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숲 사이 오솔길 거닐고풀꽃단지서 자연을 노래한다각종 산업 오폐수로 중병 앓던 강, 하수처리 시설에 총력

[하천, 되살아나다] 울산시 태화강
십리대숲 사이 오솔길 거닐고
풀꽃단지서 자연을 노래한다
각종 산업 오폐수로 중병 앓던 강, 하수처리 시설에 총력


“어, 이기 진짜가. 진짜 울산에서 잡은 기가.”

2003년 11월21일 울산의 지방지 K일보를 펼쳐본 시민들은 사회면에 한 시민이 큰 연어 1마리를 들고 있는 화제기사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어가 돌아왔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렇게 나갔다. ‘20일 오전 7시께 울주군 온산읍 회야강 하구에서 보통 성어보다 체장이 20㎝ 가량 긴 76㎝의 대형 연어가 어민 박영호(70) 씨에게 붙잡혀 화제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태화강 하구에서 연어가 발견되는 등 올들어 20여 마리 이상의 연어가 회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어 회귀는 수질이 좋아졌다는 반증이다.’

울산시민이 태화강의 변화를 실감한 것은 이 기사가 실렸던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쯤이었다. 무심히 흐르는 강의 생태변화를 일반시민이 눈치채기는 쉽지않다.

울산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1970~90년대 산업화로 중병을 앓았다. 일부 공장폐수와 생활오수가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마구 흘러 들었기 때문이다.

수질오염은 1990년대 중반 극에 달했다. 1994년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9.7ppm으로 5급수(8~10ppm)로 떨어졌고, 1996년에는 11.3ppm으로 아예 등급분류에서도 제외됐다. 강 인근인 신정3동 주민 이정명(56) 씨는 “그땐 시궁창 냄새로 강변을 거닐지도 못했다. 어린시절 멱감으며 어렵지 않게 숭어를 잡던 강이 그렇게 오염될 줄 몰랐다”고 회고했다.

물고기 떼죽음도 다반사였다. 2000년 6~8월 사이 숭어와 붕어 1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 전국뉴스를 장식했다. 수십년 동안 생활하수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흘려 보냈으니 강이 온전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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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명 되찾기, 울산시·시민 노력의 결실
그러던 강이 서서히 생명을 되찾았다. 2000년 수질은 BOD 4.9ppm으로 3급수(6ppm 이하)로 돌아왔고, 2003년에는 2.7ppm막?2급수(3ppm 이하)로 나아져 고도정수처리만 하면 식수로도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됐다.

태화강의 변화는 울산시와 시민 노력의 결실이었다. 시는 지난 5년간 무려 5,900억원을 투입, 언양 등 하수처리장 6곳을 완공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연말 완공을 앞둔 가정오수관 연결사업은 태화강 수질개선에 결정적이었다. 45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가장 큰 오염원인 생활오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는 것으로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것이다. 전국 최대규모의 석유화학단지를 가진 울산시는 그간 대기공해 저감에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도심하천 오염문제를 등한시 했다. 그래서 뒤늦게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 셈이다.

시민ㆍ환경단체들의 노력도 큰 보탬이 됐다. 울산경실련 환경지기단은 1993년 창립 이후 생태탐사활동을 펴오며 강의 현실을 고발했다. 또 탐사자료를 토대로 어류ㆍ조류 생태지도(2004년)와 생태자료집(2002년), 하천수계지도(1994년) 등을 발간했다.

요즘 태화강변은 연중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는 올들어 삼호교와 태화교 사이 ‘십리(十里)대(竹)숲’과 삼호섬을 생태공원으로 단장, 평일엔 2,000여명, 주말 8,000여명의 시민들을 맞는다. 대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과 산책로를 만들고 생태학습장과 풀꽃단지 등도 꾸며 도심 속 쉼터를 제공한 것이다.

태화동 주민 한정만(47) 씨는 “대숲공원이 들어선 뒤 강변 풍경이 놀랍게 변했다”면서 “이런 대도시 도심에서 대나무 숲길을 한참 걸을 수 있는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으쓱해 했다.

강이 생명을 되찾자 울산시는 욕심을 냈다. 시는 8월6일 ‘제1회 울산 태화강 수영대회’를 연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연어가 돌아오고 생태도시로 거듭 태어난 울산의 진면목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면서 “공해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쉬는 도시가 돼 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친환경 생태도시를 의미하는 ‘에코폴리스(Ecopolis)’계획을 발표한 울산시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10개년 계획의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실행 중이다. 이른바 테마가 있는 생태하천 조성계획이다. 콘크리트로 단절된 생태통로를 연결하고, 자연의 힘을 북돋아 강의 자정능력을 키우는 사업들이다.

강한원(49) 환경밧웰에걀痢?어린시절처럼 어린이들이 강 주변에서 안심하고 놀고 멱감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3~5년이면 은어와 황어, 숭어, 뱀장어가 철따라 올라오는 깨끗한 강으로 되돌려 놓겠다”며 자신에 차있다.


울산=목상균 기자


입력시간 : 2005-06-30 18:59


울산=목상균 기자 sgm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