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넥박스' 심효섭, '된장골' 이은실 사장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사람들의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이런 도시락까지 인터넷에서 팔릴 줄은 몰랐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 도시락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죠.”

직장인들의 아침, 점심식사용으로 과일도시락을 3월부터 만들어 배달하고 있는 ‘스넥박스(snackbox.co.kr)’의 심효섭(37) 사장은 요즘 인터넷 쇼핑몰의 위력에 새삼 놀라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전단지를 뿌리던 시절 월 700만원 남짓하던 매출이 자체 홈페이지를 열자 2,800만원 수준으로 급상승했고, 9월에 G마켓에 가게를 열자 매출액은 두 배로 뛰었다.

이 때문에 당시 서너 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도 15명으로 크게 늘었다. 직장인을 상대로 한 사업의 특성상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 10월 현재 월 5,000만~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G마켓의 파워딜러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고객편의 중심의 무한서비스

심 사장이 꼽는 사업 성공의 비결은 고객 감동경영을 표방한 ‘무한서비스’다.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매장의 고객들은 게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세심한 배려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한번 감동 받은 고객이 다시 찾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죠.”

일례로 도시락을 받지 못했다, 늦게 배달됐다 등의 클레임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겠습니다’는 식의 틀에 박힌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그런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해 세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후에는 무료서비스, 추가배달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고 있다.

서울 외곽(경기 파주)에서 도시락을 생산해 도심으로 공급하는데 따른 차량 사고 등으로 종종 발생하는 배달 지연, 실패 문제를 이런 식의 철저한 고객 관리로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심 사장의 무한서비스 덕분에 올해 현재 시장에서 살아남은 과일 도시락 생산, 배달 업체는 스넥박스가 거의 유일하다.

웰빙 바람을 타고 유제품, 선식과 함께 2000년대 초부터 사무실로 배달되기 시작한 과일 도시락은 2002, 2003년에 이르러 관련 업체들이 30여 개가 될 정도로 생겼다가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황이다. 오르는 과일 가격도 가격이지만, 꼼꼼한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느 배달 업체서 찾아볼 수 없는 고객 편의 중심의 독특한 주문 방식도 스넥박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월 단위로 일괄 주문 받아 생산, 배달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메뉴까지 골라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령, 월ㆍ수ㆍ금요일은 오전 6시 배달, 화ㆍ목은 오전 10시 배달, 그리고 월ㆍ화ㆍ금은 A타입 메뉴, 수ㆍ목은 B타입 메뉴 등으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획일적인 대량생산의 한계를 뛰어 넘어 간식을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스넥박스의 슬로건이 반영된 대목이다.

이 같은 까다로운 제품 주문을 소화해내는 것이 인터넷 쇼핑몰 성공의 일등 공신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불편은 발명의 아버지라고 했던가. 과일 도시락 배달 사업에는 심 사장 자신이 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은 불편이 녹아 들어 있다.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근교에서 원거리 출퇴근을 했던 그는 아침 식사를 하는 날이 거의 없어 도시락을 생각하게 됐고, 사무실내 취식의 특성상 냄새가 나지 않는 과일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은실 '된장골' 대표

스넥박스의 과일 도시락은 직장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단체 야유회, 회의 등 과자 부스러기와 식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현재 스넥박스는 유명 외항사 사무실을 비롯 1,000여 단골 기업과, 1,000여 개인 단골을 두고 있다. “유사 이전부터 사람들이 먹던 과일의 인기가 어디 가겠습니까.” 일에 대한 자신감은 사업의 미래를 긍정하는 자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심 사장은 강조했다.

팔도 된장판매, 옥션 히트상품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사업은 기업 형식이 아닌 소규모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딸 넷을 키우며 집안 살림만 하던 컴맹아줌마였던 이은실(43) 씨가 전통 장류판매상의 열혈 사장으로 변신해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것도 이 같은 인터넷 몰의 특성을 잘 활용한 때문이다.

“집에서 된장을 구입할 때 한 두 개씩 더 구입해 이웃에 판매하던 게 인터넷 쇼핑몰을 알고 나서부터는 사업자등록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커져 버렸습니다.”

전국 팔도의 집 된장만을 엄선해 인터넷 쇼핑몰 옥션(auction.co.kr)에서 팔고 있는 이 사장은 매주 ‘된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할 정도로 된장 마니아다. 아이 넷을 낳는 동안 심했던 입덧을 잠재워 준 된장의 효험을 알면서 된장을 좋아하게 됐다.

“경상도의 한 할아버지가 만든 된장 맛에 반해 그 된장을 사들여 팔기 시작했는데, 이후 전라도 된장은 없느냐, 강원도 된장은 없느냐고 물어오는 고객들이 끊이질 않아 2003년 여름부터는 아예 된장골(dyenjang.com)이란 자체 브랜드로 팔도의 고추장, 간장, 된장, 청국장 등의 장류를 팔고 있습니다.”

옥션과 된장골 전용 사이트를 통한 한 달 평균 매출은 1,000만원선. 수입도 수입이지만 애들을 보면서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가 꼽는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03년 여름 당시 창업에 들어간 비용은 100만원 안쪽. 제품 사진을 찍기 위해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와 그 외 소소한 비용이 전부다.

“요즘은 택배가 워낙 잘 돼 있어 이튿날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된장을 미리 다량 구매해서 보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된장은 상온에서 보관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보관시설도 필요 없고요.”

이 사업의 성공 비결은 된장에 대한 관심과 애착으로 된장에 관한 한 전문가가 다 된 이 사장의 감각이 주효했다. “주위에서 좋은 된장이 있다고 해도 그냥 받는 법은 없습니다.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시설들을 둘러보고 맛을 본 뒤 결정합니다.” 이 사장이 주문 받은 물건을 해당 지역의 생산자에게 재주문을 해서 납품 받고, 이를 재포장해 원주문자에게 택배로 보내는 방법만으로 짭짤한 이윤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식품 사업의 특성상 종종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맛이 라는 것이 사람마다 느끼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가령 ‘짜지 않고 깊은 맛’으로 적어 놓고 팔았는데 물건을 받아본 소비자는 ‘짜서 못 먹겠다’하는 식의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다.

이 때는 물론 100% 환불 처리한다. “당장엔 손해 보더라도 그 고객이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먹인다고 생각하고 상품을 팔면 틀림 없습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