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어려움 등을 외부 전문가의 조언 통해 해결

▲ 한국생산성본부 멘토링 과정의 하나인 워크샵 프로그램.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몇 년 만에 임직원이 열 배로 불었습니다. 직원도 많이 늘어났지만 불만도 함께 늘어났죠.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만 매달리다 보니 직원들의 근무 여건 등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A사 임원)

“복지와 비용 조달,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봉착한 것 같군요. 다른 분의 말씀도 들어볼까요.” (멘토)

“최근에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일을 챙길 실무 적임자가 없어 내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함께 회사를 키워온 임원 한 명은 급여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당혹스럽습니다.” (B사 사장)

“조직의 비전을 수립해 공유하는 것은 기업 운영에 매우 중대한 요소입니다. 특히 성장기의 기업에게 임직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비전은 위기에 처했을 때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이 점을 명심하십시오.” (멘토)

매주 월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KPC) 9층 강의실에서는 기업체,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는 흔치 않은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모여 하소연을 토로하는 ‘저녁 모임’의 실체는 뭘까. 다름 아닌 KPC가 고민 많은 리더들을 위해 마련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성과에 대한 압박, 일에 대한 열정 상실, 직원들의 사기 저하, 관리자로서의 회의···. 리더들도 조직 내에서 다양한 문제에 부닥치기는 부하 직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책임자인 까닭에 고민을 툭 터놓고 의논할 만한 상대가 없다는 점에서 중압감은 더욱 크다. 한마디로 리더는 외롭다. KPC가 리더용 멘토링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도 이런 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KPC측은 이 프로그램이 일방적인 강의, 알맹이 없는 토론 위주의 흔한 리더십 강좌와는 다르다고 소개한다. 멘티들은 개인적인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얻을 뿐만 아니라, 회사, 가정, 인생 전반의 고민에 대해 진실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모두 노련한 멘토 덕분이다. KPC는 경륜이 높은 전직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소속 자문위원들을 멘토로 초빙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 멘토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멘티들의 가슴에 금세 와 닿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멘티로 참여 중인 한 중소기업 임원은 “실제 사례를 통해 내가 가진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얻는 게 많다”며 “특히 회사 안에서 문제를 바라볼 때와 달리 경험이 많은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듣다 보니 새로운 시각이 싹트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멘토로 참여한 전직 CEO들도 자신들의 경험이 현직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적이다.

삼성그룹 임원, 재능교육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이명암 멘토는 “사실 모든 리더들은 오너, 부하들과의 관계나 종업원들의 열정 유도 등 ‘사람에 대한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며 “과거 내가 겪은 성공과 실패, 시행착오 등을 구체적으로 들려주다 보면 멘티들도 그 속에서 자연스레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요즘은 아랫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동반자적 리더십이 부각되는 시대”라며 “리더들은 멘토링을 통해 상대방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노하우와 리더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