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주상복합·오피스텔 잇달아 등장…희망 솟는다

[광화문 르네상스] 뉴비즈니스·주거타운으로 발돋움
고층빌딩·주상복합·오피스텔 잇달아 등장…희망 솟는다

광화문 일대가 비즈니스 빌딩과 대형주상복합아파트 및 오피스텔이 들어서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박철중 기자

광화문 네거리 일대는 수도 서울의 중심부다. 청와대와 정부 청사, 외국 대사관들뿐 아니라 대형 업무 빌딩과 상업 시설들이 인근에 밀집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치ㆍ경제의 1번지로도 통한다.

하지만 명성과 달리 이곳은 오랜 기간 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서울의 광역화에 따라 강남 등 신흥 중심가들이 날마다 변모해 온 반면,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 상태를 면치 못했다. 특히 광화문 네거리 서쪽 신문로와 북쪽 세종로 일대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늘 옛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 사업과 맞물려 이곳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새로운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가 하면 사람들의 발걸음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인근 상권은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고, 길거리에는 ‘광화문 찬가’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2000년 이후 대형빌딩 속속 건립
광화문 네거리 일대의 변모는 뉴 밀레니엄과 더불어 시작됐다. 서쪽 신문로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2000년께 이 거리에는 대기업들의 업무용 빌딩이 처음 들어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흥국생명의 본사 빌딩이 주인공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대문 네거리에서 광화문 네거리로 이어지는 신문로에서 눈에 띄는 건물이라고는 문화일보사와 경향신문사 등 언론사와 강북삼성병원 정도에 그쳤다.

20층 안팎의 두 고층 빌딩의 등장은 단숨에 신문로의 나지막한 스카이라인을 하늘 높이 올려 놓았을 뿐 아니라 유동 인구의 증가에도 크게 한몫 했다. 또한 두 빌딩은 내부에 별도의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 있어 외부인들을 흡인하는 힘도 만만치 않다. 흥국생명 빌딩에는 영화관 씨네큐브가, 금호아시아나 빌딩에는 각종 연주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금호문화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인근 정동과의 연계 효과다. 정동에는 정동극장, 팝콘하우스, 스타식스정동 등 각종 문화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데, 씨네큐브와 금호문화센터는 이들과 함께 하나의 문화 벨트를 형성했다. 서대문이나 정동에 들른 시민들이 볼거리를 찾아 광화문 쪽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를 마련한 것이다. 경희궁 앞 터에 2002년 개관한 서울역사박물관도 문화 벨트의 한 축이다. 이곳은 평일 점심 시간에도 수백 명의 관람객이 붐빌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신문로 쪽에서 불어온 바람은 광화문 네거리를 한 바퀴 휘돌며 더욱 증폭됐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태평로 초입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은 그 중심에 서 있다.

2000년 문을 연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지상 30층, 지하 8층, 연면적 3만6,000평의 규모의 매머드 빌딩이다. 이전까지 광화문 네거리의 간판 건물이었던 교보생명 빌딩을 머쓱하게 할 만큼 크고 웅장하다.

서울파이낸스센터는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개성도 뚜렷하다. 입주 업체의 절반 가까이가 다국적 기업일 만큼 국제적인 색깔이 짙다. 피델리티, 메릴린치,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세계 유수의 금융 회사들이 이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있다. IMF 이후 국내로 유입된 해외 자본의 활동 근거지로 서울파이낸스센터가 간택된 것이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국계 금융 회사들 상당수가 광화문 네거리 일대 빌딩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다. 흥국생명 빌?골드만삭스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영풍 빌딩(UBS증권, 도이치증권 등), 한화 빌딩(리먼브러더스증권, 맥쿼리증권 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에 외국계 금융 회사들이 모여든 이유로는 업무상 편의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우선 대기업 본사가 밀집해 있고 정부중앙청사와 시청도 가까이 있는 등 사업 정보를 수집하는 데 유리하다. E愍?많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큰 장점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광화문 네거리 일대가 ‘한국의 월가’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의 ‘SFC몰’도 광화문 네거리 분위기를 바꿔 놓은 새로운 명소다. 지하 3개 층에 연면적 5,700여 평의 SFC몰은 무교동이나 종로 등지에서 접할 수 없었던 고급스럽고 세련된 음식점과 술집들이 다수 입주, 인근 직장인들이나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약속 장소로 떠올랐다.

