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시장 인식, GS·CJ·현대 등 대기업 진출로 유통시장 지각변동 예고

‘e마켓’ 대전이 불붙기 시작했다. 상인과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e마켓은 최소 비용으로 고액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빼기 황금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업체들마다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간 e마켓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옥션과 G마켓 등 인터넷 벤처기업이 주도해온 e마켓 시장에 최근 GS그룹을 필두로 CJ, 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을 선언한데 이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 등 대형 인터넷 포털도 가세하여 춘추전국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e마켓은 올해 거래액 기준으로 3조원, 내년에는 무려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90년대 후반 이마트로 대표되는 할인점의 급부상에 이은 유통시장의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유통 대기업들은 e마켓 시장의 성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재계의 서열을 뒤바꾸는 파란까지 점쳐지고 있다.

e마켓 시장 무한경쟁 돌입

대기업 중에서 e마켓에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는 곳은 GS그룹이다. GS홈쇼핑은 7월 GS이숍 쇼핑몰 내에 몰인몰 형태로 운영해왔던 ‘GSe스토어’를 별도 사이트로 독립시키며 선전 포고를 했다.

11월엔 탤런트 권상우와 서지혜를 앞세운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을 뿐 아니라 ‘SM3’ 자동차란 초대형 경품까지 내걸고 고객 잡기에 나섰다.

‘옥션’ 등 선발 업체와의 차별성은 ‘고급화’에 뒀다. 때문에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란 e마켓의 본래 개념까지 뒤엎었다.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엄선된 판매자 선정’이란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미 홈쇼핑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GS홈쇼핑의 노하우를 밑거름으로 e마켓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GS홈쇼핑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매우 우수하다. 7월 25억원이던 매출은 10월엔 170억원으로 7배 가까이 치솟았고, 하루 총 주문 1억원도 출범 3개월 만에 일찌감치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e마켓사업본부

하루 방문객만도 3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2,000명의 판매자들이 20만종의 상품을 거래하고 있는 GSe스토어는 연말까지 30만종의 상품을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판매자의 상품 등록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다소 파격적인 정책도 내걸었다.

GSe스토어의 김기호 상무는 “홈쇼핑 대표 브랜드인 GS홈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초기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라는 난제를 조기에 극복했다”며 “앞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매자 보상제, 할인쿠폰, 적립금 프로그램 등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도 e마켓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 상반기 e마켓을 시범적으로 개통한다는 목표로 삼성 SDS와 공동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CJ홈쇼핑이나 CJ몰과 완전 분리하여 별도의 운영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CJ가 e마켓 진출을 선언하면서 그 동안 시장진출을 적극 검토해온 현대, 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의 참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외 대형 홈쇼핑 안의 한 코너로 e마켓을 운영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형 홈쇼핑들도 있다. 우리홈쇼핑은 우리닷컴 내에 ‘We space’라는 e마켓 코너를 운영 중이고, 코리아 홈쇼핑은 ‘이지켓’을 두고 있다. 회원 50만명을 확보한 이지켓은 요즘 월 평균 3,4억원 대의 안정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형 인터넷 포털도 e마켓 선두 자리를 빼앗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행보가 가장 빠르다.

옥션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판매자들

5월 이니시스에서 지분 90%를 인수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온켓’과 다음의 기존 온라인 장터인 ‘다음 오픈마켓’을 통합해 ‘다음온켓’을 열었다.

‘다음온켓’은 인터넷 업계가 최근 비수기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3분기 매출액 16억원으로 96%의 안정적인 성장세다. NHN도 조만간 e마켓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e마켓 시장의 양대 산맥인 옥션과 G마켓의 격돌도 점점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초만해도 월 매출 8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G마켓은 올 2월에는 420억원, 9월에는 1,000원대의 고지를 돌파하는 눈부신 고공 행진 중이다.

올해 10월까지의 매출액만 7,560억원에 달해 e마켓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해온 옥션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랭키닷컴에 집계의 의하면 e마켓 전체 방문자 중 44.43%는 옥션을, 35.55%는 G마켓을 찾고 있다(11월 2주 기준).

G마켓은 가수 이효리를 내세운 광고 공세에 이어 적극적으로 스타숍 유치 등 당분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할 계획이어서 두 회사의 선두 경쟁이 불꽃 튀길 전망이다.

내실있는 성장 기회로 인식

이같이 e마켓의 경쟁 심화에 대해 업계는 우려보다는 오히려 반색이다. 어느 정도 출혈 경쟁이 예상되더라도 시장 규모의 확대에 따라 더 많은 고객을 e마켓으로 불러 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옥션 커뮤니케이션실 서민석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가 대략 2,0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옥션 회원이 1,480만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e마켓 시장의 확대는 오프라인 고객들의 발걸음까지도 e마켓으로 모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 성장과 더불어 내실 성장을 위한 노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마켓 전반에 서비스 강화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Gse스토어 관계자는 “그간 e마켓은 판매자의 난립으로 고객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주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대기업의 진출이 e마켓의 질과 서비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현정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