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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 밖으로 나선 女性 "이젠 질적 향상 꾀할 때"
창간 41주년 기념좌담 한국여성의 위상변화와 향후과제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여성 사회 진출의 눈부신 향상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이 이뤄졌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본지는 각계의 대표적인 여성 5명을 초청, ‘한국 여성의 위상 변화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는 이복실(44) 여성가족부 보육정책국장, 우성화(41) 티켓링크 대표, 이영주(38) 법무부 여성정책 담당 검사, 공선옥(41) 소설가, 김은미(39)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사회는 김 교수가 맡았다.

김은미 교수(사회) :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모였으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선 여성 지위 변화와 관련해서 사회 각 분야의 여성 진출과 역할 확대는 어느 정도까지 됐다고 보고 계십니까.

우성화 대표 : 1990년대 제가 벤처 기업의 사장이 됐을 때만 해도 여성이 CEO가 된 것이 화제가 돼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벤처업계 모임에 나가면 여성 CEO가 아주 많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현상입니다.

이복실 국장 : 여성부에서도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통계만 봐도 잘 드러납니다.

지난해만 해도 여성권한척도가 78개국 중 68위던 것이 2005년에는 80개국 중에서 59위로 상승했습니다.

우 대표 얘기처럼 재계에서도 여성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공직에서도 그 같은 변화는 더욱 뚜렷합니다.

5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2001년에는 4.8%, 2004년에는 7.4%로 3년 만에 거의 2배로 늘어났습니다. 제가 공직에 입문한 1985년에만 하더라도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가 100명 중 2명에 불과해 신문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김은미 연세대 신방과 교수

여성의 공직 진출이 는 것은 제도적 장치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행시에 여성이 20%가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여성 채용 목표제를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시행했습니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 아니냐, 질 낮은 여성 공무원을 뽑는 거 아니냐 하는 식의 말이 많았죠. 하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합격한 여성의 수는 미미합니다.

오히려 이 같은 제도가 알려지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도전하고, 또 열심히 해서 높은 점수로 당당히 합격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는 양성 평등채용 목표제(시험에서 한 성이 30% 미만일 경우 그 성을 보충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지금까지 단 여성 14명, 남성 3명 만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김 교수: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하여 제도적 장치들이 작동한다는 말씀인데, 공직사회 등에서 여성이 진입 이후에 승진 등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이 국장 : 좋은 지적입니다. 진입에서 쿼터를 준 것에 불과합니다. 승진할당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지금 검토 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승진을 하려면 근무평정을 잘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 정책, 예산부서 등 좋은 부서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여성이 덜 배치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앙인사위에서 지침을 만들어서 그 같은 부서에 여성들이 배치 받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효과는 아직 미미합니다.



우성화 티켓링크 대표

사회적 평등기회 아직 먼 길

이영주 검사 : 올해 검사 생활 13년째입니다. 해마다 여성이 1명씩 검사로 임관하다, 제가 검사가 되던 해에는 3명이 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통상 25%정도 여성 검사들이 들어오고 있어 일단 수적으로 법조계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또 여성들은 5~6년 전만 하더라도 덜 거친 舅?맡아 왔지만, 최근에는 특수, 공안, 강력 등 험한 분야로 진출하는 여성 검사 많습니다.

특히 강력반 중에서도 마약, 조직폭력에까지 여검사들이 포진해 잘하고 있습니다. 양적 확대가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이 국장 : 여성들의 여러 사회 참여 중에서도 정계참여가 가장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16대 국회 때 여성 의원은 7%가 채 안됐지만, 17대에 와서는 13.3%로 거의 2배가 늘었습니다.

국회의 모든 상임위에 여성 의원들이 참여하다 보니 여성 관련 이슈들이 국회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장관들도 관심을 가지게 돼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공선옥 소설가 : 문화 분야, 특히 문학 부문만 놓고 봤을 때 ‘00년대의 여성작가’.

김 교수 : 그렇지만 문학계가 상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고 하는 분야라고 하면 너무 무지한 표현이 될까요.

공선옥 : 요즘도 ‘’ 하는 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주도의 문단 내에서 여성작가들에 대한 폄하가 암암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김 교수 : 음악상 시상식 같은 걸 보게 되면 여성 심사 위원이 많이 없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문학상은 어떻습니까.



이복실 여성가족부 국장

공선옥 : 음악 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꼭 끄집어내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문인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술자리인데,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술 자리에서 ‘’ 하는 식으로 불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김 교수 : 우리나라에서는 학계가 다른 분야 보다도 후진적인 섹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여교수 임용 비율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마저도 음대, 미대, 가정대를 제외하면 여교수 비율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제가 있는 연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연대하면 상대를 떠올리는데 상대에 여교수가 처음으로 임용된 것도 불과 1~2년 전의 일입니다. 교수가 10명이 넘는 학과라 하더라고 한 명의 여교수가 들어오면 ‘, 한 명 있으니까 됐다’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검사 : 법조계에서는 시험을 봐서 선발을 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여성을 뽑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교수 임용의 경우는 교수 위원회에서 뽑질 않습니까.

