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전락한 영양·군위군 등 화끈한 유인책에도 큰 효과 없어 "발동동"

[지자체 '주민 사수작전']
건강검진·장가 보내기 등 '눈물의 사투'

'초미니' 전락한 영양·군위군 등
화끈한 유인책에도 큰 효과 없어 "발동동"


인구 늘리기 비상이 걸린 경북 영양군에서 지난해 신생아를 낳은 산모들에게 기저귀 등 출산용품을 전달 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초등학교 입학때까지 현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노총각들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할 수 있도록 600만원을 보조한다.

다른 시군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오지 면사무소 근무를 각오해야 한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안동시와 영양 예천 군위군등 경북 북부지역 시ㆍ군의 인구 늘리기 현주소다.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인구감소로 자치단체의 기구가 축소되고 활력이 떨어져 시군의 존립기반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 북부권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경북도 전체 주민등록 인구는 272만여 명. 인구가 가장 많았던 79년 498만 명에 비하면 절반 가량이다. 하지만 일반 시였던 대구(광역)시가 직할시로, 그 뒤로도 달성군과 칠곡군 칠곡읍이 대구에 편입되는 등 행정구역개편을 고려하면 실제로 줄어든 인구는 20만 명 내외에 그쳐 도전체적으로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같은 경북 안에서도 북부권은 반 토막이 아니라 70∼80%나 준 곳도 있다. 군 전체 인구가 2만∼3만으로 대도시의 1개 동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육지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영양군청사 전경.

경북 영양군은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육지에서는 인구가 가장 적다. 7월말 현재 주민등록 인구는 2만156명. 가장 많았던 72년 7만791명의 4분의1이다. 9,000여명으로 인구가 가장 적은 경북 울릉군과 1만5,000여명의 인천 옹진군은 섬지역이다.

예천군도 16만5,886명(65년)에서 5만2,132명으로 줄어 5만 명선을 위협 받고 있다.

군위군은 8만243명(65년)에서 2003년 2만9,762명으로 3만명 선이 붕괴했고 지금은 2만7,913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인구감소세에 맞서 이들 자치단체는 대대적인 인구늘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영양군 "2만 명을 사수하라"
인구 2만 명 붕괴를 목전에 둔 영양군은 2003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산모에게 기저귀와 분유, 젖병등 30만원 상당의 출산ㆍ유아용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별도 조례를 제정해 첫째 아이를 낳으면 10만원, 둘째는 20만원, 셋째는 30만원의 현금을 출산장려금으로 준다.

이와 함께 인근 안동시등에서 출퇴근하는 영양군청 공무원들에 대해 거주지를 옮기도록 유도하고 주소를 타시군에 둔 공무원들에게는 영양군 안에서도 가장 오지의 면사무소에 근무토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기에다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에 귀농자상담센터를 마련, 휴경지와 빈집을 알선하는 등 귀농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내년부터는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귀농학교를 설립, 영농기술교육과 농촌체험, 기존 농민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는 노우하우를 전수한다는 복안이다.

영양군의 이문열 문학관.

군위군의 인구늘리기 지원은 더 화끈하다.

자녀수에 관계없이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30만원의 현금을 준다. 첫돌이 되면 또 30만원, 초등학교 입학하는 만7세에 이르면 40만원 등 총 100만원을 지원한다.

새로 전입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6개월동안 쓰레기종량제봉투와 상수도요금, 자동차 변경등록비, 각종 증명수수료등을 모두 면제해주고 보건소에서 기초적인 건강검진까지 해 준다.

한때 16만명이 넘었던 예천군에서는 인구 늘?綬?위해 노총각의 짝 찾아주기에 나섰다.

지난 6월 1인당 600만 원의 군예산을 들여 18명의 노총각에 대해 베트남 여성과의 맞선을 주선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인구 늘리기에 전력투구 하는 것은 인구감소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당장 행정기구와 예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인구에 따라 설치할 수 있는 실ㆍ과와 공무원수가 달라진다.

5만 명이 무너지면 2개과, 3만이 무너지면 1개과를 더 줄여야 한다. 5만2,000여명의 예천군과 3만 명이 무너진 군위군으로서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중앙정부가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 인구가 가이드라인을 벗어났다고 해서 당장 기구ㆍ예산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2007년부터 총액인건비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기구축소와 공무원정원 감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비초로 유명한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이와 함께 자치단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재정수요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일반교부세 산정 때도 인구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어 인구는 곧 예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인구 늘리기는 일시적 효과뿐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영양군 이영우(48) 기획담당(계장)은 “출산가능 연령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각종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인구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관내 270여 자연부락중에 면소재지 이상 마을을 제외하면 대부분 몇 년 동안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애 낳을 사람이 없다구요"
실제로 영양군에서 2003년 출생자는 123명으로 사망자 245명의 절반도 안된다. 예천 군위군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양군청 한 여성공무원은 “이곳에 정착한 군청 여성공무원이나 농협여직원, 국제결혼한 베트남 여성등을 제외하면 애를 낳을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출산 장려금을 준다 해도 애 낳을 사람이 없고 낳더라도 농촌 소득으로 막대한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앞으로 아기 울음 소리 듣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이들 자치단체서 장기전략으로 체류형 웰빙 관광지 조성등에 눈을 돌리지만 도로 등 기초적인 인프라 부족과 민자유치의 어려움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농업인구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 줄어야 한다. 대신 유기농 등 농업기반을 특화발전시키고 주5일제 확산에 맞춰 도시인들이 주말에 체류하며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관광휴양시설을 확충하는 등 대체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8-24 15:19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