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주거공간으로 놀라운 변신"여울 징검다리에서 물놀이해요"주차장·시멘트 구조물 제거, 준설작업 중단 3년만에 생태계 복원

[하천, 되살아나다] 경기도 안양 학의천
웰빙 주거공간으로 놀라운 변신
"여울 징검다리에서 물놀이해요"
주차장·시멘트 구조물 제거, 준설작업 중단 3년만에 생태계 복원


“우와! 저기 물고기들 좀 봐.” 개구장이 녀석 몇이서 여울 징검다리에서 호기심에 찬 환호성을 지른다. 신기한 구경에 유월 땡볕도 아랑곳 없다. 어른들은 멀찍이 개천 둑 그늘아래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식힌다. 어느덧 40ㆍ50대가 된 이들이 추억하는 유년의 여름 풍경일 터이다. 그런데 그 추억의 풍경이 지금 도심에서 되살아났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을 관통하는 학의천. 그곳의 유월 풍경이 이러했다. 자연이 사람과 나란히 함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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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잡아 20~30m 폭의 하천 속엔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의 고기들이 살고 있다. 피라미, 끄리, 쌀미꾸리, 미꾸리, 메기, 송사리, 밀어, 참붕어, 잉어, 흰줄납줄개, 몰개에다 심지어 버들치까지 발견된다. 수가 워낙 많아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다. 새들에게는 둘도 없는 먹이 사냥터다. 이에 따라 인적 드문 강 하구에서나 나타남직한 쇠백로, 알락할미새, 노랑할미새 등 철새들의 먹이 잡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게다가 여뀌, 망초, 강아지풀이 군락을 이뤄 여기가 도심 속 하천인가 싶다.

“예전에는 고약한 냄새 탓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았어요. 시궁창 같은 하천이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좋아요.” 하천 변 산책로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학의천의 변신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매일 이곳을 산책하는 게 즐거운 일과가 됐다는 그는 “여길 걷다 보면 어릴 적 생각도 난다”며 흐뭇해 한다. 조깅 나온 또 다른 주민은 “무엇보다 성가신 모기가 없어져 여름나기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워 한다. 모기 유충의 천적인 송사리 등의 개체수가 많아져 주변 생태계의 균형이 잡힌 것에 놀라워 하는 표정이다.

2010년 1급수 흐르는 하천이 목표
학의천은 2000년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와 14개 지자체 수질개선대책협의회의 하천 살리?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말 그대로 ‘죽음의 하천’이었다. 95년 기준 수질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0ppm을 넘나드는 최하 등급인 5급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민ㆍ관ㆍ기업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하천 살리기 종합적 치료에 들어간 지 몇 년 만에 학의천은 기적 같은 변화를 경험했다.

학의천 살리기 사업은 고수부지에 있던 주차장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됐다. 또 고수부지 아래 하천과 직접 맞닿는 시멘트 구조물을 부수고 식물 성장에 적합한 공사를 했다. 무엇보다 치수(治水) 차원서 매년 해왔던 하천 준설작업을 중단했다. 준설 공사가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지 3년여 만에 학의천에 생명이 돌아오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

현재 학의천의 수질은 BOD 5ppm 이하로 2~3급수 수준이다. 사업이 완료되는 2010년엔 BOD 1ppm미만의 1급수가 목표다. 학의천 등 안양천 살리기에 현재 3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사업 효과는 그 이상이라는 게 민ㆍ관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떤 도시환경 개선 사업보다 확실하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다.

자연형 생태 하천은 주변 아파트 등 집값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연형 하천이 아이들을 위한 자연학습장과 산책로 등 주민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조망권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높아 가고 있다.


조신 차장


입력시간 : 2005-06-30 19:12


조신 차장 shin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