김 교수 : 물론 교수 지원자의 점수가 있습니다. 논문 등의 연구의 질을 가지고 평가하게 되는데, 각자 전문분야로 갈수록 다른 분야를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방송 좌담 프로그램을 보면 부자(父子)가족, 부녀가족에서 아버지가 1인2역, 3역을 하는 장면들을 비추면서 ‘’ 하는 생각을 시청자들이 가지게 합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편모들이 그렇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조명하지 않다가 편부의 고생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보고 여성의 시각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여성들의 보육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이 국장 :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보육입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는 게 문제죠. 국ㆍ공립 보육 시설이 전체의 5%, 민간 시설이 95%입니다.

우 대표 : 50%정도이고, 그 중의 상당 수가 아이를 가진 주부들입니다. 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돌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육시설이 있다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맡기고 싶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이영주 법무부 검사

구청 등에서 운영하는 괜찮은 시설에 등록을 하려해도 기본 몇 백명에서 심지어 천명까지 줄옘?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인지를 시작하는 2~3살의 나이가 되는 대리, 과장들이 한참 일할 때의 보육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실정입니다. 회사가 보육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힘든 일입니다.

이 국장 : 지역별로 균등하지 못한 보육 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집 근처의 보육원에 아이를 맡깁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1시간 운전을 해서 맡기지 않기 때문이죠.

보육문제에 발목잡힌 여성

우 대표 : 보육업에 여성 사업가들이 진출하기를 꺼려합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규제를 좀 풀어서 보육 업체들끼리 경쟁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노부모인 경우나 보모를 둬서 맡겨 놓으면 말을 늦게 배우는 경향이 있고, 주변에 있는 보육 시설에 맡기려고 하면 마음이 놓이지 苛?게 아이를 가진 여성 직장인들의 공통된 근심거리입니다.

규제가 풀려서 많은 보육원이 생기고 자신의 형편에 맞는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선옥 : 저는 보육 시설에 대한 생각이 우 대표와 좀 다릅니다. 세금으로 나라의 보육 정책을 편다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있는 계층보다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으?안 되는, 돈이 없어서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을 위주로 보육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우 대표 : 정부는 저소득층을 책임지고, 정부는 규제를 풀어서 자율경쟁에 의해서 우수한 보육시설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정부의 보육 시설보다 높은 수준의 시설에 맡기고 싶지만, 그런 시설은 없다 보니 일을 하고 싶은 전문직 여성들이 일터를 떠난다는 얘기입니다.

이 검사 : 보육의 문제는 아이가 학교에 가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있는 사람이든, 덜 가진 사람이든 모든 사람들은 자식에게 만큼은 최고로 잘 해주려는 게 인지상정 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낳아 놓으면 됐지만, 이제는 그냥 두면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런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좀 해소되어야 여성들이 사회에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국장 : 이 검사가 말한 것처럼, 서울대에 합격한 아이들의 엄마 직업을 보니 많은 수가 전업주부더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일하는 엄마들이 큰 좌절감을 맛 봤죠.

김 교수 :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보육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은 다 남자라고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여성부 장관은 30대 후반의,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장관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보육과 관련된 정책들이 엄마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국장 : 모든 정책이 본인이 직접 깨달아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현장과 학계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또 다른 부처와 의견을 나눠 가면서 수립합니다. 물론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선옥 : 양극화 얘기 하셨는데 성공한 여성은 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지위가 낮아진 여성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 대표 : 사법시험, 행정고시에서 얼마 합격했다 하는 수적 의미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질적인 위상의 변화가 있으려면 최고의 자리까지 가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여성이 각 분야 최고의 자리로 가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좀 더 적극적으로 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최고 자리로 올라가는 여성들이 많아졌을 때 저소득층 여성의 삶도 짚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 교수: 동감입니다. 그렇게 돼야 아이들에게도 여성이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양성평등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봅니다.

출산·양육부담 정부 분담 더 많아져야

이 국장: 정책도 지금까지는 일하는 여성들이 워낙 미미하다 보니 여성의 진입에 초점을 맞춰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여성 본인들 스스로 고위직으로 가려는 의지도 중요한 때 입니다.



공선옥 소설가

우 대표 : 우리는 가부장적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서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아이들 만큼은 예전의 남성, 여성의 역할 모델을 넘어서서 교육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 하는 식의 교육은 없어져야 합니다.

