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곤 기자
“기본형으로 보자니 볼 게 별로 없고, 고급형으로 바꾸자니 돈이 많이 들고.” “늘 보던 채널로 돌렸는데 엉뚱한 채널이 나와 황당했다. 1번부터 80번까지 몇 차례나 훑어본 뒤에야 원하는 채널을 겨우 찾았다.”

케이블TV 가입자들이 흔히 토로하는 불만의 내용이다. 최근 들어서 원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케이블TV 방송국, 즉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가입자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운영 방침을 취하는 사례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2005년도 시청자불만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 불만 접수 건수의 지속적 증가세 속에 SO 관련 불만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O에 대한 불만은 2004년보다 무려 69%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총 6,088건의 접수 건수 가운데 2,084건(34%)을 차지해 지상파방송 2,049건(33%), 위성방송 862건(14%),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422건(7%) 등 타 방송 사업자들을 모두 앞질렀다.

SO에 대한 불만 내용을 유형별로 보면 채널 편성 관련 불만이 1,004건(4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요금 관련 414건(20%), A/S 등 가입자 서비스 관련 204건(10%), 방송 중단 155건(8%), 설치 관련 106건(5%), 기기 및 해약 관련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널 편성 불만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요금 불만보다 적었으나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그만큼 채널 횡포가 심해졌다는 증거다.

“작년에 지역 SO가 SBS미디어와의 채널 사용료 협상 결렬로 SBS 계열 3개 채널을 3개월 동안 내보내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보급형 채널로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던 차에 즐겨 보던 채널이 빠지고 나니 보급형 채널이 영화, 드라마 재방 아니면 홈쇼핑 채널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경기 고양시의 한 케이블TV 가입자가 방송위에 분통을 터뜨리며 보낸 글 중 일부다.

기본형 상품의 인기 채널을 슬그머니 빼내 다른 상품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얼마 전 경기 수원시의 한 SO는 기본형(6,600원)에서 시청률이 높은 영화, 스포츠 채널을 경제형(9,900원)으로 옮기는 편성 개편을 예고도 없이 단행했다.

이렇게 되자 가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본형에서 영화, 스포츠 채널을 빼면 별로 볼 게 없는 터에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시청자들을 경제형으로 몰아 사실상 요금 인상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주된 항의였다.

현재 케이블TV 채널 편성은 SO와 PP간의 수신 계약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용 약관상 채널 편성 후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채널을 바꿔 편성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바로 이런 제도상 허점 때문에 SO들의 일방적인 채널 편성 변경이 횡행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저가형 상품의 경우에도 특정 장르에 대한 시청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을 골고루 편성하도록 방송위에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주요 채널의 편성을 변경할 때에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