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식의약품으로 위상 바뀔 것"유산균은 건강과 장수 실현 시켜줄 웰빙물질…토종유산균 발굴의 산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허철성 소장 인터뷰
[요구르트 열풍] "요구르트, 식의약품으로 위상 바뀔 것"
유산균은 건강과 장수 실현 시켜줄 웰빙물질…토종유산균 발굴의 산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서 허철성 소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임재범 기자

“김치의 유산균이 ‘예비군’이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요구르트의 유산균은 ‘특공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21년을 유산균과 함께 한 허철성(46)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의 첫마디다. 김치의 유산균은 단순한 정장작용(整腸作用: 장을 건강하게 하는 작용)에 그치지만 요구르트 유산균은 기본 기능 외에 여러 가지 특별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특공 유산균’을 발굴해 육성하는 일이 이 연구소가 하고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이 연구소에서 발굴한 기능성 유산균으로는 간 기능을 돕는 유산균,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유산균, 헬리코박터 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산균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유산균만도 202여개, 특허받은 균주는 12개나 된다. 한국 유산균의 산실로 통하는 허 소장과 연구원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만하다.

그 중에서도 1996년 한국인 유아의 장에서 한국형 유산균(HY8001) 종균을 분리해 대량 생산, 산업화에 성공한 일이 허 소장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세계의 각 민족들은 고유한 음식 문화에 따라 체내에 다른 유산균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유산균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우리의 장에는 우리나라 사람의 장에서 분리해낸 유산균이 적합합니다. 이 것이 한국 토종 유산균 발굴에 힘 쓰는 이유입니다.” 유산균에서도 신토불이가 어김없이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허 소장이 ‘토종 유산균 박사’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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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유산균을 한 병에 담아 내는 것이 지상 목표이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요구르트 1ml에 1억 마리씩 담을 수 있던 기술이 지금은 10억 마리까지 늘어났습니다. 유산균 수로 경쟁하던 업체들이 이제는 유산균의 기능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죠.” 기능성 요구르트 대중화의 물길은 1995년에 나온 ‘메치니코프’가 열었다.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2004년 시장 규모는 전체 발효유 시장의 46%에 해당하는 4,800억 원까지 성장했다고 허 소장은 설명했다.

위암 원인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을 지닌 유산균을 대량 생산해 발효유에 적용한 ‘윌’, 간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유산균을 적용한 발효유 ‘쿠퍼스’ 등이 중앙연구소의 작품으로 대박 행진을 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허 소장은 2000년 출시된 ‘윌’은 하루 70여만 개, 2004년 출시된 ‘쿠퍼스’는 하루 25여만 개 정도가 팔려 나가고 있다며 이는 기능성 요구르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의 한 단면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요구르트가 지금은 단순한 식품이지만, 머지 않아 ‘식의약품’ 수준으로 그 위상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세균학 분야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구 저편에서는 세균으로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든다고 하지만, 사람의 장에 존재하는 유산균을 잘 활용하면 웰빙 시대의 구호인 ‘건강하게 오래 살자’를 실현시켜 줄 지구상의 유일한 물질 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체 기관 중에서 장과 무관한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밑절미로 하고 있는 말이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6-09 17:36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