공선옥 : 예전의 아이들, 즉 요즘의 아빠들이 아이들을 낳기 싫어하는 것은 이들이 보호만 받으면서 성장한 탓이 아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뭘 책임지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산업화 시대 이후 연성화 한 남성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교수: 사적인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멀리 내다 본다면 아이들에 대한 양성평등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우 대표 : 저출산 문제를 얘기하면서 여성들이 사회적 활동이 많아지고, 환경이 안 돼서 그렇단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여성만의문제가아닌 남성들의 문제로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성이 후원을 잘하면 저출산 문제가 오늘날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재벌의 3세들도 아이를 셋 이상 낳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고소득 층도 출산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출산 문제가 경제력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검사 : 공감합니다. 주변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애를 많이 낳으면 우리 엄뗐낮?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많이 낳지 않습니다. ‘’, 책임 분담의 시각에서 출산을 본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게 됩니다.

출산을 이렇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기쁨,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양육의 기쁨을 공유하는, 행복 분담의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 국장 : 직장의 문화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仄鳧?직장문화는 가족친화적이지 않습니다. 가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족이 함께 저녁 한끼 같이 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업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정시에 출퇴근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도 날이 훤한 저녁 6시에 퇴근하면 이상하다고 할 정도의 분위기입니다.

회식문화도 가족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직원의 생산성도 올라가고, 복지도 낳아질 것 입니다.

이 검사 : 최근에는 많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절날 여성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면서 남성들도 그 고충을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명절 스트레스에는 남성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보도 등 서로 이해하면서 평등으로 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잡힌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공선옥 : 겉으로는 명절이 다 즐겁습니다만 실질적으로 남자는 남자들대로 여자는 여자들대로 다 힘든 것 같습니다.

알맹이는 없고 형식만 남은 게 요즘의 명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뼈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부림 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 교수 : 명절에 항상 시댁을 먼저 가고, 시간이 나면 처가에 가는 등의 소소한 일에서부터 ‘ 2등인가’. 특히 관혼상제에서 불평등한 관계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여성의 지위에 변화를 부르는 판결들이 많이 나고 있습니다.

이 검사 :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지만, 상속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단초가 돼서 점점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모든 일에서 계기가 있기 마련인데 이 계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성희롱, 성폭력 등 누구나 피해를 겪거나 그 같은 가능성 앞에 놓여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것 보다는 무임승차 하길 원한다는 현실입니다.

양성평등문제 상당부분 여성의 몫

이 국장 : 2008년 10월1일부터 시행되는 호주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가족제도가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했으니까요. 장차 여성생활에 큰 영향 끼칠 것입니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호주제의 폐지가 실현된 것은 여성의 지위 변화에 큰 획을 그은 사건입니다.

공선옥 : 2008년부터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게 2005년 오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여성이 재혼한 경우에도 아이들이 전 남편의 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도 아이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여성의 문제가 곧 아이들의 문제, 인권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김 교수 : 각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을 확대하는 정책과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도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를 남성과의 갈등이라고 하고, 혹자는 남성의 저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 국장 : 여성들의 지휘가 높아질수록 남성들과 화합하면서, 도움을 받아가면서 남성들과 같이 가야지 남성을 적대시하거나 배척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기 만을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검사 : 직장에서 남녀의 갈등은 상당히 있다고 합니다. 저도 직장 생활하면서 사표를 쓰고 싶을 정도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라든지, 여성 인력의 활용이라는 시대?대세를 감지하지 못한 사람들이었고, 그런 면에서 참 안됐다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이제 남자들이 좀 더 대범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 강화해야

우 대표 :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자 보스를 경험하지 못한 남자 직원들이 자신보다 젊은 여상사의 지시를 받을 때 ‘’, ‘’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버지-어머니 순으로 위계가 잡힌 가정에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직장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대학의 ‘’.

공선옥 : 어쩌면 여성학이라든지, 여성부가 없어지는 날이 남녀 갈등이 없어지고 평등해지는 세상이 되는 날이겠죠.

김 교수 : 학계에서도 여교수를 확대해서 뽑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 주장 이면에는 ‘’ 하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습니다.

우 대표 말씀처럼 더 많은 여교수들이 강단에 서서, 누구나 보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학서부터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공선옥 : 한국 사회가 민주화 됐다고 하지만 성의식의 민주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독재자가 군중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 무리를 흩뜨리기 위해 노력하듯이, 남성 중심의 성의식에 지배 받는 사람들이 여성, 여성성의 응집을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성을 바라보는 의식의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우 대표 : 여성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여성들도 지위가 높아지더라도 남성들에 비해서 책임감을 좀 떨어지는 현상을 보는 것도 사실입니다.

