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여성 절반 혼전 섹스…4명 중 1명 낙태 경험…피임엔 소극적

[커버 스토리] 변강쇠 보다 카사노바가 좋아
미혼여성 절반 혼전 섹스…4명 중 1명 낙태 경험…피임엔 소극적

부산영화제 출품작 '섹스와 철학'

국내 미혼 여성은 20대 초반에 첫 섹스를 하고, 4명 중 1명 꼴로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이상이 주 1회 이상 정기적인 성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주간한국이 창간 41주년을 맞아 국내 여성포탈 사이트인 젝시인러브(www.xyinlove.co.kr)와 함께 실시한 ‘2005년 미혼여성의 섹스라이프’조사에서 밝혀졌다. 한국이 성에 관한한 더 이상 ‘은둔의 왕국’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미혼여성 가운데 성경험이 있는 전국의 20세 이상 315명을 대상으로 9월23~2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에 첫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3세 때 첫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154명(49%)으로 가장 많았고, 20세 미만에 첫 성관계를 갖는 여성도 70명으로 22%나 됐다. 24~26세 때 첫 경험을 하는 여성은 56명(18%), 27~29세 28명(9%), 30세 이상이 7명(2%)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중 무려 86%인 273명이 만난 지 6개월 이내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했다. 사귄 지 6개월 정도에 성관계를 갖는 여성이 40%(126명)로 가장 많았고, 1개월에 성관계가 이뤄지는 경우는 33%(105명), 만난 지 1주일만에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13%(42명)나 됐다.

열린 性, 빨라진 첫 경험

이 같은 자료가 뒷받침하듯 첫 성관계를 경험하는 시기나 교제 후 성관계를 갖는 기간이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한 요인에 대해 젝시인러브의 정현경 대표는 “성개방 풍조가 확산된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자의식이 강화된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성이 성 표현에 적극성을 띠면서 첫경험이나 교제하는 이성과의 성관계 기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젝시가 지난 5월10~30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매력적인 남자가 섹스파트너를 제의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당장 거절한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59%에 달했고, 계약연애를 제안한다는 응답도 10%나 됐다.

이번 조사에서 성경험이 있는 미혼여성의 절반 이상이 파트너와 정기적인 성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1~2회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46%(144명), 주 3회 이상이 18%(56명)로 전체 64%가 1주일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있는 것. 월 1~2회는 29%(91명), 3개월에 1~2회 성관계를 갖는 경우는 6%(21명)에 불과했다.

이는 여성이 과거와 달리 섹스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속궁합’에 대한 조사에서 ‘안 맞아도 상관없다’는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안 맞으면 헤어진다’가 15%, ‘서로 노력해본다’가 67%로 가장 높았으나 ‘노력해도 안될 경우 헤어진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이는 젝시가 2년 전인 2003년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사랑하니까 상관없다’는 응답이 35%,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가 2%를 차지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미혼여성은 주로 본인이나 상대의 집(40%), 또는 여관이나 모텔(51%)에서 성관계를 하며 자동차 안에서 한 경우도 7%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미혼여성은 성관계시 오르가슴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매번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응답도 19%나 됐다. 오르가슴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자위행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38%로 가장 높았고, 월 1~2회 22%, 주 1~2회 19%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자위행위라는 간접적인 방법 대신 섹스파트너를 통해 직접 성욕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임신에 가장 큰 두려움

미혼여성들은 성관계시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 90% 이상이 임신을 꼽았다. 그러나 피임에 있어서는 매우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대부분 콘돔(40%)을 시용하거나 질외 사정(33%), 배란기 조절(5%) 등 소극적인 방법을 택했고 경구피임약 등 여성 자신이 뗌虛?챙기는 피達萱?12%(38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따로 피임을 하지 않는다는 여성도 10%(32명)나 됐다. 이에 대해 정현경 대표는 “성생활에 개방적인 여성들 조차 임신은 걱정하면서도 피임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경험이 있는 미혼여성 중 27%가 임신경험이 있으며, 95%가 인공유산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2회 인공유산 경험자는 20%, 3~4회는 2%, 5회 이상도 5%나 됐다.

