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과녹차로 악순환 고리 끊었다"지역특산물 브랜드 가치 극대화로 인구 유입 늘고 세수도 "쑥쑥"

[지자체 '주민 사수작전]
지역혁신 우수지역으로 꼽힌 순창군·보성군

"고추장과녹차로 악순환 고리 끊었다"
지역특산물 브랜드 가치 극대화로 인구 유입 늘고 세수도 "쑥쑥"


순창고추장 축제.

“우리 고장은 우리 손으로 살린다.”

전국 시ㆍ군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인한 활력 저하에 시달리는 가운데 생존의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중앙 정부에 손을 벌리거나 임시 방편으로 위기를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기르며 ‘자활’에 나선 곳이 있어 주목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역혁신 우수 사례로 평가한 전북 순창군, 전남 보성군 등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살 길을 착실히 찾아가는 대표적 지자체들이다. 농촌 붕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아직 힘이 달리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절망을 넘어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장류 산업 공단 만들어 고용창출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군(군수ㆍ강인형)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인 인구 증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장류 산업 전용 공단의 조성과 교육 욕구 해소를 위한 옥천인재숙의 운영이다.

강인형 순창 군수.

우선 고추장, 된장 등을 앞세운 장류 산업 공단에 대한 기대감이 아주 크다. 부지 조성이 거의 마무리된 공단에는 내년 4월께부터 사조산업, 대상식품 등 굴지의 기업을 포함한 7~8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하기로 돼 있어 고용 창출, 인구 유입 및 세수 증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순창군은 고유의 장류 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정부로부터 평가 받아 신활력 사업 지구로 이미 선정된 바 있다. 군은 장류 산업 공단 외에도 장류 박물관과 장류 연구소를 건립하는 등 앞으로 장류 산업 발전에 더욱 주력, 국내뿐 아니라 세계 속의 ‘장류 메카’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옛날 고을 명칭을 딴 인재 양성의 요람 옥천인재숙도 주목할 만하다. 옥천인재숙은 농촌 지자체들이 겪고 있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순창군이 직접 설립, 운영 중인 전국 최초의 ‘공립 학원’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인근 도시나 대도시로 이주하는 농촌의 고질병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들을 붙들 수 있는 확실한 교육 여건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는 반성에서 착안했다는 게 군 측의 설명이다.

2003년 군 농업기술센터의 여유 공간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옥천인재숙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평을 받으며 이제는 순창군의 인재 사관학교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작년에는 4층짜리 최신식 신축 건물로 둥지를 옮겨, 현재 200여명의 성적 우수 학생(중3~고3)들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는 강사진들도 인근 대도시에서 이름난 실력파들로 구성했다. 학생들은 월 12만 원 정도의 식비만 내는 것으로 숙식, 수강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보성군 외국인 차 만들기 행사.

옥천인재숙은 농촌 교육 여건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넘어섰다는 점에서 타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데, 최근 다른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자체적인 공립 학원 운영이 붐을 이루는 추세다. 군 공보계 관계자는 “학생들을 성적 순으로 입학시키고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하면서 면학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며 “광주나 전주 등 대도시로 나가려던 학부모와 학생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어 인구 유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순창군은 이밖에 대한주택공사와 손을 잡고 약 500세대의 국민임대주택 단지도 짓고 있는데, 조만간 지역에 들어올 기업 임직원들과 관내 서민들을 상대로 분양할 예정이다. 군은 또 예로부터 내려오는 장수 마을의 전통을 살려 복합노인복지단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은퇴 노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사업이다. 이처럼 주거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지역을 ‘떠나는 곳’에서 ‘정착하는 곳’으로 바꿔나가는 데 필수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군 측의 설명이다.

보성군 녹차밭.

녹차브랜드 육성, 관광자원 활용까지
차(茶) 재배지로 이름난 보성군(군수ㆍ하승완)의 녹차 산업도 눈길을 끄는 지역 혁신 사례다.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으로 연 평균 3~4%의 인구 감소와 급속한 노령화에 시달리던 보성군은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고유의 자원인 녹차를 특화 작목으로 선정, 군의 미래를 걸고 있다.

군의 전략은 보성녹차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 재배를 늘리고 관련 상품 개발을 다양화하며 나아가 관광 자원으로까지 활용하는 등 다차원적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행보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보성군은 향후 생산 기반시설의 확충과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녹차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돋움 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행사인 보성다향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켜 보성 알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목표로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잘 사는 보성, 사람이 찾는 보성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8-24 15:09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