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더위에 지친 몸 추스리는 보양음식 불티육류·채소 고른 섭취로 건강균형 잃지 말아야

[여름 보양식] '으랏차차' 보양식 가마솥 더위도 거뜬
복 더위에 지친 몸 추스리는 보양음식 불티
육류·채소 고른 섭취로 건강균형 잃지 말아야


“아담과 이브가 중국인이었다면, 사과를 먹지 않고 아마 뱀을 먹었을 것이다!”

“다리 달린 것은 의자만 빼고 다 먹는다”는 ‘보양식의 왕국’ 중국에 관한 우스갯소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결코 중국인 못지않다. 예로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의 근원은 같다)이라 하여 섭생을 건강관리법의 으뜸으로 꼽아오지 않았는가.

연일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초복, 중복도 이미 지나고, 입추(7일)가 성큼 다가왔다. 14일은 말복이다. 제 아무리 장사라 해도 무더위로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요즈음,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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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보양식 으뜸은 삼계탕
복날 음식으로 잘 알려진 전통적인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이 첫 손에 꼽힌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해 진료과 의료진 260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보양식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18명(45%)이 ‘삼계탕이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응답했다.

‘서울잡학사전’에서는 “계삼탕은 식욕을 돋우고 보양을 하기 위해 암탉에다 인삼을 넣고 흠씬 고아 먹는 것”이라며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라고 전한다.

삼계탕과 함께 닭고기를 이용한 초계탕과 닭개장도 인기 있는 보양식이다. 흔히 보신탕으로 알려진 개장국과 임자수탕, 초교탕, 장어요리, 꿩고기요리, 추어탕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더위에 지쳐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데 그만이다. 이열치열 (以熱治熱)로 여름철 차가워진 장기를 따뜻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전문의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체력소모가 심하고 입맛이 떨어져 영양섭취가 나빠지기 때문에, 몸의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한 단백질 보충에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대병원 강흥식 원장은 “몸에 맞는 고단백 음식과 부담되는 음식을 가려먹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양식은 동물성 음식만 있는 게 아니다. 보양식에 관한 고정관념도 바꿔야 할 때다. 보양식에 관한한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www.uriminzokkiri.com)는 최근 가마솥 더위를 이기기 위한 음식으로 ‘남새(채소)’의 충분한 섭취를 강조했다.

이 사이트는 ‘삼복철 섭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무더위가 계속되는 삼복철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알칼리성 식료품 즉 남새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채소로 볶음, 생나물 잡채, 냉국 등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높은 기온으로 인해 몸 안의 영양소가 완전 분해되지 못하고 산성물질이 생기며 피가 산성화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단백질과 기름을 보충하는 콩국과 깻국도 북한의 대표적인 삼복철 음식이다. 과일즙에 탄산물을 섞어 먹거나 찹쌀 미숫가루를 꿀물이나 설탕물에 띄워 마시는 것도 북한에서 추천하는 보양식이다. 단번에 땀이 쑥 가시고 시원해지며 피로를 빨리 회복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과잉섭취 땐 영양불균형 초래
한편 한영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는 보양식을 먹으면 힘이 나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보양식을 몇 번 먹었더니 배만 나오는 것 같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채식을 위주로 했던 시대에는 우리 몸에 많은 칼로리와 동물성 단백질 등을 일시에 제공하면 우리 몸이 반짝하는 힘을 얻게 되었지만, 영양 과잉의 시대인 현대인의 몸에는 잉여에너지가 되어 지방 축적만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식품의 시장규모는 연간 10조 원 정도로 전체 의약품 시장보다 2배 이상 크다. 이는 제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과잉 섭취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보양식은 1회 섭취량의 조절도 필요하다. 평소 식사량의 3분의2 정도만 먹는 게 도리어 효과적이다. 체질별로 어울리는 보양식도 따로 있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처럼 대중적인 보양식이라도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 남에게 약이 되는 보양식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남들 먹는 대표적 보양식만 먹지 말고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색다른 보양식을 찾아보는 것이 보다 현명할지 모른다.

