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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여자가 건강해야 남자가 바로 선다
각종 질병에 취약, 여성건강은 사회적 문제



2001년 발간된 유엔인간개발보고서(UNDP)에 따르면 평균 수명, 교육 수준, 국민소득 등을 기준으로 산출한 남녀평등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46개국 중 29위였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날로 향상되었고 가부장적 전통에 의한 남녀 차별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일반적 통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다.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 인구가 최근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해졌고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아직까지도 뿌리깊게 남아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은 질병과 건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의료 관련 각종 통계 수치들이 질병에 있어서도 성차(性差)가 엄연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단순히 신체적, 유전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성적(性的) 불평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여성과 남성은 부작용의 정도가 다르다. 뇌졸중을 앓은 이후 생기는 후유증의 정도도 그렇다.

안전하지 못한 성접촉을 하는 경우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성병에 걸릴 확률이 2배,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10배나 된다.

2003년 캐나다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같은 양의 담배를 피웠을 때 폐암에 걸릴 확률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20~70% 높다.”

질병에 있어 신체적 조건에 따른 남녀 차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건강 수준이 낮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경제적 격차 뿐만 아니라 성(性, gender)의 차이에 주목하는 경향이 아주 뚜렷해졌다.

지금까지 여성 건강과 관련된 문제들이 주로 생식건강에 관한 것들로 한정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랍고도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지만, 반면 이를 뒤집어 보면 여성이 이제껏 사회적 약자(弱者)의 위치에 머물러 큰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성에 비해 질병에 의한 고통 심해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여성이 남성보다 질병으로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고, 특히 각종 급성질환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성은 또한 자신의 건강 수준에 대해 남성보다 더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모든 연령 대에서 남성보다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회 전반의 성 차별 뿐만 아니라 임신, 출산과 자녀 양육 문제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영ㆍ유아 보육을 주로 담당하는 20~34세 기혼 여성들의 경우 자녀를 갖지 않은 여성의 취업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의 2배에 이르고, 비취업 여성의 경우 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4%가 넘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성이 질병에 아주 취약하다는 사실은 대표적인 국민건강과 보건 지표인 평균수명과 만성질환 발병률만 봐도 금세 드러난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2002년 현재 80.4세로 남성보다 6년 정도 더 오래 살지만 연장된 수명의 대부분은 유방암, 자궁경부암, 당뇨, 뇌졸중 같은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시기다.

2001년 국민건강ㆍ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 여성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1년간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높았다.

암을 제외하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뇌혈관 질환에 따른 10만 명당 사망자 수도 여성 81.7, 남성 72.7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당뇨 유병률도 노년으로 갈수록 여자가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만큼 중요한 건강 문제’라고 경고한 비만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태다.

45~64세 중년 여성의 비만율이 40%가 넘었고, 중년 여성의 3분의 2 이상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지목 받는 복부비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대사증후군에 의한 관상동맥질환과 관절염과 요통으?대표되는 근골격계 질환에서도 여성들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장애 남자보다 훨씬 심각



임신, 출산, 불임, 피임 등 재생산과 관련된 분야는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정신질환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의 취약성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신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여자 23.1, 남자 38.4%로 남자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담배와 알코올을 제외할 경우에는 여자 18.8, 남자 6.8%로 여자가 3배나 됐다.

결혼을 늦추는 만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출산율 저하, 기형아 출산과 임신중독증 증가 등의 사회적 후유증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0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이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여 이런 추세로 가다간 2040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제왕절개 분만율 수치도 2004년 상반기 기준 38.1%에 달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여성들의 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000년 인구 센서스에 의하면 전체 인구 4,600여만명 중 여성이 2,290여만명으로 49.3%를 차지하여 전체 인구 중 남녀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65세 이상 노인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 5.6, 여성 9.1%로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여성 인구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연령대에 따른 이런 성비(性比) 불균형 현상은 우리 사회 출산율 감소가 남아 선별 출산 현상과 동반되어 진행돼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는데, 고령화 추세에 따른 건강 문제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


입력시간 : 2005-10-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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