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배출사업 카운트다운, 16개월에 걸친 선발·훈련 과정 소요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이 오면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곤 한다. 사업 성공, 승진, 결혼, 로또 당첨 등등. 그런데 올해는 우주여행의 꿈을 꿔보는 것은 어떨까.

결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니다. 19세 이상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하는 정부의 ‘우주인 배출 사업’이 조만간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주인 양성은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실행되는 국가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포함된 주요 사업 중 하나. 2004년 과학기술부의 사업 추진 계획이 공식 발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당초 과기부는 국민적인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관 사업자로 민간 방송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2005년 11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 선회했다.

깊은 관심을 나타냈던 한 지상파 방송사가 내부 사정을 이유로 발을 뺀 상황에 더 이상 사업을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를 담당할 주관 방송사 한 곳을 파트너로 참여시킨다는 계획은 갖고 있다.

현재 몇 가지 변수로 인해 우주인 선발 공고가 언제 나갈지는 미정인 상태다. 과기부 우주인 사업전담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일이 상당히 중요한 까닭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측은 가능하다. 한국 최초 우주인은 2007년 4월에 우주선에 탑승할 예정이다. 그 전에 4차에 걸친 선발 과정(상자 기사 참조)과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대략 1년 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늦어도 1월 안에는 선발 절차가 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4~5월 최종 선발 뒤 러시아서 훈련

우주인 배출 사업은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우주개발 강국 러시아의 협조 아래 진행된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우주과학기술협력 협정을 맺는 등 우주개발에서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사이다.

국제우주정거장












특히 우주인 양성 경험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우주인 훈련과 우주선 탑승, 우주과학 실험 등을 대부분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라면 한국 최초 우주인 2명은 오는 4~5월께 최종 선발된 뒤 러시아의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GCTC)로 보내지게 된다.

1960년 설립된 이 센터는 2002년까지 27개국 379명의 훈련생을 받아들여 총 195명의 우주인을 배출한 세계적 우주인 사관학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인 72명도 여기서 훈련을 받고 우주인으로 거듭났다.

가가린 센터는 모든 유형의 우주비행에 투입되는 우주인을 훈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을 자랑한다. 미르(Mir) 우주정거장 실물모형, 우주유영 실습장, 중력실험실 등이 주요 시설이다.

현재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16개국이 참여한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 투입될 우주인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 2명은 이곳에서 약 1년 동안 기초 및 고등 훈련을 받으며 생소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훈련 과정에는 체력 및 생존 훈련, 국제우주정거장과 소유즈(Soyuz) 우주선 시스템 훈련, 기기조작과 과학실험 적응 훈련, 무중력 체험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1년 간의 고된 훈련을 무사히 마치게 되면 마침내 우주비행에 돌입하게 된다. 우주인이 탑승할 우주선은 옛 소련 시절부터 명성을 떨쳐온 소유즈이며,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바이코눌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로켓에 실려 지구 밖으로 발사된다.

아쉬운 점은 소유즈 우주선의 탑승 인원이 불과 2~3명으로 제한돼 있어 한국 최초 우주인 중 1명만 우주비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의 우주비행 기간은 현재 10일 정도로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지구 상공 354㎞의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하면서 각종 실험을 수행하는 기간은 7~8일이고, 나머지는 소유즈 우주선에 탄 채 ‘도킹’을 준비하거나 지구로 귀환하는 데 소요된다.

세계 35번째 우주인 배출국가

우주인 배출 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35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한 국가로 기록된다. 우리의 국력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주실험을 수행한 10번째 국가라는 점을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 내의 생활












단순한 우주비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개발과 우주활용 기술 축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우주인 배출 사업에 많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우주인 선발, 훈련을 비롯해 우주비행, 과학실험 등을 통해 우주활용 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또한 과학기술계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키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에서 실시하기 힘든 우주과학 실험을 통해 정보통신(IT), 생명과학(BT) 등 첨단과학기술 능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더러 사업 참여 기업들의 이미지 제고 및 수출 증대도 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의 전 과정을 통해 국민적 자긍심을 한껏 높이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흥행 이벤트도 마련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스페이스 코리아’(Space Korea) 축제의 서막이 마침내 열리고 있다.

우주인 선발 절차 및 자격 요건

한국 최초 우주인은 4차에 걸친 단계별 선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신체적, 정신적, 지적 능력 등이 일정한 수준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엄밀한 평가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1차 선발 과정에서는 인터넷으로 응모한 지원자들의 서류 전형을 실시한다. 제출 서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공무원채용 신체검사서, 영어(토익, 토플, 텝스) 성적증명서 등이다.

러시아어 우수자에게는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를 통해 전체 지원자 가운데 300명을 추려낸다.

다음으로 2차 선발 과정에서는 교양 및 상식 시험, 신원조회, 신체ㆍ정신ㆍ체력 검사가 실시된다. 시험 과목은 국어, 국사, 국민윤리, 과학, 영어 등이다.

과학 시험은 물리, 화학, 수학, 지구과학, 우주과학 분야 등의 지식을 평가하는데,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양 수준으로 문제가 출제될 예정이다. 2차에서는 30명이 선발된다.

3차 선발 과정부터는 보다 밀도 있는 검사가 이뤄진다. 우주인 후보들은 회전가속도, 저압실 테스트 등 우주적성 검사는 물론이고 정밀 신체검진과 정밀 정신심리 면접 등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는 10명이 살아 남게 된다.

이후 4차 선발 과정에서는 고립실에서 실시되는 우주적성 검사, KT-1 훈련기에 탑승해 평가 받는 비행적성 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또한 러시아 기준이 적용되는 정밀 신체검사와 대중 친화력 등을 점검하는 일반 심층면접도 실시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5명은 러시아 측에서 의학ㆍ정신 검사를 받게 되고, 그 중에서 2명을 한국 측이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각 단계별 선발 과정은 약 1개월씩 소요되기 때문에 우주인 선발 공고 이후 최종 선발까지는 대략 4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후보들은 피가 마르겠지만 국민들은 흥미진진한 우주인 탄생 스토리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