미혼여성은 성관계시 성적 쾌감을 좌우하는 제1 포인트로 테크닉(47%)과 분위기(43%)를 꼽았다. 성기의 크기나 힘은 각각 6%와 4%에 불과했다. 무드없는 변강쇠보다 여성의 마음을 끄는 카사노바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개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혼전순결을 지키겠다는 여성도 크게 줄었다. 혼전순결을 지켜야한다는 응답은 9%로 10명에 1명 꼴에 불과했다. 반면 사랑한다면 순결을 지킬 필요가 없다가 33%, 혼전순결은 구시대의 유물로 여자도 섹스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답이 56%나 됐다. 90% 가까운 여성이 혼전순결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정현경 젝시인러브 대표

"주체성 강해진 여성, 성 표현도 적극적"

젝시인러브는 뷰티, 패션, 쿠킹, 다이어트, 커리어 등 여성의 생활 전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정상의 여성포털 사이트다.

2000년 문을 연 젝시는 특히 ‘사랑’을 테마로 한 인식과 이의 개선에 관한 전문적이고 특화된 켄텐츠로 여성 미디어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세상을 이끌어 가는 힘의 중심인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취지로 <2010 젝시보고서>를 냈다.

젝시의 정현경(33) 대표를 9월29일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나 한국에서의 성에 관한 담론을 들어봤다.

- 젝시 사이트를 통해 지난 5년간 여성 성의식 변화를 요약한다면.

▲성의식이 개방화된 게 보편적이라고 하지만 보수 의식을 갖고 있는 여성도 상당수다. 젝시보고서에 나타났듯 여성의 41%가 만난 지 6개월 이내에 성관계를 갖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도 많다.

성의식에 관한한 개방과 보수가 서로 주류라고 하지만 양분돼 있는 게 현실이다. 성의식이 개방화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과도기라고 본다.

- 우리사회 성의식 변화에 특징이 있다면.

▲성 행동이 적극적으로 변했지만 의식까지 그렇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남성 95%, 여성 80%가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갖고 남성의 30%, 여성의 15%가 “사랑한다면 만난 지 1개월 안에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하지만, 혼전 관계에 대해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여성 47%, 남성 43%가 어떤 경우도 밝혀서는 안 된다고 한다. 행동만큼 성의식까지 개방된 것은 아니다.

- 여성 성의식이 개방화, 적극화된 배경을 말한다면.

▲전체적으로 성의식이 개방화된 요인도 있지만 여성 의식이 크게 변했다. 여성이 주체성을 갖게 되면서 과거에는 성을 표현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지만 최근엔 그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삶을 윤택하게 하지 않는다고 보고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식으로 과감하게 성을 표현한다.

예컨대 미혼모의 경우 전에는 무조건 낙태하는 경향이었지만 요즘은 낳아서 키우겠다는 여성이 10% 정도 된다.

- 남성과 여성의 섹스에 대한 차이가 있다면.

▲남녀의 정신구조 차이가 아닌가 한다. 남성이 섹스를 쾌락적 행위로 보고 ‘몸 따로, 마음 따로’하는 성향이 여전한 반면, 여성은 몸과 마음을 구분하는 정도가 약하다.

예컨대 ‘매력적인 이성과 섹스를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남성은 100% 가까이 ‘그럴 수 있다’고 한 반면 여성은 70% 정도만 OK를 한다.

- 여성이 섹스와 관련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젝시 사이트를 통해 가장 많이 문의하는 것은 결혼에 앞서 성관계를 해도 되는지, 또는 남성이 성관계를 요구하는데 들어줘야 하는지 등 남성과의 섹스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섹스에 대한 ‘결정’이 가장 큰 고민인 듯하다. 미혼 여성의 경우 섹스를 할 때 임신 문제가, 기혼여성은 10명 중 5명이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 섹스에 에티켓이 있다면.

▲본인이 성인이면 행동(섹스)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세태에 편승해 따라갈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 젝시 사이트가 섹스라는 아이콘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섹스는 개인 문제이지만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젝시는 그러한 섹스의 다양한 면에 공론의 장을 만들고 대안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가령 20~30대 미혼여성의 섹스관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고 그들의 고민을 알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젝시는 섹스라는 아이콘을 통해 나타난 개인?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10-06 10:5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