한영실 교수 인터뷰 "영양 과잉시대, 몸에 맞는 음식이 보약"

“영양 과잉의 시대에는 보양식의 패러다임도 달라져야 합니다.”

KBS 2TV ‘비타민’ 프로그램의 ‘위대한 밥상’에서 식품별로 효능과 영양소를 상세하게 짚어주는 명 해설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영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장은 “그 동안 보양식하면 뱀, 개, 장어 등 동물성 음식만을 과하게 부각시켰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 교수는 “옛날 풀 뿌리를 먹고 살던 시대에는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국민 500만명이 비만 인구인 현대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원장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약’이 되는 보양식의 키워드는 ‘식물성 단백질’이다. 대표적인 음식은 콩국수와 검은깨죽.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콩은 여름철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단백질을 보충해주면서 시원하게 입맛까지 돋워준다. 임금님의 보양식으로도 유명한 검은깨죽은 식물성으로는 특이하게 등 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DHA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한 원장은 이 밖에도 자양 강장의 효능을 지닌 잣죽, 율무죽, 전복죽 등과 무기질이 풍부한 해조류 요리, 저지방 고단백식인 닭가슴살을 이용한 닭가슴살구이나 닭가슴살냉채 등을 추천했다.

한 원장은 또한 “인체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필요로 하는 영양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절별 보양식의 개념이 정립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원장이 추천하는 대표적인 계절별 보양식은 다음과 같다. 봄에는 삼치와 광어 등 봄생선으로 겨우내 부족했던 단백질을 보충하고 냉이, 달래, 씀바귀, 두릅, 쑥 등 비타민이 풍부한 봄나물로 입맛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을에는 여름동안 지친 몸에 좋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산란기 직전의 생선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차가운 기온으로 칼로리의 소모가 커지는 겨울에는 호두, 땅콩의 섭취를 통해 지방과 무기질을 보충하는 게 좋다.

한 원장은 “삼복 더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제철 식품을 이용한 보양식의 개념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도장에서 거위간까지…세계의 보양식

글로벌 시대, 맛과 영양이 색다른 지구촌 각국의 보양식 목록을 눈 여겨 보자.

음식문화가 발달한 중국 황실의 대표 보양식은 불도장(佛跳墻)과 용봉탕이다. 불도장은 “냄새를 맡으면 참선하는 승려도 담을 뛰어넘는다”는 뜻. 잉어부레, 동충하초, 상어지느러미, 사슴힘줄 등 온갖 산해진미를 푹 고아 달인 것으로 진한 국물 맛과 향이 일품이다. 자라와 잉어를 함께 고아 만든 용봉탕은 국내에서도 고급 요리에 속한다. 정력제로 통하는 희귀한 보양식도 많다. 하(夏) 나라의 폭군 걸왕이 애첩 매희를 만족시키기 위해 먹었다는 곰 발바닥 요리가 특히 유명하다. 오리고기를 노릇노릇하게 구워 얇은 밀전병과 함께 즐기는 베이징 덕은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보양식중 으뜸은 장어요리다. 특히 갯장어는 일본 복날(토왕일) 최고 스태미너식으로 꼽힌다. 갯장어에 많은 비타민A는 야맹증,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고 콘도로이친은 피부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중동과 남미, 오세아니아 지역의 대표 보양식은 양고기 요리? 이들 지역 특유의 향료로 양고기 냄새를 없애고 스테이크로 만들어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이밖에도 남미는 칼로리가 높은 꿀을 보양식으로 즐기고, 브라질에서는 쇠고기 꼬치요리가 인기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본래 보양식으로 곤충을 먹어왔다. 보기에는 좀 징그럽지만 영양가가 높은 고단백 식품이라고 한다. 애벌레, 바퀴벌레 등 갖가지 곤충을 튀기거나 굽고 스튜로도 요리해 먹는다.

이탈리아 보양식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은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스파게티다. 호밀로 만들어 영양소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된다. 프랑스에서는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와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를 보양식으로 즐긴다. 스페인에서는 오이와 잘 익은 토마토, 피망, 마늘 등을 넣어 차갑게 먹는 스프인 아삭거리가 유명하다.


배현정기자


입력시간 : 2005-08-03 15:16


배현정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