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연구인력부족 심각, 외국학생 유치에 적극적

[커버스토리] 국내 학생 안 오는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이 몰려온다
대학마다 연구인력부족 심각, 외국학생 유치에 적극적

명문으로 꼽히는 서울 소재 S대학은 2~3년전부터 이공계 대학원에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기계공학부의 C교수는 “이공계 대학원에 한국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교수들이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그렇다고 수준 낮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어 동남아 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대학 석ㆍ박사 과정에는 중국, 베트남, 몽고 등에서 온 유학생 30여명이 장학금을 받으며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지방에 있는 이공계 대학원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영남대의 경우 전체 이공계 대학원생의 3분의 1 정도가 외국인 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기계학부의 경우 교수 34명에 비해 석사과정 대학원생은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이 대학 기계학부 황평 교수는 “연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수 1명당 대학원생 1~2명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외국인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우수한 재학생들은 서울 소재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그 공백을 외국인 학생들이 메우고 있다는 것.

황 교수는 대학원에 외국인 학생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와 대학이 국제화되고 연구인력이 확보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연구 결과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 외국유출 불가피

국내 이공계 대학원이 동남아시아 등 외국 학생들로 채워지는 현상은 대학 당국이 인력공백 보충과 홍보 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적극 유치에 나서면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인하대는 1995년부터 동남아 학생들을 받기 시작, 지난해 77명이던 이공계 대학원의 동남아 학생들이 올해는 105명으로 늘었다.

이 대학 국제협력팀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학생들에게는 전원 등록금 면제와 1인당 최대 140만원의 장학금까지 지급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며 “한국 학생들이 기피하는 자리를 메워주는 효과도 있고 학교 홍보도 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계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원 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양대도 지난해 22명이던 동남아 학생들이 올해는 34명으로 증가했다.

대학 관계자는 “3년 전부터 동남아 학생들의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연 6∼7회 해외 유학박람회에 가서 면접을 거친 후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계 대학원 역시 국내 학생들의 기피와 해외 유학 선호로 생기는 공백을 점차 외국인 유학생이 메우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재학생중 지원자가 없어 가까스로 2명을 월급을 줘가며 데리고 있다”고 말하고 “대학원이 연구 중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충분한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는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졸업생 10여명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최근 3~4명으로 줄었다. 이 학과 강길호 교수는 “2001년부터 서울 소재 대학의 대학원 문이 넓어지면서 재학생들은 주로 서울로 가고 이곳(영남대 대학원)엔 타대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엔 연구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외국인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석사과정에 중국과 베트남 학생 2명을 받아 지도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원 뿐만 아니라 전문대학 및 4년제 대학에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재 외국인 유학생 수는 1만6,832명으로 2003년 같은 기간의 1만2,314명에 비해 36%나 늘었다.

그 가운데 대학원 유학생수는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석사과정에 3,246명(이공계 1,029명, 인문사회계 2,075명, 예체능계 142명), 박사과정에 1,234명(이공계 713명, 인문사회계 499명, 예체능계 22명)으로 모두 4,480명에 달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출신지역별로 분류할 때 아시아지역이 1만4,563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86.5%를 차지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고, 북미 5.5%, 유렵 5%, 남미 1.2%, 아프리카 1.0%, 오세아니아 0.8% 순으로 나타났다. .

출신국가별로는 중국이 전체 유학생의 53.2%로 가장 많고, 뒤이어 일본이 14.4%, 미국 4.3%, 대만 4.1%, 베트남 2.7%, 몽고 2.1%를 차지했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한 것은 국내 대학 및 대학원의 빈익빈부익부 현상과 전반적으로 빈사상태에 놓인 대학원의 위기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학과-정원 조정 실패로 위기 자초

국내 대학원은 지난 10여년간 급격한 팽창을 해왔다. 대학원 수는 1990년 303개에서 2003년 1,010개로 3.3배 증가했고, 같은 기준으로 대학원생 수는 8만7,163명에서 27만2,331명으로 3.1배 늘어났다.

하지만 국제 수준의 연구실적이 미흡한데다 사회의 인력수요와 연계한 효율적 인력 양성에 실패, 위기를 자초했다.

