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영한 마케팅 MBA 대표 기업·제품의 미래 성공전략, 창조적 감성 극대화시켜야

책을 통해 총각네 야채가게, 민들레영토, 스타벅스 등 국내외 신흥 기업의 성공 요인을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풀이한 바 있는 김영한 마케팅MBA 대표는 국내서 손꼽히는 감성 전문가다.

그는 사람들의 경제 행위에서 감성적인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한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끌린다, 이게 바로 감성의 요체입니다. 정보 수집은 이성이 하지만 최종 선택은 감성이 하는 것이죠.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이성으로 포장된 감성일 따름입니다.”

‘감성 사회’의 도래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생산(GNP) 5,000달러 정도의 사회에서는 남성이 가정 경제의 의사결정권을 주도한다. 그러다 8,000달러 언저리에 도달하게 되면 여성의 선택권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남성에 비해 감성이 더 풍부한 여성이 감성 사회를 이끌어가는 셈이다.

“여성들은 물건을 살 때 우선 ‘예쁘구나’하면서 손에 집어들죠.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오감을 자극하는 제품을 보게 되면 아낌없이 돈을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성들의 선택권이 대부분 반영되는 아파트의 경우 요즘 디자인, 컬러, 동선 등 감성적인 요소를 판매 전략의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마슬로우에 따르면 사람은 생리적 욕구->안전의 욕구->소속ㆍ애정의 욕구->존경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 등으로 욕구의 단계가 점차 높아지는 특성을 지닌다. 전 단계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를 가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마슬로우의 5단계 욕구설의 정점에 서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바로 감성적 욕구라고 분석한다. 자아실현은 타인들과 자신을 구분짓는 차별화에 다름 아니며, 그 바탕에는 자신만의 감성적 욕구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심뇌’(心腦)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한다.

“머리에만 뇌가 있는 게 아니라 심장에도 뇌가 있다고 봐요.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감성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말이죠. 이성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포장일 뿐, 그 밑바닥에 흐르는 본질은 감성입니다.”

감성 사회가 무르익어 가면서 기업들에게도 감성 대응 전략이 필수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감성에 어필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없이는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이나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성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이 전형적인 감성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을 보면 시쳇말로 ‘필이 꽂히게’ 돼 있어요. 이제 기능과 품질만으로 차별화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감성 가치가 부가되지 않으면 결코 일류가 될 수 없어요.”

김 대표는 감성을 한국 경제의 미래 생존 전략의 키워드로 본다.

세계 시장은 이미 ‘감성 리더’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는 중국을 이기는 방법은 창조적, 한국적 감성의 극대화밖에 없다고 충고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