똑 같은 일은 팀장들에게 줬을 때 여성팀장은 ‘’, ‘’ 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같은 여성 개인의 소극성이 높은 지위로의 상승을 어렵게 만드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국장 : 요즘에는 여성들도 일 잘한다는것이입증되면서 서로 데려 가려고 합니다만, 남성 보스들도 처음에는 여성 사무관을 부하로 두려고 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이 검사 : 남성 상사가 여성직원을 부하로 두는데 주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집안 일 때문에 직장 일을 소홀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죠.

또 그 보다도 먼저 편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못을 지적했을 때 울?삐칠까 봐 걱정하는 상관들도 있습니다.

검찰에서는 해마다 여성 검사들을 대상으로 워크 샵을 하고 있습니다. 이때 남녀갈등관리, 의사소통 등에 대한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자 했지만, 이런 부분을 연구한 분들이 드물어 모시지 못한 예가 많습니다.

공선옥: 저는 여성이 남성과 똑 같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남녀평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그 일을 잘 해내고, 남성은 남성이기 때문에 해 낼 수 있는 일들을 소홀함 없이 해내는 것이 남녀 평등이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기계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김 교수 : 다양성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성이냐 남성이냐, 장애인이냐 아니냐, 돈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서 각자의 개인성이 존중되고 다양성이 존중되면 여성전체를 하나로 묶어 놓고 ‘’.

이 검사 :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낸 한 여고생의 진의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요즘 남성들이 여성으로부터 빼앗기고 있으니까, ‘’. 이런 식으로 가서는 갈등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공선옥 :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인간에 대한 이해, 성의식에 대한 민주주의가 덜 이루어진 데서 생기는 유아적이고 폭력적인 발상 같습니다.

김 교수 :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고유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각자 가진 자질을 충분히 발현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된 곳이 선진국이겠죠.

주제를 조금 돌려서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과정에서 생긴 잡음을 엘리트 여성과 성매매 여성과의 갈등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요.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변화 필요

공선옥 : 성매매 문제도 양극화의 문제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여성 중에서도 성공한 여성은 남성들로부터 인정 받고, 성매매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성공한 같은 여성들로부터 버림받고 있을 겁니다.

여성들의 분란을 조장하는 남성의 책략이라는 얘기와 여성부의 책략이라는 얘기가 같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이 국장 :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으로 인해 ‘=불법’. 성노동자 노조 결성 얘기도 있지만, 정부는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노동이 아니라, 인권 유린으로 보는 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정부도 여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김 교수 : 성폭력, 성희롱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해서도 제도적, 국민적 합의와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넓은 의미에서의 양성평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이 검사 : , 조금이라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는 인식에 변화가 와야 합니다.

성매매, 성폭력, 성희롱 모두가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온다고 봅니다. 특히 사건 발생 뒤 이를 맡게 되는 수사기관이나 법조인들의 변화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김 교수 : 어쩌면 법조계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이 아닌가요.

이 검사 : 법을 해석하고 질서를 유지해?하는 조직의 특성상 보수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선옥 : 이 같은 문제들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성매매, 성폭력, 성희롱은 모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돈, 힘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 검사: 성폭력 사건을 보면 죄질이 정말 나쁜데도 형량이 낮습니다. 강간과 강도를 비교해 양형 기준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교수 : 최근 북한과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김윤규 부회장 퇴진 등 일련의 경영행위에 대해 여성 경영인의 특징을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 대표 : 남성들은 부정과 부패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좀 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부정부패 면에서는 남성들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검사 : 맞습니다. 여성시대의 가장 큰 장점이 낮은 부정, 부패 입니다.

여성이 가진 도덕적 우위는 큰 장점

우 대표 : 남성들은 ‘에잇, 그거 가지고 뭘 그래’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투명한 사회로 가는 분위기가 조성된 요즘 상황에서 그 같은 여성들의 눈, 도덕적 잣대가 더 엄격한 것은 굉장한 장점이라고 봅니다.

김 교수 : 남성에 비해 도덕적 기준이 확고한 것은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긴밀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쏠리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검사 : 여태까지 성공한 여성들을 보면 여성으로서 성공했다기보다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남성화한 면이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수적인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특성을 살려서 일할 수 있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사실 여성들은 대게 성실해서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기는 하지만, ‘’. 그래서 주변을 살피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으로 대처해야 사회에서도 안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 대표 : 저는 향후 여성 지위 향상에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요즘 재계 화두 중의 하나는 ‘’.

굴림하는 경영에서 직원을 섬기는 경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섬기는 문화에 익숙한 여자들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김 교수 : 자기 주장만 펴던 남성들조차도 배려하는 남성으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남성과 같이 가느냐를 고민할 때라고 봅니다.

서로 듣고, 관찰하고, 영향을 주는 세상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성성이 부각되는 남성, 리더로서의 여성이 우리 사회의 큰 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조신차장 shincho@hk.co.kr  
정민승 기자 msj@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 2005-10-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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