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인적자원 활용 미흡, 다양한 진로개척 절실

[커버스토리] 석ㆍ박사 학위 따도 갈 데가 없다
국내 고급 인적자원 활용 미흡, 다양한 진로개척 절실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의 고급 인적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1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밝힌 ‘석ㆍ박사 학위 취득자 취업 조사’는 이 같은 현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조사는 2004년 10~11월 전국 20개 대학의 주요 학과 대학원 석사 630명, 박사 43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취업난도 대학원 선택의 계기

우선 석사 진학동기에 대해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단계라기보다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선택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취업상황을 반영하듯 교수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학생들이 전체의 20%, 취업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과정으로서 석사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이 10%에 이르렀다.

박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수가 되기 위해 진학했다고 답한 경우는 60%로 2000년 조사에서의 95%에 비해 35%포인트 줄었다.

청년 취업난은 박사 학위 취득자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박사과정을 선택했다는 비율이 12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진학 동기를 보면 전공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인문계열의 경우 전통적으로 교수로 연결되는 과정으로 박사 과정을 취하는 경향이 높았고, 공학계열은 직장에서 승진 등 보다 실용적인 이유로 박사 과정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위 취득 후 진로는 어떨까. 석사학위 취득자의 경우 학위 취득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취업하고 있거나 구직중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72.5%이었으며, 23.4%는 박사과정에 진학 중이거나 진학 준비 중이었고, 실업률은 6.7%로 나타났다.

취업자 가운데 80%가 정규직에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학위 취득 후 약 2.86개월로 대학 졸업자들의 평균 2.4개월에 비하면 약 0.5개월 더 길었다.

진로에 있어서 박사 학위 취득자의 경우는 좀 다르게 나타났다. 적지 않은 수의 박사가 박사과정 진학 당시 이미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명 중 3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사 학위 취득 이후의 진로는 학위 취득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취업하고 있거나 구직중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88%로 석사보다 15%포인트정도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정규직에 취업하고 있는 비율은 55.4%에 그쳐 석사의 80%와 대조를 이뤘고, 비정규직이 12.3%, 시간 강사 등 파트타이머가 17.3%를 각각 차지했다.

박사 취득자 가운데 10명 중 1명은 박사 후 과정에 진학하고 있고, 구직 중에 있는 비율은 2.7%에 이르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경제적 가치 낮아

석사 학위 취득자의 학위 효용 가치에 대해서는 대체로 석사들은 그 유용성을 인정하고, 특히 자기 발전적인 측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적인 가치는 사회적 인정 가치나 자기 발전 측면에서의 유용성보다 낮게 평가했다. 특히 인문, 사회 계열 석사들의 경우 이공계열 석사들에 비해 경제적인 효용성을 상당히 낮게 평가하고 있었으며, 향후 취업전망에 대해 3년 이내에 자신의 전공분야에 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응답은 50%에 불과했다.

학위의 효용성에 대해 박사들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자기 발전적인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는 했지만, 경제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석사 학위 취득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취업 전망에 대해 3년 이내에 자신의 전공분야에 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응답이 27%로 석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인문 계열의 경우 10%만이 취업전망이 높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석사 학위 취업자와 박사 학위 취업자의 3분의 1정도가 자신의 학력이 요구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의 일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학위 취득 과정에 소요된 경비와 시간을 고려할 때 낮은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 전반적으로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국내 박사 학위자의 경우 박사 학위가 대학교수로의 준비과정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즉 박사 학위에 대한 개념의 변화를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이는 박사 학위자의 공급과 대학 교원의 수요간의 심각한 격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박사 학위자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민승기자


입력시간 : 2005-10-12 10:30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