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형→프리티형→균형미→고전미→첨단형으로 변모

[커버 스토리] 美의 기준, 그때그때 달라요
서구형→프리티형→균형미→고전미→첨단형으로 변모

아름다움, 한자어로는 미(美).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들이 갈구하는 가장 중요한 삶의 화두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그토록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불변하는 가치일까.

당대의 미의식을 반영하는 스타들을 표본으로 대한민국 미인상의 변천을 살펴봄으로써, 영원한 미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국내 얼굴연구분석의 권위자인 조용진 한서대학교 얼굴연구소 소장과 윤정섭 성형외과 원장이 60년대부터 2000년대 현재까지의 역대 미녀스타 10인의 얼굴을 분석했다.

조 소장은 “60,70년대 서구 지향형에서 80,90년대 한국형으로, 2000년대에는 감각형으로 아름다움의 기준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며 “미인은 실재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적 관념이 선호하는 얼굴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 60년대 = 김지미ㆍ문희

해방 이후 서양의 문화를 동경하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서구적 외모가 미인의 전형이었다.

이전의 고즈넉한 인상의 얼굴보다는 활달하고 표정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서구적 이미지를 미인형으로 선망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얼굴 형태와 달리 표정에서는 아직 수줍음을 간직한 듯한 전통성을 지향했다.

문희가 대표적이다. 이목구비가 커서 활동적인 인상을 풍긴다. 김지미는 엄밀히 말하면 서구형 외모는 아니지만, 얼굴이 볼록하게 입체적이어서 평면적인 일반 여성들에 비해 서구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 70년대 = 정윤희ㆍ안인숙

아직 서구지향적 가치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독재 정권의 영향으로 억눌린 사회 분위기가 인형 같은 여성미를 추구하게 했다.

사실 여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은 모성적 여인을 아름답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러나 탈출 심리가 강하게 분출됐던 사회 분위기탓에 여성을 일종의 인형(애완용)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득세했다. 완구형 미인관이다. 얼굴이 작고 눈이 동그란 귀여운 여인상이 인기.

◇ 80년대 = 채시라

경제 성장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균형미가 강조된다. 특정한 부위가 두드러지는 얼굴보다는 전체적으로 고루 균형을 이룬 미가 중요시되면서 선호하는 미인형도 조화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한국형의 자연스런 바탕에 서구형 이목구비를 가진 채시라가 대표적.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전 연령을 망라하여 가장 폭 넓은 지지를 얻었다.

눈매가 시원한데다 콧망울이 뚜렷해 이국적인 마스크로 분류되는 남방형 얼굴이지만, 바탕이 한국적이라 친근감을 준다.

◇ 90년대 = 오정해

경제 성장과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민족적 자긍심이 일어나면서 여성의 미가 완연히 한국형으로 이동한다.

영화 ‘서편제’ 이후 등장한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토불이적 가치관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한국인에게 보편적인 쌍꺼풀 없는 눈이 미인의 새로운 관점으로 약진한다.

◇ 2000년대 = 이효리ㆍ송혜교ㆍ이영애ㆍ최지우

다극화 시대. 여러 관점이 공존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선호하는 미인형도 확연히 다양하다.

이효리는 감성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감각적인 미인이다. 눈도 코도 입도 크지만 얼굴 자체는 작다.

이목구비가 크기 때문에 표정이 풍부하다. 한국인에게는 드문 얼굴형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미감을 자극한다.

70년대 완구형 미인의 계보를 잇는 유아적인 여성상이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은 장기 불황의 영향이다. 송혜교는 정윤희의 계보를 잇는 완구형의 얼굴로 귀엽고 어려 보인다.

한류스타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각광을 받는 이영애와 최지우는 요조숙녀형. 입술이 얇아 육감이 적어보이면서 숙녀형 분위기를 풍긴다.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얼굴이지만, 동남아에서는 고상한 인상의 북방형 미인이 적기 때문에 신선함 느낌을 주는 얼굴이다. 같은 얼굴도 사회에 따라 달리 평가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美

한국 여성 중 오직 1%가 아름답다?

다국적 생활용품ㆍ?洋?기업인 유니레버의 뷰티 브랜드 ‘도브’가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0개국 여성 2,100명(한국 200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름다움에 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답한 아시아 여성은 3% 미만이었으며, 한국 여성은 불과 1%에 그쳤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도 한국 여성들은 34%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10개국 중 가장 낮았다.

반면 성형 수술에 대한 관심은 한국 여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외모를 향상시키기 위해 성형수술을 고려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53%), 대만(40%), 일본(39%) 순으로 응답해 한국 여성이 성형수술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이 밝혀졌다.

김병후 정신과 원장은 “아름다움에 관한 기준을 생물학적 가임기의 여성에만 한정시키는 것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여기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왜곡돼 있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원장(이경민 포레 원장ㆍ메이크업 아티스트)은 “우리가 아름답다고 부러워 하는 연예인들도 스스로 외모에 만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저마다의 매력을 찾아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인희 이화여대(사회학) 교수는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 활동이 활발한 우리 나라의 여성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가부장적 문화의 탓”이라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존중되고 의미 있는 관계 속에서 구현될 수 있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10-06 11:3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