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3%, 공무원 8%가 여성…남성 중심 구조에 변화

[커버 스토리] 우먼파워, 남성영역 허물다
국회의원 13%, 공무원 8%가 여성…남성 중심 구조에 변화

정치권과 공무원 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성 영역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1990년대를 거쳐 2000년 대에 이르러 여성의 파워가 증대하면서 남성 중심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급기야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여성 국회의원이 13%를 넘고 여성 공무원이 2005년 현재 8%대에 달하면서 여성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영향력 키우며 정치권 핵심으로 자리매김

정치권에서 여성정치인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제헌국회후 9대 국회를 제외하고 여성정치인은 줄곧 한자리 숫자를 맴돌았으며 ‘우먼파워’가 신장된 90년대에도 15대 총선에서 9명(3%)에 그쳤고 16대에 와서야 16명(6%)으로 약진했다.

하지만 17대 총선을 계기로 여성정치인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지역구 의원 10명, 비례대표 30명이 원내에 진출, 전체 의원 (299명)의 13.5%를 차지하는 역대 최다인데다 내용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대구 달성) 대표는 우먼파워의 상징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박풍(朴風)’의 위력을 떨친데 이어 4ㆍ30 재보선까지 석권, 남성정치인을 훨씬 능가한다는 평가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정치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명숙(고양 일산갑) 상임중앙위원은 초대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재선 의원으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와 함께 여성정치인이 더 이상 남성 정치의 들러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우리당 이미경(서울 은평을) 의원은 3선으로 국회 문광위원장을 맡고 있고 재선의 김희선 의원은 정무위원장이다.

한나라당 김영선(고양 일산을) 의원은 3선으로 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재선인 우리당 조배숙(전북 익산을) 의원은 제5정조위원장을, 한나라당 전재희(경기 광명을) 의원은 정책위 부의장을 맡아 남성 의원 못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역구 초선인 우리당 김선미(경기 안성) 의원, 한나라당 이혜훈(서울 서초갑)ㆍ김희정(부산 연제) 의원 등은 의정활동에서 시민단체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비례대표의 경우 우리당에서는 장향숙 여성장애인연합 대표,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이경숙 여성단체연합 대표, 홍미영 전 인천시의원, 박영선 대변인, 김현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 김영주 금융노련 부위원장, 강혜숙 청주대 무용과 교수, 이은영 외국어대 교수, 윤원호 부산여성단체협회장, 유승희 당 총괄조직실장, 장복심 대한약사회 부회장 등 13명이 원내에 진출해 맹활약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애실 외국어대교수, 방송인 박찬숙씨, 송영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소장, 전여옥 대변인, 이계경 여성신문사 명예회장, 나경원 변호사, 김영숙 서울서래초등학교 교장, 고경화 당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안명옥 대한의사협회 이사, 박순자 당 부대변인 등 11명이 원내에 진입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이 원내 수석대표로 남성 의원 10명 몫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영순 전 울산 동구청장, 최순영 당 부대표, 현애자 제주여성농민회장도 국회 입성 후 초선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에서는 손봉숙 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과 이승희 대변인이 화려한 케리어 에 걸맞는 의정활동으로 여성정치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은 탄핵풍에 밀려 낙마했지만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굵은 행보로 주목받는 차세대 여성정치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회 뿐 아니라 지방의회에도 여성정치인이 대거 진출할 예정이어서 우먼파워가 더욱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2002년 기초의원 선거결과 전체 당선자 3,485명 중 여성은 단 77명(2.2%)에 불과했지만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기초의원 비례대표 10%중 상당수를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중앙과 지방에서 여성치웰오紈봄척育?문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눈에 띄게 증가한 고위직 공무원

공무원 사회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작년말을 기준으로 전체 공무원 91만5,000여명 가운데 여성공무원은 32만4,000여명으로 35.5%에 달했다. 5년 전에 비해 4%나 증가한 결과다.













반면 남성공무원은 2000년에 전체 공무원의 68.4%를 차지했지만 5년 뒤인 2005년엔 64.5%에 머물러 오히려 4% 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중앙부처 관리직 공무원의 경우 남녀 공무원의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공무원 숫자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여성공무원은 오히려 늘어나 작년말 기준으로 13만1,000여명 중에 3만4,400여명으로 26%를 넘어섰다.

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 조창현)가 발표한 여성공직자 현황 분석에 따르면 5급 이상 관리직공무원은 1999년 378명(2.95%)에서 2004년에는 4배 가까이 늘어난 1,203명(7.4%)으로 증가했다.

6급 이하 공무원의 여성비율도 꾸준히 늘어 6급은 지난해 12.2%로 2003년보다 2.6% 늘었고 7급은 22.2%로 3.9% 증가했다. 8급과 9급도 각각 30%, 39.4%로 비율이 상승했다

이처럼 여성공무원이 증가한 것은 여성의 공채합격자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행정고시 여성합격자는 1996년 9.9%에서 2000년 25.1%, 2003년 33.5%에 이어 지난해 38.4%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7급 공채는 2000년 16.6%에서 지난해는 27.0%로 5년만에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9급 공채 역시 2000년 37.0%에서 지난해 47.3%로 약 10% 포인트 상승했다.

고위직 여성공무원의 진출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참여정부 초기 강금실 법무장관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환경부, 여성부 등 4명의 장관을 배출한데 이어 현재는 장하진 여성부장관과 김선욱 법제처장 등 2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차관급은 출범 초 박주현 전 대통령비서실 참여혁신수석 한 사람이던 것이 현재 7명으로 늘어났다.

박선숙 환경부차관, 김정숙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조기숙 홍보수석비서관, 박기영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최영희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강자 상임위원 등이 그들.

1급에는 김민경 통계청 차장과 정영애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 기술직 여성으로 공직최고급에 오른 김혜원 국립기술표준원장 등이 있다.

이밖에 과기부 최초의 여성 국장인 김정희 생명해양 심의관, 조달청 최초로 지방청장이 된 장경순 조달청 제주지방청장, 과기부 산하 최초의 여성기관장인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들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여성공무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06년 말에는 관리직 여성공무원이 10%에 진입할 것이 예상돼 공무원 사회에 여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10-06 13:08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