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개발 등 통한 인재육성 프로그램 '멘토링', 멘토·멘티로 만나 함께 성장하는 윈윈 효과

▲ 멘토링 활동을 함께 하는 삼성 에버랜드 선후배들이 기마전을 하며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당신은 멘토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삶을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하물며 똑같은 질문에 “멘토가 뭡니까?”라고 반문한다면 아마 당신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 당신 주변 어딘가에 있을 멘토를 찾지 못한다면 성공하는 인생의 길잡이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 왕의 친구이자 그의 아들 텔레마쿠스를 훌륭한 왕으로 성장시킨 스승, 멘토. 이 멘토와 텔레마쿠스의 관계에서 비롯된 인재 육성 방법론 멘토링(Mentoring)이 들불 같은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멘토링은 멘토(Mentorㆍ도움을 주는 사람)와 멘티(Menteeㆍ도움을 받는 사람)가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맺고, 멘티의 잠재력을 개발해 인재로 육성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인재개발 목적으로 2000년대 초 도입

멘토링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00년대 초. 일부 기업들이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이 무렵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21세기 인재전략 보고서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 멘토링 바람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모든 경쟁의 최종적 열쇠를 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멘토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멘토링을 도입한 기업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얻으면서 멘토링은 재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2000년대 초반 고작 몇 개에 불과했던 멘토링 도입 기업의 숫자는 해마다 불어나 올 한 해만 1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멘토링을 도입할 것이라는 게 컨설팅 업계 추산이다.

그렇다면 멘토링을 제도화한 기업들은 어떤 결실을 얻었을까. 우선 2001년부터 멘토링을 도입해 선발주자 군에 속하는 시스템통합업체 포스데이타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업 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신입 사원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이들이 직장 생활에 조기 정착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했다. 체계적인 인력 개발 시스템의 미비로 이직률이 16%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해결책으로 멘토링을 도입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불과 2년 만에 이직률이 1.8%까지 뚝 떨어진 것이다.

포스데이타의 멘토링이 이처럼 큰 효과를 본 것은 업무 지도에서부터 각종 개인문제 상담에 이르기까지 멘토가 멘티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준 덕분이다. 이 회사는 동종 업계 최초로 멘토링을 성공리에 실시함으로써 새로운 신세대 직원 문화를 창출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을 통해 유통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이랜드 역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적으로 인재 육성을 하고 있는 경우다. KRS(Keyman Reproducing Systemㆍ핵심인재 재생산 체제)라고 이름 붙여진 이랜드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멘토에게 다소 벅찬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멘토는 2년간의 멘티 육성 로드맵을 직접 작성하고, 또한 단계별 목표치를 정해 계속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멘티와의 만남도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런 자료들은 나중에 승진 심사에도 반영된다.

이처럼 빡빡한 멘토링 활동은 멘토 자신에게도 능력 향상으로 되돌아와 결국 멘토와 멘티가 윈윈의 결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 삼양사의 멘토 이수범 과장(왼쪽)이 멘티에게 업무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 박철중 기자

이밖에 삼양사, KT, 삼성테크윈, 두산그룹, 동부제강, 웅진코웨이 등도 전문가들이 호평하는 멘토링 도입 성공 사례다.

국내 1세대 멘토링 컨설팅 전문가인 나병선 멘토링코리아컨설팅(www.mkc21.co.kr) 대표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통하는 GE에서는 승진자의 80%가 멘토링 프로그램의 경험자”라며 “앞선 조직, 앞선 경영자, 앞선 인력개발 담당자들은 대부분 종합 인재개발 프로그램인 멘토링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 채용정보업체가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도입 여부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절반 정도가 그렇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결과를 액면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까지 멘토링의 원칙과 조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늬만 멘토링’인 경우다.

실제로 유력 광고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멘토링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라며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없는 데다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여유가 없을 만큼 개인 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장기적인 조직문화로 정착시켜야"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멘토링을 도입하려면 정확한 조직 진단 이후에 회사 실정에 부합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저 멘토링만 외친다고 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멘토링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재계뿐만 아니라 학교, 정부 부처,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멘토링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 부처나 공기업,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정부의 ‘혁신’ 화두에 맞춰 유행처럼 멘토링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학교에서는 대학생들의 취업 지도를 위한 멘토링, 대학생과 저소득층 중고생을 연결해주는 튜터링이 붐을 이루고 있다.

어쨌든 멘토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멘토링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나병선 대표는 “상호 존중과 잠재 역량 개발이라는 멘토링의 근본 정신을 토대로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조직문화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