다. 탁구공보다는 크고 야구공보다는 작은 크기인, 지름 5.3cm의 암 덩어리가 치료 6개월만인 2003년 1월에는 지름 2cm로 작아진 것. “처음에는 다른 의사들도 이구동성으로 ‘힘들다’고 했습니다. 미국 병원에 있는 딸 아이마저도 ‘어렵다’고 했죠.” 그로부터 1년 뒤인 2004년 1월. 사진상이긴 하지만, 암 세포는 사라지고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기적 아닙니까.” 그는 병마와 싸우는 동안 틈틈이 적어뒀던 글들을 한데 모아 투병기 ‘암, 너 잘 못 걸렸어!’(생명말씀사刊)를 냈다. “의사도 힘이 되어 줄 수 있겠지만, 같은 병을 앓았다가 그 병을 이겨낸, 동병상련하던 저 같은 사람이 그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요즘 전국 각지의 교회는 물론, 일본, 미국으로 초청 받아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전도를 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6-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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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