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치열한 인수합병 전쟁, "MSO 3~4개로 재편" 예상도

“앞으로 MSO(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수가 3~4개로 재편될 것이다.”

케이블TV(CATV) 분야에서 각 지역 방송국을 운영하는 SO 시장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견해다.

2000년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서 SO의 NO(전송망 사업자) 참여가 가능해지고 또 이후 대기업 자본의 SO 인수가 시작되면서 비롯된 SO 인수합병(M&A)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3~4년 전부터 개별 SO를 한두 개씩 인수하면서 커나간 MSO들이 이제는 사업규모가 큰 주요지역의 SO까지 큰 돈을 들여 인수하면서 SO 인수 전쟁은 날로 불을 뿜고 있다.

최근 SO시장에서 일어난 M&A 사례들은 SO산업에 불고 있는 격전을 실감케 한다.

지난해 말 GS홈쇼핑이 강남케이블TV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무려 1,600억원을 지불한 사건이 단적인 예. 강남케이블TV의 가입 가구 수가 18만 가구이니 1가구당 인수 가격이 무려 180만원으로 이는 SO업계의 M&A 사상 최고가 거래액이다.

또 CJ그룹 계열사인 CJ케이블넷은 최근 유진기업이 대주주인 드림씨티방송을 인수했다. 서울 은평, 경기 부천 김포를 방송권역으로 하는 드림씨티방송은 가입자 39만5,000가구를 보유하고 지난해 매출 742억원을 올린 중견MSO다.

CJ케이블넷은 이에 앞서 충남 홍성 서산 등을 사업권역으로 하는 한국케이블TV모두방송 지분 전량을 280여 억원에, 또 당진 예산 등의 한국케이블TV충남방송을 175억원에 매입하는 등 인수전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속하는 HCN도 지난해 관악유선방송을 시작으로 충북방송, 대구중앙케이블TV 등 4개 SO를 연이어 인수했다.

M&A는 현재 진행형

빅딜이 잇달아 성사된 SO M&A시장에서 앞으로 어떤 이벤트가 준비돼 있을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당장은 숨고르기에 접어든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M&A시장에 대어가 나와 있다기보다 서로 눈치를 살피는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는 형세인 셈이다.

이는 국내 MSO업계 빅3 업체인 티브로드(전 태광MSO)와 C&M, CJ케이블넷이 당장 추가로 대형 인수합병에 나설 수 없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1, 2위업체인 티브로드와 C&M은 현재 14개 방송권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행 방송법상 하나의 MSO가 전체 77개 방송권역의 20%이상(15개)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3위인 CJ케이블넷 또한 이미 11개 방송권역을 꿰차고 있어 새로 인수할 수 있는 여분은 4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나마 현재 8개 방송권역을 커버하고 있는 HCN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때문에 현재 규모가 큰 1~5위 업체 중 인수 제한 규정에도 걸리지 않고 자금력까지 갖춰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은 HCN 한 회사뿐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향후 SO M&A시장에서 CJ와 현대백화점, GS홈쇼핑 등 홈쇼핑 출신 3개사가 대형 구매고객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전 세계 케이블TV시장에서도 유례가 없는 대성공을 거둔 홈쇼핑 분야에서 케이블TV의 위력을 맛본 이들 업체가 SO시장 또한 선점하기 위해 양보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특히 SO시장에 뒤늦게 관심을 갖고 열을 올리고 있는 GS홈쇼핑이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자에 나설지는 초미의 관심거리다. 경쟁업체인 CJ와 현대홈쇼핑보다 한 발 늦은 시장 진입으로 상대적으로 초조할 수밖에 없는 GS홈쇼핑으로서는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티브로드와 C&M, CJ케이블넷 등 기존 빅3 업체가 가만히 앉아서 다른 업체의 영토확대를 지켜보고만 있을지도 의문이다.

꾸준히 소리소문없이 시장을 넓혀 온 이들 업체가 기대하는 것은 방송권역을 15개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방송법 개정. 벌써 케이블TV의 소유와 권역, 매출액 규제 완화 얘기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향후 전개될 SO M&A전쟁에서의 먹이로는 벌써부터 개별 SO는 물론, 중견 MSO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케이블TV방송은 유선사업이란 특성상 방송권역이 지역적으로 밀접해야 되는데 일부 MSO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비록 현재 여러 방송권역을 갖고 있는 중견MSO라도 가입 권역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경쟁력을 상실, 결국 매물로 시장에 나와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가입가구 수가 100만 이하인 MSO들도 규모의 경제상 시장에서 결국 뒤처져 ‘먹히는’ 입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개별 SO들도 여전히 매력있는 M&A ‘사냥감’으로 주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SO 가격, 거품인가?

지난해 말 GS홈쇼핑이 18만 가구가 가입한 강남케이블TV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1,600억원. 가입자 1가구당 무려 180만원을 쳐준 셈이다.

아무리 강남의 노른자위 SO라지만 가입자 1가구의 몸값이 200만원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케이블TV관계자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드림씨티방송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디지털 서비스 제공 회사를 함께 파는 조건으로 이 값을 받았기 때문에 180만원이 순수한 SO만의 가격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이 경우 시장에서 인정받은 디지털 서비스 관련 가치가 오히려 적지 않았다.

케이블TV업계가 추산하는 서울 지역 SO의 가입자당 인수가격은 최고 100만원 수준. 전국적으로는 80만원이라는 설도 있지만 50만~60만원 선이 현재 적정가라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2004년까지만 해도 가입자당 가치가 서울 수도권이 50만원, 지방은 30만~4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치가 불과 몇 년새 폭등한 것을 알 수 있다.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매물로 나오는 SO가 시장에서 더 적어지고 사려고 하는 구매자의 필요가 더 커질 경우 SO 인수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