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 김광로 · 허태윤 · 김원호 · 김봉훈 등 두각… 포스코는 싱크탱크 운영

오늘날 세계 각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국제 규범에 맞춰 경제, 사회 시스템을 재편해 나가고 있지만, 자국 고유의 문화와 관습마저 송두리째 내버리고 외국과 손을 잡는 경우는 찾아 보기 힘들다.

해외 시장 진출을 하려는 기업들에게 해당 국가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도가 세계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의 인도 전문가들도 덩달아 주목 받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통, 일본통, 중국통이 각광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인도통이 바통을 이어 받을 차례다.

그러나 신흥 시장 인도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갑자기 높아진 까닭에 아직 국내에는 인도 전문가들이 일천한 형편이다. 이른바 인도 전문가로 분류될 만한 인사들조차 자신을 인도통으로 내세우기를 주저할 정도다.

포스코 등 인도관련 활동 본격화

현재 재계에서 인도 시장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는 포스코가 우선 손꼽힌다. 2005년 4월 산하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에 설립된 인도연구센터가 포스코의 인도 관련 싱크탱크다.

이곳은 포스코의 인도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국내 최고의 인도 지역전문 연구소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의 극소수 인도 전문가들에게는 사랑방 구실도 한다.

실제 인도연구센터는 각계 각층의 인도 사업 실무 전문가들을 모아 토론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도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도 갖고 있다. 6월부터 격월간 전문지 ‘친디아’를 발행하고 9월에는 국내외 인도 전문가 400여 명을 초빙해 첫 번째 ‘인도 국제 포럼’도 개최한다.

인도연구센터의 브레인은 인도 델리 사무소를 합쳐 모두 9명. 그 중 한국인 전문가는 5명이다.

이 가운데 김봉훈 연구원은 국내 인도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에서 국제경제학을 공부할 때 인도 금융시장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는 김 연구원은 2004년 5월 마침 인도 시장 본격 진출을 준비하던 포스코 태스크포스(TF) 팀에 합류했다.

김 연구원의 주된 연구 분야는 인도 금융시장 분석과 투자 리스크 계량화 등이다. 같은 센터의 곽창호 센터장은 인도 경제일반, 전채택 연구원은 인도 철강산업 및 수요산업 조사, 임정성 연구원은 인도 기업 연구 등을 각각 맡고 있다.

연구자는 아니지만 포스코 인도 공략 일선에서 활동 중인 조성식 현지 법인장(부사장)과 정태현 상무도 포스코에선 인도통으로 분류된다. 특히 정 상무는 포스코의 인도프로젝트 추진반이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현지 법인장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인도통으로는 LG전자의 김광로 사장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1997년 인도사업담당 이사로 인도 땅을 처음 밟은 김 사장은 인도 시장에서 LG전자 성공의 산 증인으로 통한다. 주요 가전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는 인도인들 사이에서 ‘코리안 영웅’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그룹에서는 제일기획 인도 법인장을 역임한 허태윤 상무와 삼성전자 인도 공장의 TV공장장을 맡고 있는 유영복 상무가 대표적인 인도통이다. 특히 유 상무는 인도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 때부터 참여해 삼성 인도통 1호로 통한다.

삼성그룹 산하 삼성경제연구소의 박번순 연구원도 인도를 잘 아는 인물이다. 원래 동남아 전문가였지만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인도 연구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연구원은 현재 코트라(KOTRA)와 공동으로 인도 사업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 현지 공장에서 차량 누적 수출 20만대의 업적을 달성하는 등 인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선 김동진 부회장이 대표적 인도통이다. 김 부회장은 한ㆍ인도공동경제협의회의 한국측 위원장이다.

실무자 급에선 인도 주재원으로 활동 중인 오정택 차장이 현지 자동차 시장의 밑바닥을 꿰고 있다.

유통 거인 롯데그룹도 최근 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인데, 롯데경제연구소의 조충재 연구원이 나름대로 전문가 그룹에서 인도통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신문 기자 출신의 조 연구원은 과거 대우경제연구소 근무 시절에도 인도를 담당했다.

인도 시장 진출의 주력 부대는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 특히 무역업체 경영자들 중에도 ‘알토란’ 인도통들이 적지 않다. 인도 전문가 그룹 내에서도 알아주는 인사로는 삼진해운 김원호 사장, 에이티에스무역 신석현 사장, 아이커스 이선묵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중소무역업체 경영자들이 알짜 인도통

김 사장은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물류 전문가인데 1996년 인도 주재원으로 나가면서 인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01년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차린 그는 인도 현지에서 한인 신문을 만들거나 한인회 활동을 적극 돕는 등 ‘가욋일’도 부지런히 챙긴다. 김 사장은 사업도 사업이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게 인도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신 사장과 이 사장은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에 근무하던 시절 인도와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케이스의 인도통이다. 또한 90년대 초반 인도 경제가 빗장을 열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인도를 경험했다는 것도 공통점.

신 사장은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인도 진출과 관련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 또 다른 전문가를 키우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 ‘인도 비즈니스’란 책을 직접 쓰는가 하면 곳곳에서 들어오는 강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인도 상관습과 무역통으로서 전문성을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98년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미국에 파는 사업으로 첫 번째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이후로는 종합상사 시절 자신의 주전공이었던 플랜트 자재 수출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에 대한 인도 시장 진출 컨설팅도 그의 영역이다.

삼진해운 김원호 사장은 “자본주의의 역동성이 급증하고 있는 인도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게 많은 진출 기회를 주고 있다”며 “하지만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 인도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조언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