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인식 확산, 폭발적 성장세로 업체간 시장쟁탈전 치열

[요구르트 열풍] 기능성 요구르트 전쟁
'건강식' 인식 확산, 폭발적 성장세로 업체간 시장쟁탈전 치열

웰빙바람의 확산 등으로 기능성 요구르트의 매출이 갈수록 증가하고 이다. 편의점에 비치된 다양한 요구르트 제품들. 김지곤 기자

요구르트(발효유) 전쟁이 한바탕 벌어졌다. 싸움터는 요구르트를 제조ㆍ판매하는 유제품 업계다. 업체들은 주력 무기를 앞세워 저마다 패권 장악을 장담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격전은 전통의 라이벌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엎치락 뒤치락 벌이는 이전투구다. 발단은 매일유업이 4월 출시한 기능성 요구르트 ‘불가리아’에서 비롯됐다. ‘불가리아’는 남양유업의 오랜 간판 제품 중 하나인 ‘불가리스’와 같은 종류의 시장에 속한다.

남양유업이 당장 발끈했다. 법원에 불가리아의 판매 및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회사는 ‘불가리아는 불가리스와 3음절이 동일한 데다 아주 유사하게 들려 확연하게 닮은 꼴 상품’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불가리스의 인기에 무임 승차하려는 약은 상술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경우를 미 투(me too) 상품 전략이라고 부른다.

매일유업도 그냥 있지 않았다. 법원에 불가리스의 판매ㆍ유통ㆍ수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동시에 특허청에도 불가리스의 상표등록 무효신청을 내는 등 초강력 맞불을 놓았다. 불가리아는 발효유 종주국 불가리아의 국영기업으로부터 유산균을 독점 공급 받고 있으나, 불가리스는 독일 산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불가리아 산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 시킨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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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미 투 전략에 따른 동종 상품 출시를 서로 묵인해 주는 게 관행이다. 자사의 시장 점유율이 잠식당하는 부작용보다 전체 시장이 커지는 플러스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상표권 분쟁이 벌어진 것은 최근 급격히 커지는 기능성 요구르트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 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짙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두 회사의 공방은 현재 다소 소강 국면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작용했다. 한 관계자는 “서로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누가 이긴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법원의 판결 전에 양측이 타협해 결론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이번 일로 매일 측은 불가리아를 톡톡히 홍보한 데다, 남양 측도 기능성 요구르트 시장 자체가 주목 받는 효과를 얻는 등 서로 덕을 봤다는 것이다.

기능성 제품 놓고 전면전
요구르트 전쟁은 비단 이들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부터 요구르트 시장에서는 기능성 제품을 앞세운 업계의 전면전이 시작했다. 이렇게 된 데는 건강 중시 풍조와 웰빙 바람 확산 ?시장 환경의 변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요구르트 하면 앙증맞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상 요구르트가 주종이자 전부였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1971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야쿠르트’가 대표 제품이다.

떠먹는 방식의 호상 요구르트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1980년. 호상 요구르트는 이후 1983년 ‘요플레’(빙그레), 1988년 ‘슈퍼-100’(한국야쿠르트)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큰 사랑을 받게 됐다.

유제품 업계가 기능성 제품 시장으 ㄹ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연구실의 고농축 유산균 실험 모습. 임재범 기자

요즘 유행하는 기능성 요구르트는 1988년 탄생했다. 파스퇴르유업의 ‘파스퇴르 요구르트’가 개척자였다. 이 시장은 ‘바이오거트’(매일유업, 1989년) ‘불가리스’(남양유업, 1990년) 등 신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조금씩 커지다가 1995년 한국야쿠르트의 ‘메치니코프’가 나오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메치니코프는 ‘생명 연장의 꿈’이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바로 그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이때부터 기능성 요구르트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메치니코프 외에 ‘불가리스’(남양유업), ‘쾌변’(파스퇴르유업), ‘프로바이오GG’(매일유업), ‘닥터캡슐’(빙그레), ‘칸’(서울우유) 등이 군웅할거를 이루고 있다.

기능성 요구르트 시장은 2000년 또 한 차례의 확장기를 맞이한다. 계기는 위(胃) 건강을 표방한 제품의 등장이다. 기능성 요구르트는 기본적으로 장(腸) 건강을 돕는다는 고유의 특징을 지녔는데, 여기에 다른 기능까지 추가하니 금상첨화였다.

최초 제품인 한국야쿠르트의 ‘윌’은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균 억제 기능을 내세워 현재 하루 65만 개 이상 판매되는 대박 제품이다. 시장 점유율 85%로 절대 강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위력’(남양유업) ‘GUT’(매일유업) 등이 위 건강 요구르트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제품들이다.

최근에는 기능성 요구르트의 영역이 간(肝) 건강을 돕는 데까지 넓어져 더욱 주목된다. 스트레스와 술자리 등으로 인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했다. 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은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쿠퍼스’다.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고 간기능을 활성화하는 등의 강점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구트HD-1’(매일유업), ‘헤파스’(서울우유) 등 후발 주자들도 속속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각 업체들 제품개발에 역량 집중
국내 요구르트 시장은 ‘야쿠르트’ 출시 33년 만인 2004년에 ‘1조원 매출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전년 대비 4.7%의 신장률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상 및 호상 요구르트는 갈수록 소폭 감소 내지 정체 경향을 띠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린이들이 주로 먹는 액상 요구르트의 경우 주 고객층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인구 감소를 큰 원인으로 든다. 반면 기능성 요구르트는 2004년 기준 4,800여 억원(시장 점유율 35.6%) 어치가 팔려 나가 전체 요구르트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한 관계자는 “의약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장점 덕에 기능성 요구르트에 대한 소비자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며 “각 업체들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제품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09 17:2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