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혀한 인생의 황혼녘 "외로움 느낄 새가 없네요"가족같은 이웃과 어울리며 새 인생 사는 행복한 노년노인 특성 고려한 주거환경과 건강관리…노인들의 천국
도심형 실버타운 '서울시니어스타워' 르포 [실버산업] 화려한 인생의 황혼녘 "외로움 느낄 새가 없네요" 가족같은 이웃과 어울리며 새 인생 사는 행복한 노년 노인 특성 고려한 주거환경과 건강관리…노인들의 천국
“좋은 친구와 선배들 만나 매일같이 즐겁게 식사하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남편과 사별하고 직장에서도 정년 퇴직한 뒤 집에 있으면서 적잖이 외로움을 탔었는데 여기 들어와서는 한 번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대표적인 도심형(도시형) 실버타운 ‘서울시니어스타워’에 사는 김종호(69ㆍ여) 씨에게 쓸쓸한 노후란 남의 이야기다. 오히려 사는 재미가 날마다 새록새록 더해간다고 한다. 자식, 손자들과 함께 살아도 TV 보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였다는 김인화(79) 씨. 그 역시 이곳에 둥지를 튼 뒤 비슷한 또래의 이웃들과 어울리며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에 입주한 회원들은 이곳 생활에 대부분 만족감을 나타낸다. 노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최대한 배려한 주거 환경과 세심한 건강 관리, 각종 여가 선용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항상 미소 짓는 직원들과 가족 같은 이웃들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점을 찾아 내기가 쉽지 않다. 세간에 알려진 ‘노인들의 천국’이라는 평이 결코 과장만은 아닌 것이다.
회원들 위한 세심한 배려 돋보여 각각의 타워는 외관과 규모, 입주 조건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운영 시스템은 거의 동일하다. 1호 타워의 성공 노하우를 나머지 타워들이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이다. 도심형이라는 특성도 서울시니어스타워의 공통점이다. 강서 지역 중심부인 등촌동에 자리잡은 서울시니어스강서타워의 사례를 살펴 보자. 이곳은 우선 지하철역과 가까운 데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도시 고속화 도로망과도 인접해 있어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자연히 입주 彭?가젓?친지들의 만남이 한결 수월할 수밖에 없다. 김은미 마케팅 팀장은 “퇴근길에 들러 부모님을 만나거나 함께 식사하는 방문객이 적잖은 데다 친구들을 초대해 어울리는 회원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 위치했지만 지척 거리에는 자연 녹지도 있다. 특히 타워 바로 맞은편의 우장산(98.9m)과 일대 공원은 어르신들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느릿느릿 걸음으로도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산세도 온화해 많은 회원들이 매일 찾는 곳이다. 타워 1층에 하늘을 천장 삼아 꾸며진 200평 규모의 정원도 자연의 생기를 맘껏 들이쉴 수 있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회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내부 시설 곳곳에서 더 잘 드러난다. 객실 내부에는 비상 호출용 벨이 침실과 거실, 화장실 등 손이 닿는 곳 어디에나 설치돼 있다. 천장에는 생활리듬 센서라는 기기가 달려 있는데, 이것을 통해 일정 시간 동안 회원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으면 간호팀이 곧바로 출동한다. 노인들에게 갑작스럽게 닥칠 수 있는 건강상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복도 양끝에 설치된 CCTV도 같은 용도로 운영된다.
지하 2층에 위치한 건강관리실, 수중치료실, 탁구장 등은 회원들의 평소 건강 관리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전문가들의 운동 처방에 따라 각종 헬스 장비를 이용하는 건강관리실 덕을 본 회원들이 제법 많다. 러닝머신과 간단한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김용각(84) 씨는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만족해 했다. 한 층을 올라오면 노래방, 문화센터, 당구장, 서예실, 정보센터, 영화ㆍ음악감상실, 커뮤니티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들이 회원들의 여가 생활을 풍성하게 해준다. 당구장에서는 머리 희끗희끗한 남녀 회원들이 어울려 ‘나이스 큐’를 연신 외치는가 하면, 정보센터에서는 컴퓨터를 뒤늦게 배운 회원들이 손주들과 이메일을 능숙하게 주고 받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시설로 효과적 여가활용 타워의 1ㆍ2층에는 강서송도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서울시니어스타워의 강점 중 하나가 병원과의 긴밀한 연계 시스템이다. 이는 타워의 뿌리가 송도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담 간호사들은 회원 개개인에 대한 간호 기록과 함께 외래 진료나 타 병원 입원 기록까지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서송도병원은 비용이 1만원 미만인 경우에 한해 회원들에게는 무료 검진 혜택을 준다. 1년에 2회 실시하는 무료 종합검진도 눈에 띄는 특전. 무엇보다도 의료진이 회원들을 위해 24시간 대기한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회원들 중에는 타워가 제공하는 식단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회원들의 연령과 건강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데다 입맛까지 챙긴 음식 앞에서 없던 식욕도 살아난다는 것.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김우련(81ㆍ여) 씨는 “매번 바뀌는 메뉴가 다음 식사를 기다리게 해줄 뿐 아니라 영양가 있는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한 때문인지 몸도 건강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입력시간 : 2005-07-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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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