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가회동까지…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

[광화문 르네상스] 삶의 쉼표같은 도심 속 박물관 벨트
광화문에서 가회동까지…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

평일 오후 10시까지 연장 개관하는 서울역사박물관 전경.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광화문에 서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층빌딩 숲이 삭막한 도시생활을 증거하는 듯하다. 그러나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돌아보면 광화문 일대 곳곳에 쉼표처럼 박혀 있는 박물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체험 프로그램, 심야 연장 개관 등을 실시하며 문턱을 낮춘 광화문 근처 박물관들을 만나본다. 도시의 빈틈을 찾아 들어가, 시간이 멈춘 박물관에서 고요한 과거의 흔적들과 만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광화문 일대가 문화 명소로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신구는 단순히 액세서리가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느 증표가 된다. 세계장신구 박물관 전시 전경 모습.

종합문화공간…서울역사박물관
2002년 5월 신문로 구 서울시립미술관 자리에 개관한 서울역사박물관(www.museum.seoul.kr)은 ‘광화문 박물관 벨트’의 핵심에 있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서울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사료도 눈길을 끌지만, ‘열린 박물관’을 지향하는 노력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옛 기구나 도구를 직접 조작해보는 체험코너, 전시된 복제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터치 뮤지엄 코너, 전시 관람 후 관련 자료를 검색하며 돌이켜 볼 수 있는 ‘정보의 다리’ 코너 등은 참여와 체험을 지향하는 최근 박물관 추세와 맞닿아 있다. 특히 저렴한 입장료로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부담 없이 찾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박물관을 넘어 종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돋보인다. 인근 직장인을 배려한 ‘한낮의 콘서트’,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의 ‘무료 영화 상영회’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평일 오후 10시까지 심야 개관을 실시해, 바쁜 일상에 쫓겨 박물관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도 퇴근 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오전 11시~오후 4시 사이에 박물관을 방문하면, ‘포토존’에서 궁중복식을 입고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 입장료 성인 7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무료. 문의 02-724-0114.

고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불과 200여m 거리에 있는 화봉책박물관(www.hbookmuseum.co.kr)은 책 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가볼 만하다. 2004년 10월 개관한 화봉책박물관은 고서적 수집을 주로 해온 화봉문고 여승구 대표가 1982년부터 수집한 10만 여 점의 고서 중 일부를 순환 전시하고 있다. 각종 희귀 수제본 및 세계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세계에서 가장 큰 책 《BHUTAN》과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 《OLD KING COLE》이 상설 전시되며, 월인천강지곡과 훈민정음 목판에 먹물을 발라 한지에 찍어보는 목판인쇄 체험실(체험비 1,000원)이 마련돼 있다.

특히 최근 독도 문제 등으로 불거진 역사 재정립 움직임과 관련해 9월 30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민족과 영토’전에서는, 한국을 빛낸 민족 영웅 119명의 관련 사료 497점과 한국 영토의 역사적 진실을 밝힌 고지도 64점 등 총 561점의 유물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유치원생 1,500원. 문의 02-735-5401.

한국 신문사의 발자취
두 박물관을 지나 광화문 네거리 쪽으로 내려오면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을 비롯한 언론사가 밀집해 있다. 이곳에 2000년 12월 개관한 신문박물관(www.presseum.or.kr)의 존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동아미디어센터 3, 4층에 위치한 신문박물관은 1893년 한성순보 창간 이래 한국 신문의 역사를 살펴보는 신문역사관, 80여 년에 이르는 동아일보의 역사를 전시한 기획전시관, 관람객이 직접 신문을 만들고, 인터넷 검색과 퀴즈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미디어영상관 등 3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며 간단한 가족신문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 입장료 성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문의 02-2020-1830.

한국 금융 100년사를 담은 금융박물관
시청 쪽으로 방향을 돌려 바라보면,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3층에 위치한 조흥금융박물관(www.chohungmuseum.co.kr)도 눈여겨볼 만하다. 1997년 2월 조흥은행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조흥금융박물관에서는 고대 금융의 형태부터 조선시대의 각종 계모임, 객주와 전당포 등을 소개한 전통금융사실, 근대 개항이후 일제 강점기 사이 금융계를 다룬 근대금융사실, 전통 화폐부터 최근까지의 화폐와 각종 외국 화폐들을 전시하고 있는 화폐전시실 등을 갖췄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738-6806.

삼청동,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박물관 벨트
좀 더 여유로운 주말 오후라면, 광화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삼청동, 가회동을 거쳐 이색 박물관 순례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급격히 증가한 사설박물관들은 ‘초미니 박물관’이라 할 만큼 작은 규모지만, 독특한 개인 수집품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2,000여 점의 부엉이 오브제를 수집해온 배명희 씨의 부엉이박물관(www.owlmuseum.co.kr, 02-3210-2902), 박물관 컨설턴트 신영수 씨가 오원 장승업 생가 터에 2002년 설립한 작은 차 박물관(02-737-5988), 민화 전문가인 윤열수 씨가 2002년 세운 가회박물관(www.gahoemuseum.org, 02-741-0466) 등은 3,000원~5,000원 안팎의 입장료에 차와 음료를 무료 제공한다. 한적하게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카페 대신 추천할 만하다. 특히 전통 한옥을 개조한 가회박물관 인근에는 동림매듭박물관(02-3673-2778)이 있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밖에도 2004년 5월 개관한 종로구 화동의 ‘세계장신구박물관’(www.wjmuseum.com, 02-730-1610)은 김승영 전 아르헨티나 대사 부인인 이강원 관장이 수집한 세계 각국의 희귀한 장신구들을 전시한 데다, 건축물 자체도 아름다워 명소가 되고 있다.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6-16 17:44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