재개발 바람, 고급주상복합아파트 들어서
최근 광화문 네거리 일대의 변화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ㆍ상업 시설에 밀려 크게 쇠퇴했던 도심의 주거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징후로 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정부중앙청사 등이 길게 늘어선 세종로 뒤편 사직동ㆍ내수동 일대는 주상복합 건물이 집중적으로 들어선 지역이다. 신문로 쪽에서는 금호아시아나 빌딩 바로 옆 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2001년 무렵 개발에 들어간 이곳 주상복합 타운은 지난해부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쌍용 ‘경희궁의 아침’, 삼성 ‘파크팰리스’, 금호 ‘용비어천가’, 벽산 ‘광화문시대’ 등이 분양한 물량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 약 3,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경희궁의 아침’은 2001년 당시 한 달 만에 분양을 끝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었다. 관련 업계에는 강북 지역, 특히 도심에서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청계천 복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무교동 일대. 박철중 기자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 주상복합 타운의 입주율은 거의 100%다. ‘경희궁의 아침’과 ‘파크팰리스’의 아파트는 분양가에 비해 프리미엄도 많이 붙은 상태. 이 지역의 장점은 주변에 경복궁, 사직공원, 인사동 등 명소가 많은 데다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다. 인왕산, 북한산 등이 지척에 보일 만큼 자연 환경도 빼어나다. 반면 학교나 학원 등이 마땅찮고 생활 편의시설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입주자들의 특성도 이 같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곳에는 자녀 교육 때문에 학군 따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노년층이 주로 산다”며 “예전에 여기 살았던 분들이 향수를 느껴 찾아 오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오피스텔의 경우는 타 지역보다 다소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어 개인 사업자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에게 유리한 편이다.

주상복합 타운이 생기면서 상주 인구가 1만여 명 이상 늘어나자 지역 상권도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업무 타운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인근은 주말이면 장사가 잘 안 되는 전형적인 ‘고립 상권’이었지만 이제 주말 매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의 20평형대 카페가 권리금만 5원~6억원을 부를 정도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이 지역에 많이 몰려들고 있지만 매물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새문안 교회 맞은편의 현대 ‘광화문 오피시아’가 8월께 입주를 개시하면 이 일대 상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는 모두 6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주상복합 빌딩 붐은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종로 쪽으로도 불 붙었다. 옛 피맛골 터를 재개발하는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이 2007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하 7층, 지상 20층, 연면적 2만7,000여평의 이 빌딩에는 대규모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게 된다. 또한 인근 수송동에서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성 ‘스카이렉스’가 현재 분양 중이고, 오피스텔 499세대로 구성된 두산 ‘위브 파빌리온’은 연초부터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청계천 복원 완료 땐 광화문 상권 큰 변화
10월께 청계천 복원 공사가 완료되는 것도 광화문 네거리 상권에는 크나큰 호재다. 유동 인구의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계천과 종로, 광화문 네거리로 이어지는 보행 구역은 황금 상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 덕에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 이상 늘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보신각 뒤편 관철동 상권은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주로 청계천 변에 근접한 업소들 중심으로 기대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관계자는 “청계천이 시작하는 무교동과 관철동 일대 상권이 크게 부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도심부의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시민들의 보?환경을 개선하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도 궁극적으로는 광화문 일대의 부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창업컨설팅 업체 ‘창업피아’의 이홍구 대표는 “주상복합 빌딩 건설 붐과 청계천 복원 등은 이 지역의 유동 인구 급증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 같은 호재들의 결합 덕에 광화문 네거리 상권의 미래는 아주 낙관적인 셈”이라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16 16:5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