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본향 안동 고택체험…서원·사찰 둘러싸여 문화 향기 풍성

[여름휴가] 대갓집서 무더위를 호령해봐
유교의 본향 안동 고택체험…서원·사찰 둘러싸여 문화 향기 풍성

농암주택 사랑채.들쇠로 받쳐놓은 들어열개문으로 자연을 끌어들인 공간배치가 뛰어나다.

들리는 것은 새 소리와 물소리 뿐이다. 가만히 귀 기울이는 온 몸을 시원하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지는 바람이 감싸고 지나간다. 여기에 넉넉한 인심이 가세한다. 이러한 곳이 있냐고? 있다. 세월도 쉬어간다는 경북 안동의 고택(古宅)이 그런 곳이다. 그래서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휴가지로서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낙동강 구비구비 역사를 품은 고장
고 가옥들은 대체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다. 사람 붐빌 일은 좀처럼 없고, 풍수지리를 중시했던 탓에 주변 풍경은 차라리 한 폭의 동양화다. 부근에는 안동호, 임하호 등이 있어 낚시 삼매경에 빠지기에도 그만이다. 외래어종 ‘배스’가 많아 다소 정취를 떨어뜨리지만. 청명한 낙동강물은 아이들과 물장구 치고 놀기에 더 없이 좋고, 이게 성에 안 찬다면 레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리다 물이 지겨워지면 산림 과학박물관, 한국국학진흥원, ‘태조왕건’ 등을 촬영한 KBS드라마 촬영장과 민속박물관, 안동소주박물관, 조각공원 등을 찾으면 된다. 어쨌든 안동에서 무료함을 느끼기란 힘들다.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4인 가족 기준 1박 비용은 4만~5만원이다.

오천군자마을 고택 사랑채. 정갈하고 기품있는 전통한옥의 멋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안동에는 지례예술촌, 농암종택, 오천군자마을, 임청각 등을 비롯한 종택과 수애당, 경덕재 등의 고택, 봉정사, 용수사, 해동사 등의 사찰 외에도 서원과 전통 한옥등 민박집들이 15여 군데에 이른다. 서울시 면적의 2배, 제주도의 80%에 해당하는 넓이의 특성상 모든 관광지를 한번에 둘러보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때문에 어느 곳에 숙소를 잡느냐가 우선 중요하다.

안동의 보다 많은 유적지를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임청각이 제격이다. 안동 시내에서 안동댐으로 들어가다 보면 중앙선 철로에 가로막힌 커다란 한옥과 마주친다.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태실로, 일제가 철로를 마당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게 함으로써 집안의 기운을 꺾으려 했던 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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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봉우리에 철심을 박았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집 앞 2차선 도로의 중앙에 선 고목은 원래 마당에 있던 것으로 99칸의 규모를 자랑하던 당시의 집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50여 칸이 남아 전해지지만 고택체험으로 개방된 공간은 모두 7칸이다. 이 곳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독립운동사를 되새겨 보는 것도 뜻 깊다. 홈페이지(www.imcheonggak.com)에 들어가면 예약은 물론 주위를 미리 둘러 볼 수 있다. 고택 앞의 안동댐이 운치를 더한다.

10명 이상의 대가족이라면 오천군자마을(www.gunjari.net)을 고려해 볼만 하다. 후조당 사랑채(15명), 후조당(20명), 탁청정(12명), 읍청정(15명) 외에도 모두 7개의 별도 건물을 통째로 빌릴 수 있다. 안동댐 건설 당시 수몰지역 20여 채의 고택들을 그대로 옮겨왔다.

마을에는 너른 공터가 있고 춘향이가 놀았을 법한 높은 그네와 널판이 준비돼 있다. 또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절하는 법도 배울 수 있는 의생활 체험, 서당 체험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이 풍부하고, 실제 전통 혼례를 치를 수도 있다. 군자마을 바로 아래의 안동댐에서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근처의 국학진흥원 및 도산서원?어울려 품위 있는 관광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농암주택 긍구당에서 내다 본 바깥풍경.

전통의 향기로 가득한 체험마을들
부엌, 화장실, 세면장 등이 불편하다면 수애당(www.suaedang.co.kr)을 찾는 것도 좋다. 세면장, 화장실, 부엌 등 편의 시설들을 한 지붕 아래 모아 개조한 고택이다. 개조는 했으되, 대청마루와 방은 황토를 발라 옛스러움은 그대로 살리고 있다.

특히 대문을 나서면 보이는 임하댐의 풍광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수애당은 군자마을처럼 마당에서 널뛰기, 굴렁쇠 굴리기, 떡방아 찧기 등의 민속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음씨 좋은 주인 아주머니의 정갈한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지례 예술촌(www.jirye.com)은 한번 찾은 사람들을 또 다시 찾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안동에서 영덕 방향으로 30분 정도 이동한 뒤 수곡교를 건너 구불구불한 산길을 3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것도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더욱 설레게 만든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어느덧 만나는 지례 예술촌은 별천지에 가깝다. 온 시름 내려 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먼저 몸을 감싼다.

고택체험의 백미는 단연 농암종택(www.nongam.com)이다. 관공서에서 외국 손님들을 접대할라치면 이용하는 곳이 바로 농암종택의 긍구당이다. 안동의 북쪽 끝에 자리잡은 농암종택은 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기도 하다. 청량산이 그 속살을 드러내 깎아지른 듯한 암벽, 그 밑을 유유히 흐르는 에메랄드 빛 낙천에 비치는 암벽 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농암종택 쪽으로 모래사장도 끼고 있어 수박 한 통이면 더위를 피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풀 향기 가득한 방안에 창호지를 통해 들려오는 벌레소리, 물 소리. 시 한 구절이 절로 나온다. 문의 안동관광정보센터 054-856-3013/ 851-6591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7-14 18:45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