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차례상 인기, 10인분 10만~20만원 안팎

[추석특집] "지지고 볶던 차례음식 'e클릭'으로 해결해요"
맞춤차례상 인기, 10인분 10만~20만원 안팎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주부들의 스트레스도 커진다. 특히 올해는 추석 연휴가 짧아 무엇보다 제수 음식 준비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에 올릴 음식을 정성껏 마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맞벌이 등으로 바빠진 주부들의 일상은 과거처럼 명절 음식을 손수 준비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다.

이처럼 맞벌이 가족이 늘어나고 세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차례상 문화도 급변하고 있다. 이제 제수 음식도 취향에 따라 알맞게 구입하여 올리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전화 한 통화나 인터넷 클릭만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맞춤 차례상’이 인기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주부 최모(36)씨는 이번 추석 차례상 음식을 주문 차례상 업체에 맡겼다.

시댁인 마산에는 연로한 부모님들 밖에 없어 서둘러 내려가지 않으면 음식 준비가 여의치 않은 까닭이다.

최씨는 인터넷에서 추석 상차림을 전문 대행해주는 업체들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5인분 차례상 음식을 16만원에 계약했다. 최씨는 “동서라도 많으면 나눠서 하겠지만, 올 추석처럼 특히나 짧은 연휴 기간에 손이 많이 가는 차례 음식을 혼자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시장에서 이것저것 사다 보면 20만~30만원을 넘어버리기 일쑤인데 비용 면에서도 오히려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차례상 주문 업체에서 제공하는 차례상의 가격은 음식 종류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경기 지역 업체들이 내놓은 올 추석 차례상은 보통 10인분 음식이 20만원 안팎이다. 밥만 빼고 차례에 필요한 모든 음식은 기본이고, 향과 양초까지 준비해준다. ‘다례원’(www.daryewon.com), ‘큰집제사’(www.keunjib.com), ‘홍동백서’(www.jesa119.co.kr), ‘신라원’(www.goodjesa.co.kr) 등 현재 전국적으로 200여 개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명절 차례상 전문 대행업체 ‘다례원’ 대표 고경숙씨는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주문은 예년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며 “손수 음식을 장만해야만 정성이 있는 게 아니라 차례를 지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식이 남성이나 노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급 식재료로 명품 차례상을 준비해주는 호텔도 등장했다. 임피리얼 팰리스(구 아미가) 호텔은 30가지 차례 음식을 50만원에, 과일을 포함한 차례상은 60만원에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급이라 해도 차례상을 통째 인스턴트로 주문하는 것이 꺼림칙할 수 있다. 이 경우 특히 손이 많이 가는 나물, 전, 찜 등 일부만을 인터넷 등지에서 구입하는 ‘테이크 아웃형’ 차례상에 눈길이 간다.

온라인 마켓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바쁜 명절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줄 수 있는 반 조리 및 완전 조리된 차례 음식의 판매가 늘고 있다.

‘차례상용 부침개 세트’는 녹두전, 버섯전, 해물파전, 고기완자, 동태전 등을 5ㆍ7ㆍ9종 식으로 원하는 제품만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고, ‘찬만나 11종 반찬세트’는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등의 나물류와 산적, 새송이버섯전, 떡갈비전 등의 부침류를 포함한 차례상 음식 중 11가지를 골라 주문하면 돼 편리하다.

‘장금이 부침개 7종 세트’를 12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우현배씨는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기본으로 오르는 동태전과 깻잎전, 고기완자, 녹두전 등 위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밥 전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염창신씨는 “오프라인으로만 판매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호응이 뜨겁다”며 “특히 집에서 소량으로 여러 종류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 인터넷에서 세트로 구매하는 게 훨씬 저렴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션에 의하면 추석 차례 음식 판매는 지난해보다 40%가 증가했다. 이중 특히 손이 많이 가는 나물, 전류의 판매가 전체 岺?수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수요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옥션 배동철 이사는 “올해에는 특히 예년에 비해 필요한 만큼만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는 소포장, 단품 위주의 주문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추석 연휴가 짧은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중심으로 구입해 효율적으로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석 문화도 실용화되는 쪽으로 변玖庸?명웰옐贊걋막灌?잘 팔리지 않던 중등급 이하 상품의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G마켓(www.gmarket.co.kr)에 의하면, 한 상자에 최저 9,600원부터 판매되는 신고배는 하루 거래량이 1,500건에 달할 만큼 수요가 폭발적이다. G마켓 박주범 과장은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판매가 다소 힘들었던 중등급 과일이 특히 인기”라고 전했다.

수북하게 쌓아 푸짐하게 차리던 차례상 음식도 제사가 끝난 뒤 가족들끼리 나눠 먹을 정도로만 간단해지고,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는 기발한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아줌마닷컴(www.azomma.com)의 주부 홍은선 씨는 “명절 내내 똑 같은 음식을 먹다 보면 질리기 쉽다”며 “색다른 방법으로 입맛 당기는 대변신을 시켜보자”며 차례 후 남은 음식 활용법을 제안한다.

차례 음식은 마늘이나 고춧가루 등이 안 들어가 있으므로 매운 양념이나 올리브 오일 등으로 다시 간을 하는 게 기본이다. 떡 대신 송편을 넣은 송편 떡볶이나, 뼈를 바른 닭적에 과일을 섞어 냉채소스 꿀 등을 끼얹은 닭고기 과일 냉채도 이색적이다. 남은 전을 먹기 좋게 썰어 버섯과 각종 야채, 육수를 넣어 끓이는 모듬전 버섯 전골 등도 가족들의 저녁 만찬거리로 제격이다.

주부 네티즌 김선미씨는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제사상에 올려진 고기는 잘 먹지 않는다”며 “산적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한참 후에 소스를 뿌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후스테이크로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산적인지 모르고 잘 먹는다”고 귀띔했다. 전통의 틀을 깬 차례상의 변신이 이채롭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9-14 13:48


경북 영덕의 한 문중이 차린 추석 차례상 모습.임재범 기자

맞춤 차례상. 전화 한통화면 업체에서 배달해 준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