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홍보 주효, 단기간에 사업기반 공고히 다져

“브랜드 경영 시대에 생소한 이름의 GS그룹이 시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31일 LG그룹서 분리돼 공식 닻을 올린 GS그룹이 맞닥뜨린 최대 과제는 기업 정체성 확립이었다. 워낙에 기존의 LG계열사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새롭게 고객들에게 GS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다는 게 쉽지 않았던 것.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지난 지금 GS그룹 기업브랜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제는 누구라도 GS건설을 LS건설로, GS칼텍스 정유를 LG칼텍스로, GS홈쇼핑을 LG홈쇼핑 등으로 혼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때는 LG그룹이 GS로 브랜드를 바꾼 것이 아니냐고 착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시장과 고객을 떠나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GS그룹은 단기간에 사업기반을 다진 셈이다.

GS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 한 해 GS그룹의 가장 큰 과제는 경영 이념, 브랜드, 사업 비전 등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려 시장에서 GS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일이었다”며 “많은 암초도 있었지만 모두 돌파하고 이젠 고객 속으로 상당 부분 다가섰다고 판단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기업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다. 때문에 GS 최고 경영진은 그룹을 하나로 묶어줄 새 이름을 짓는 데 적잖은 공을 들였다. GS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GS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그룹 경영진은 작명 과정에서 ‘Global Standard’, ‘Good Service’ 등 다양한 뜻을 GS에 부여했다.

그 중에서도 ‘Gold Star’(옛 금성사)는 우선 떠오르는 이름이었다. 비록 금성사의 후신인 LG전자가 구씨 일가의 LG그룹에 속하지만 ‘Gold Star’가 주는 향수는 허씨 일가에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GS는 앞서 언급한 그 어느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아니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을 수도 있는 이름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GS는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빈 그릇’(Empty Vessel)입니다. 기업 이름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나면 그것 때문에 사업이 제약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특정 사업 분야로 일가를 이룬 기업의 경우 다른 사업에 진출했을 때는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GS그룹은 시장에서 문자 그대로 GS로 인식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고객들은 다양한 접점에서 GS를 만날 것이고, 그 속에서 GS만의 이미지와 느낌이 창출될 거 아니겠어요. 그런 과정에서 GS 브랜드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GS그룹은 GS25, GS홈쇼핑, GS칼텍스, GS건설(자이 아파트) 등 주력 기업들이 소비자와 아주 밀접한 분야인 까닭에 새로운 브랜드 이름을 빠른 시간 내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출범 첫 해인 2005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 홍보, CI(기업 통합 이미지) 교체 등에 1,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던 광고업계에선 “GS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심지어는 GS처럼 기업 이미지 변신을 하는 그룹들의 광고, 홍보 물량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

그 결과 주황색은 정유의 역동성을, 초록은 유통 서비스 사업을, 청색은 투명 경영 의지를 상징하고 전체적으로는 태양과 하늘, 바다, 대지 등 우주를 상징한다는 감성적 새 CI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물론 출범 한 돌을 맞은 GS그룹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밸류 넘버원’을 향해 안팎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그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GS그룹은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고객에게 ‘Good Service’를 제공하고 내부적으로 ‘Global Standard’를 지켜 재계의 ‘Gold Star’로의 이미지를 심어줄지, 다시 새 출발점에 서 있다.

GS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로 출발했다. 과거 상호출자, 상호보증 등으로 선단식 경영을 하던 총수 1인 지배의 재벌기업 구조를 벗어난 것이다. 최고 경영진은 “대한민국 표준 지주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고위 관계자는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사회는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GS는 정말 교과서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창수 회장은 큰 그림과 전략을 제시할 뿐, 각 자회사와 계열사의 이사회에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GS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미래상은 지주회사와 자회사, 계열사가 모두 함께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그야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시민’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