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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유리를 깨고, 날개를 펼쳐라
육아·보육 사회문제로 인식 필요, 각종 제한·불이익도 없애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5년 5월 현재 우리나라 여성경제활동 인구는 1년 전보다 23만명이 증가한 1,003만7,000명.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1,400만명의 남성경제활동 인구와 비교해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양성평등을 기치로 한 많은 제도적 장치들의 작용으로 외양은 그럴듯하게 ‘남녀평등’이 진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국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척박하고 불안하다.

지난해 7월에 발표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을 바탕으로 이들 삶의 현주소와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짚어본다.

교육·취업현장 불평등 잔존



우선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교육의 문제에 있어서 여성들은 여전히 열등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사회적 지위와도 밀접하게 관계되는 요소다.

25세이상 여성의 학력구성비를 보면 2000년 대졸이상은 18.0%로 1975년 2.4%보다 15.6%포이트 증가했다. 하지만, 75년 대비 남성이 21.5%포인트 증가한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다.



1970년대 경제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여성노동잗르(왼쪽)과 90년대 초반 가정의 주춧돌 역할을 하던 아줌마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들의 대학진학률도 남성의 81.0%보다 낮은 77.5%에 그쳐, 여성이 덜 교육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지위에 오르는데 필요한 학위의 낮은 취득률로 이어졌다.

전체 석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비율은 39.8%, 박사학위는 23.7%에 불과하다. ‘여자가 더 배워서 뭘 하려고’하는 사회적 인식이 잔존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고스란히 취업 현장에서의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여성경제활동 인구 1,000만명 시대’를 외치고는 있지만, 그것이 질적인 부분까지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동일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차등 지급되는 임금, 안정성과 직결되는 근속년수 등에서 보이는 여성의 근로환경은 열악하다.

남성의 임금과 이직률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의 임금은 62.3%, 이직률은 138.1%에 이른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조차 차별 받는 요인은 무엇일까.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해소되어야 할 ‘차별’이지만, 육아 문제가 여성의 몫으로 남아 있는 한 그 차별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설명이다.

즉 여성이 육아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사회적 활동이 가능할 때 그들의 삶의 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들은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육아부담(41.1%)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사회적 편견, 차별적 관행 및 제도(21.7%)가 그 다음을 이었고, 불평등한 근로여건(13.2%), 가사부담(8.9%) 순으로 나타났다.



구김살 없는 표정으로 밝게 웃고 있는 2000년대 젊은 여성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금옥(41) 사무처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육아 문제를 “이제는 사적 영역의 문제가 아닌, 공적 영역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저출산 문제가 더 이상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설득력을 가지는 주장이다.

그는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의 활용이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라며 ‘육아와 보육 문제의 사회화’를 거듭 강조했다.

김 처장은 또 “보육의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면서 예전의 한국 사회 전체에 일반화 돼 있던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보았다.

옛날에는 부모가 집에 없더라도 이웃, 동네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돌봄으로써 부모가 들판에 나가 집을 장시간 비우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혀나가는 당국의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제도·현실 사이 괴리 좁혀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면 2003년 5월에 개정된 ‘남녀차별금지법’이 엄연히 성문화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모집, 채용에 있어 나이, 학력제한(유리벽ㆍ Glass Wall)으로 인한 피해를 많이 받고 있고, 채용 후 승진에서도 제한(유리천장ㆍWall Ceiling)을 직ㆍ간접적으?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면접시 여성에게 불리한 내용(에: 결혼, 임신, 출산 등)을 질문하고 있어 이 또한 사실상 여성의 고용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공무원, 공기업, 민간기업의 모집, 채용 및 승진 및 면접질문 사항에 대해 직권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처장은 “현재 한국에는 모성보호법 등 여성권 3법이 구비돼 있지만, 직장에서 지켜지는 비율은 미미하다”며 “제도를 다양한 현실에 부합하도록 재정비하는 것과, 사용자는 물론 피고용자도 이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준수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 제도와 현실의 갭을 좁혀야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입력시간 : 2005-10-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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