직업정보, 인력수급 및 취업정보 등에 어둡다보니 대학에서 학과 및 정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못했고, IT(정보기술)ㆍBT(생명공학기술) 등 신기술과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의 최첨단 인력 양성에 미흡했다.

박사인력의 경우 배출규모는 급증하고 있으나 수요는 그에 상응하지 못해 2000년 이후 활용하지 못한 박사인력이 크게 증가했다. 2003년에 인문계열 6,900명, 사회계열 3,800명, 자연계열 5,200명, 공학계열 4,900명의 박사인력이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한 결과는 곧바로 대학원에 후폭풍으로 작용, 진학 기피와 정원미달 사태로 이어져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가 2002학년도 대학원 박사과정에 사상 처음으로 미달사태를 기록한 이래 최근에는 석사과정까지 미달하는 과(科)가 속출하고 있다.

대학원 미달사태는 지방대가 더 심해 지난해 전북대 대학원은 석사 470명, 박사 136명 등 모두 606명 정원에 325명이 지원해 0.54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석사과정에는 194명만이 원서를 제출해 모집정원의 41.3%에 그쳤다.

서중석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연세대)는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는 대학원에 응축돼 있다”면서 “그동안 양적 팽창에만 치중해 대학원에 위기가 온 만큼 교육연구여건 개선과 질 관리를 통해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및 대학원의 미달사태가 심화하면서 각 대학은 그 돌파구의 하나로 외국인 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원 부족에 따른 대학 및 학과 통페합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유학생 유치를 통해 △대학의 국제화 △우수 연구인력 확보 △우수 외국인 유치를 통한 지한(知韓)ㆍ친한(親韓) 인사 배출 △학교 재정 확충 등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양대는 지난해 11월 상하이에 ‘중국상하이한양문화원’을 개설해 현지에서 연 50여명의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또 베이징 소재 대학과의 합작을 통해 자동차학과(40명), 전자공학과(40명) 학생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한양대의 외국인 학생은 2001년 107명에서 2003년 175명, 2005년 350명으로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대는 2001년부터 ‘우수 외국인 대학원생 유치 프로그램’을 가동, 지난해 5월 미국 볼티모어시에서 열린 국제교육가 연례회의 박람회에 참가해 외국인 학생 유치활동을 벌인데 이어 8월에는 몽고, 12월에는 태국에서 우수 외국인 학생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다.

영남대는 2001년 말부터 ‘차이나 프로젝트’프로그램을 운영, 중국의 명문 20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중국에 한국어학당을 설립하는 등 한ㆍ중 교류를 통한 유학생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0년까지 외국인 학생 5만명 확보

교육부는 201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수를 5만명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학생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을 대신할 경우 한국 자체의 연구인력이 취약해지거나 고부가 가치 기술이나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 노경수 대외협력본부장은 “연구 성과는 대학과 교수의 몫이기 ??문에 기술 공동화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연구인력 교류라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일 외국인 유학생 입학식을 가진 청주대의 김윤배 총장은 “외국인 유학생은 국가의 지적 영향력 확대와 무역수지 개선, 대학 국제화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외국인 유학생 전성시대에 위기에 처한 국내 대학원이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될 지, 아니면 학문적 기반이 약화되는 단초로 작용할 지는 각 대학의 운영의 묘와 정부의 지원 방침에 좌우될 전망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확대 종합방안-Study Korea Project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됐다. Study Korea Project가 바로 그것.

교육부가 올해 마련한 프로젝트의 골자는 해외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ㆍ활용해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토록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교육부 한영옥 사무관(재외동포교육과)은 “해외의 우수한 인적 자원인 외국인 유학생을 개발ㆍ활용할 경우 장차 국제무대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교육수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대학체제 개선과 대학의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종래의 유학생 유치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인프라 개선 △유학관련 기관의 해외 네트워크 형성 및 활성화 △한국 유학 홍보 강화 △효율적 행정지원체제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 해외 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ㆍ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4년 1만6,832명에서 2010년에는 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2004년 0.6%에서 2010년 2%로, 대학원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5%로 늘어나 향후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하는데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10-12 11:02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