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멘토·멘티 '생생 인터뷰' - 조직 활성화 기여… 서로 궁합 맞아야

“멘토를 흔히 스승, 후원자, 조력자 등으로 풀이하는데 직접 멘토를 겪어본 여러분은 뭐라고 정의 내리고 싶나요?” (기자)
“선생님 같아요. 제가 앞으로 밟아갈 과정을 먼저 경험하신 분이어서 배울 점이 많죠.” (의약기획팀 소남선 사원)
“뭐랄까, 친구 같은 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서로 맘 편하게 의사 소통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죠.” (이온수지판매팀 홍의표 사원)
“옆에 멘토가 같이 있다고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거 아냐, 하하” (인력개발팀 안해정 과장)

2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자리잡은 삼양사 본사 1층 회의실. 재계에서 멘토링 도입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이 회사의 멘토, 멘티(삼양사에서는 ‘멘제’라고 부름)들과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했다.

소남선 사원의 멘토는 법무팀 이수범 과장이고, 홍의표 사원의 멘토는 수출입팀 최숭기 과장이다. 멘토와 멘티의 소속팀이 다른 것은 인적 네트워크의 확대를 도모함과 아울러 업무 지도 목적의 교육훈련(OJT)과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멘토들은 자신의 고유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멘토링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욋일’을 하나 더 떠안는 셈이다. 누구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양사 멘토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멘토링에 앞서 멘토는 1년 동안의 활동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것부터 부담스럽긴 하죠. 또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고. 하지만 좋은 동생 하나 얻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니까 편해요. 사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직속 선배에게는 하기 힘든 이야기도 많은데 그걸 듣고 조언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죠.”(최숭기 과장)

“저는 멘제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솔직히 조심스러웠습니다. 멘토링을 하다 보면 자주 만나야 하는데 멘제의 남자 친구가 혹시나 오해를 하지나 않을지 걱정도 됐구요.”(이수범 과장)

이때 안 과장이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서 이성 간 멘토-멘제의 경우에는 서로 맺어질 것 같지 않은 커플을 연결해줍니다.”

사내 인맥 넓혀주고 업무에도 큰 도움

삼양사는 가급적 동성 커플 간 멘토링을 원칙으로 한다. 이성 간보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과장-소 사원의 경우처럼 이성 간 커플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여자 멘토 층이 얕아서다.

그렇다고 이들 이성 간 커플의 멘토링이 효과가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4월의 멘토링 챔피언’에 선정됐을 만큼 남다른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멘토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가령 이성 멘토로서 챙겨주기 곤란한 부분들을 조언해줄 수 있는 여자 선배를 비공식적으로 소 사원과 맺어준 것만 해도 그렇다. 물론 이 과장 스스로 멘토링 활동에 열성적이다. 사내 뮤지컬 동호회에 함께 가입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 있는 멘토링 데이에는 서점에 들러 책을 골라주기도 한다.

최 과장도 멘제를 챙기는 마음 씀씀이가 누구 못지않다. 틈날 때마다 타 부서 사람들과의 편한 자리를 만들어 홍 사원의 사내 인맥을 넓혀줄 뿐 아니라 무역 실무 지식도 꾸준히 전수한다. 최 과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홍 사원의 ‘사생활’도 책임진다며 활짝 웃는다.

“이 친구가 얼마 전까지 싱글이었는데 요즘은 연애를 하거든요. 그래서 아예 결혼까지 시키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희 부부랑 홍 사원 커플이랑 야구장 동반 데이트를 하기로 했어요. 결혼 홈런을 날릴 수 있게 그때 팍팍 밀어줄 겁니다.”

삼양사 멘토링은 신입 사원이 조직 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것과 함께 개인별 역량 향상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멘토와 멘제는 서로 상의해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계획도 수립하고 실천한다.

이를 위해 최 과장-홍 사원 커플은 영어 능력과 프리젠테이션 기술 향상을, 이 과장-소 사원 커플은 파워포인트 문서 작성, 회계 지식 습득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삼양사 멘토링은 멘토가 멘제를 이끌어주고, 다시 멘제는 멘토가 되어 또 다른 멘제를 키운다는 점에서 조직 경쟁력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2002년 1기 멘제들이었던 이 과장과 최 과장이 현재 5기 멘토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고, 소 사원과 홍 사원도 벌써부터 미래의 멘토로서 마음가짐을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멘제 입장에서 도움을 받다 보니 제 스스로가 다른 누군가에게 멘토가 되고자 노력하게 됐습니다.”(홍 사원) “멘토로부터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받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멘토가 되면 저의 멘제에게는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어요.”(소 사원)

멘제를 거쳐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과장과 최 과장. 그들은 이미 멘토링의 참맛을 아는 듯하다. 두 사람은 멘토링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조건을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멘토링을 일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됩니다. 멘토 역시 자기 발전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또한 서로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 커플끼리 맺어주어야 합니다. 궁합이 안 맞으면 형식적인 관계로 겉돌게 됩니다.”

회사 만족도·리더십 제고 '두 토끼 잡기'

식품, 의약, 화학 사업 등을 주력 부문으로 하는 삼양사는 올해 창립 82주년을 맞은 전통 깊은 기업이다. 창업자인 김연수 선생은 '공동체 의식을 통한 사회적 정당성의 추구'를 경영 철학으로 삼았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면면히 '인간 존중'의 기업 문화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02년 삼양사가 재계에서 선구적으로 멘토링을 도입한 것은 이런 역사와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김원 사장(COOㆍ최고운영책임자)은 멘토링 도입과 정착을 이끈 주역이다. 김 사장은 멘토링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 격려사를 할 뿐만 아니라 각 커플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어 독려하는 등 멘토링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삼양사의 멘토링은 4~10년차 선배와 신입 사원을 짝지어 1년 동안 공식, 비공식 활동을 함께 하도록 한다. 멘토는 만 3년 이상 근속했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개인 역량과 대인관계 등이 뛰어난 사원 중에서 선발한다. 이들 사원은 소정의 교육을 거쳐 비로소 멘토로 활동하게 된다.

멘토는 멘제와 상호 협의 하에 활동 계획을 세우고 또한 실천 과정을 수시로 사내 멘토링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인력개발팀은 이를 모니터링해 활동이 우수한 커플을 매월 한 쌍 선정해 포상하기도 한다.

1년간의 활동이 종료되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우수한 커플을 포상하고 그들의 활동 사례는 공유된다. 또 좋은 평가를 받은 멘제들은 잠재적 멘토 풀로 관리된다.

멘토링 도입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원래부터 끈끈한 기업 문화를 자랑해오던 터에 이직률이 더욱 낮아졌고, 사내 갈등관리와 역량개발로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올라갔다.

삼양사는 멘토링을 통해 "신입 사원의 능력 향상과 중간 관리자의 리더십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체 평가하고 "향후 핵심 인재나 팀장 후보군에 대한 멘토링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